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국 경찰, 150곳 동시 습격…영화 뺨친 유럽 '마피아 소탕'
세계에서 가장 큰 범죄 조직 중 하나인 이탈리아 최대 마피아 조직 ‘은드랑게타’가 유럽 전역의 경찰에 소탕돼 조직원 150여명이 체포됐다. 4년 전 벨기에의 코카인 밀수업자로부터 시작된 수사는 이탈리아·독일·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이 공조하면서 ‘유레카 작전’으로 확대됐고, 유럽 범죄 사상 가장 큰 수사 성과를 올렸다. 은드랑게타의 마약 밀수 및 돈세탁 과정에는 중국 범죄조직도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독일·프랑스·벨기에·스페인·포르투갈·루마니아·슬로베니아 등 8개국에서 수천명의 경찰이 은드랑게타의 주요 근거지 150여곳을 동시다발적으로 급습해 핵심 조직원 등 150여명을 체포했다. 이탈리아 로마와 밀라노 등에서 108명, 독일에서 24명이 잡혔고 벨기에(13명), 프랑스(2명) 등도 성과를 올렸다. 이들은 마약 밀수, 무기 밀매, 돈세탁 등의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금괴·권총·자동 소총·지폐 더미 등 2500만 유로(약 368억원) 상당의 자산도 압수했다.
2019년부터 수사를 시작한 벨기에 검찰청 측은 “이번 유레카 작전은 유럽에서 마피아 조직을 상대로 지금까지 수행된 가장 큰 규모의 작전이었다”면서 “이번 급습에 이탈리아에서 3000명, 독일에서 1000명 이상의 경찰이 투입됐다”고 밝혔다. 낸시 패저 독일 내무장관은 “은드랑게타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며 이번 작전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은트랑게타는 그리스어 안드라가토스(andrágathos)에서 유래한 단어로 ‘용감한 남자’라는 의미다.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의 농촌지역을 기반으로 1990년대 말 급성장했다. 현재는 영화 ‘대부’에 나오는 시칠리아 마피아 조직 ‘노사 코스트라’를 넘어 이탈리아 최대 마피아 조직으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 40여개국에 약 2만명이 활동하면서 유럽에 들어오는 코카인의 대부분을 통제해왔다. 마약과 무기 밀매를 통해 연간 500억유로(약 73조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알려졌다.
수사 당국은 이번 작전으로 은드랑게타가 어떻게 마약을 밀수하고 돈세탁하는지 밝혀냈다. 이탈리아의 조반니 멜릴로 검사에 따르면 은드랑게타는 콜롬비아와 에콰도르에서 생산된 마약을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구와 이탈리아 칼라브리아의 지오이아 타우로 항구를 통해 유럽으로 들여왔다. 그렇게 벌어들인 돈을 유럽 여러 국가의 레스토랑·피자가게·카페·아이스크림 가게 등에 투자해 돈세탁을 했다. 또한 국가 간 거액의 현금 이동을 전문으로 하는 중국 범죄자들과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탈리아와 벨기에 수사관들은 지난 2019년 벨기에에서 피자가게를 운영하는 코카인 밀수업자를 알아냈고, 신분을 속이고 3년 넘게 이들과 친분을 쌓아 정보를 캐냈다. 이런 노력으로 마피아가 사용하는 감청 방지 휴대전화를 해독하면서 수사의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은트랑게타를 30년간 경험한 이탈리아의 로베르토 디벨라 판사는 “혈연에 기반한 가족 조직원이 대부분이라 배신자가 거의 없다”면서 “마약에서 나오는 막대한 자금으로 부동산 등을 구입해 세계 여러 나라의 경제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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