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회식 좋아해요”… 2030 직장인 ‘MZ라이팅’에 한숨
사내 갈등 ‘불씨’… 조직문화 저해
포스코는 최근 관리자급 직원을 대상으로 ‘MZ세대라는 용어를 남용하지 말라’고 사내 공지했다. MZ세대 대신 ‘20·30 세대’나 ‘젊은 세대’라는 표현을 써 달라는 권고다. MZ세대는 1981~1996년생인 밀레니얼(M)세대와 1997~2012년생인 젠지(Z)세대를 함께 지칭한다.
포스코가 MZ세대 용어의 사용을 자제하자고 나선 배경에는 세대 구분이 사내 갈등의 새로운 불씨로 변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한다. MZ세대를 바라보는 시선에 ‘능력은 없는데 보상만 바란다’ ‘자기중심적이고 사회성이 부족하다’ 등의 부정적 인식이 덧씌워지면서, 조직문화를 해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젊은 직원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좋지만, 지나친 세대 구분은 되레 구성원 화합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봤다”고 4일 말했다.
지난해 한 물류업체에 입사한 임모(29)씨는 “식사 때마다 ‘요즘 MZ 여직원들은 제육볶음이나 돈가스 안 먹지?’라는 말을 수십 번은 들은 것 같다. 컵에 물을 따라도 ‘MZ세대는 이런 걸 안 한다는 데’라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금융공기업에 다니는 윤모(26)씨는 “상사가 ‘요즘 MZ들은 왜 밥 사주는 것도 싫어하느냐’고 하는데, ‘저는 식사도 좋고 회식도 좋습니다’라고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더 이상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한 코미디 예능 프로그램에서 MZ세대 직원들의 특징을 풍자한 ‘MZ 오피스’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웃음과 동시에 부정적 이미지도 덧칠되고 있다. 컨설팅 회사에 근무하는 이모(25)씨는 “예약좌석제 근무를 할 때 에어팟을 끼고 일했는데, 그 이후 ‘요새 MZ들 진짜 에어팟 끼고 일하는구나’는 말을 계속 들어야 했다”면서 “같이 식사할 때 메뉴만 말해도 상사들이 ‘요즘 MZ들은 주관이 확실하네’라고 한다”고 했다. 2년차 직장인 이모(31)씨는 지난해 재택근무를 할 때가 더 힘들었다고 했다. “팀장이 ‘MZ세대들은 누워서 일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하는데, 그 이후로 팀장 메시지를 1초 안에 답장하려고 모니터 앞을 떠나질 못하겠더라고요.”
한 대기업 계열사에 근무하는 정모(38)씨는 “회사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신사업팀을 만들고 소통 채널도 구축한다는데, 대상은 모두 입사 1~4년차 직원들이다. MZ세대가 누구를 지칭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직장인 A씨(40)는 “MZ세대로 묶여 있긴 하지만, 또래 직원들끼리 모이면 서로 ‘너는 Z(세대)랑 잘 지내느냐’는 말을 건넨다. MZ끼리도 경험이나 인식 차이가 큰 데 MZ세대란 말이 무슨 의미인가 싶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기업 내 조직원의 세대 구성이 과거보다 다양해졌다는 지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대생)부터 X세대(1964~1970년대생), M세대, Z세대가 함께 일하는 상황에서 세대 차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을 도저히 공유할 수 없는 4개의 세대가 한 조직에 섞여있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문화적 수용성을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계열사의 한 임원은 “최근 MZ세대 관련 교육을 듣는데 ‘그들을 구별 짓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고 계속 강조하더라. 그 말이 맞구나 싶다”고 했다.
양민철 황민혁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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