'경제 먹구름' 글로벌 금융권의 '경고'…금리 인하 '신중론'(종합)
"섣부른 통화 정책 완화 피해야"
국제통화기금(IMF) 등 세계 경제금융 전문가들이 글로벌 경기 위축 영향으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의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며 경고 메시지를 냈다.
간밤에 미국이 긴축 중단을 시사한 가운데 한국은 물가상승률이 아직 목표치를 웃도는 등 인플레이션 위험이 도사리는 만큼, 통화정책 전환에 신중하라는 조언도 나왔다.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4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제 56차 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5%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IMF의 전망치는 우리 정부나 한국은행이 제시한 1.6%보다는 약간 낮고 주요 투자은행(IB)들의 평균치인 1.1%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IMF는 올해 한국 성장률을 지난해 7월부터 네 차례 연속 하향 조정한 바 있다.
그는 "한국은 교역 상대국의 성장 둔화와 세계적인 반도체 경기 침체가 수출에 영향을 미치면서 최근 분기에 성장이 둔화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지난해 긴축적인 통화정책 단행과 재정정책의 정상화로 인한 효과가 내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높은 금리가 주택가격의 지속적인 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 동시에 내수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은 한국의 수출 환경이 개선되면서 성장률도 2.4%로 상향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중국의 빠른 리오프닝이 한국의 수출에 점점 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전문가들은 반도체 주기가 올해 말에 개선되어 한국의 수출이 개선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태 지역 중에서도 선진국 성장률은 보수적으로 평가했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아태지역의 올해 성장률은 4.6%로 지난해 성장률(3.8%)보다 상향 조정한 것이고, 지난해 10월 전망치보다 0.3%포인트(p) 올라간 것"이라며 "중국을 가장 성장의 큰 원동력으로 봤다"고 말했다. 반면 "아시아 선진국 경제의 올해 성장률은 1.6%로 지난해 10월 전망치보다 0.4%p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루이 커쉬 스탠더드앤푸어스(S&P) 글로벌신용평가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이날 오후 국제금융센터 주최로 열린 '글로벌 통화긴축의 후폭풍: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이 직면한 위기' 주제의 국제컨퍼런스에서 올해 중국을 제외한 아태지역 경제 성장률을 3.8%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커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을 제외한 아태지역은 글로벌 경기위축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의 고금리 환경 속 대외적자가 외부충격에 대한 취약점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경제는 부동산 부문이 저점을 통과한 가운데 소비 주도의 회복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다만 인구고령화, 미국과 디커플링 등 중장기 역풍으로 회복세가 지속될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새벽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사실상 중단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가운데, 한국은 기준금리 인하 같은 섣부른 통화 정책 전환에는 신중하라는 조언도 나왔다. 경제 성장률은 둔화되지만, 여전히 물가 상승률이 높다는 이유다.
미 연방준비제도는 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5.00~5.25%로 0.25%p 인상했다. 다만 '추가적인 정책 긴축이 적절할 것'이라는 문구가 삭제되고 기자회견에서 금리가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연준이 사실상 긴축을 중단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반면 스리니바산 국장은 "한국은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이 목표인 2% 이상 상회하고 있다"며 "최근 물가가 에너지 가격과 함께 하락했지 근원물가는 하락하지 않았다"며 "향후 몇달간 물가가 하락하겠지만 단기적인 통화 정책은 물가에 초첨을 맞출 필요가 있고 섣부른 통화정책 완화는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성장 모멘텀이 둔화되고 있고 노동시장 수요쏠림 현상도 완화되는 만큼 과도한 긴축 위험도 최소화해야 한다"며 "이런 모든 점을 고려해 한국은행이 지난 2월과 4월 기준금리 동결은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S&P도 미국이 고금리 기조를 상당 기간 유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커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시장에서는 아마 이번 금리인상이 마지막이 되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오는데 연준은금리인하에 동의하지 않으며 물가가 높은 수준으로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보고현재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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