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회식 좋아해요”… 2030 직장인 ‘MZ라이팅’에 한숨

양민철,황민혁 2023. 5. 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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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는~”… 소통의 벽으로
사내 갈등 ‘불씨’… 조직문화 저해

포스코는 최근 관리자급 직원을 대상으로 ‘MZ세대라는 용어를 남용하지 말라’고 사내 공지했다. MZ세대 대신 ‘20·30 세대’나 ‘젊은 세대’라는 표현을 써 달라는 권고다. MZ세대는 1981~1996년생인 밀레니얼(M)세대와 1997~2012년생인 젠지(Z)세대를 함께 지칭한다.

포스코가 MZ세대 용어의 사용을 자제하자고 나선 배경에는 세대 구분이 사내 갈등의 새로운 불씨로 변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한다. MZ세대를 바라보는 시선에 ‘능력은 없는데 보상만 바란다’ ‘자기중심적이고 사회성이 부족하다’ 등의 부정적 인식이 덧씌워지면서, 조직문화를 해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젊은 직원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좋지만, 지나친 세대 구분은 되레 구성원 화합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봤다”고 4일 말했다.

“MZ라이팅, 이제 그만”
젊은 직원들 사이에선 과도한 세대 구분에 괴로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SNS를 중심으로 MZ세대 직장인을 희화화한 이른바 ‘MZ 직장인 밈(meme)’이 퍼지면서 “별종 취급을 받는 것 같다”고 토로한다. 한 직장인은 “걸핏하면 ‘MZ세대는 이렇다’는 말을 듣는 게 마치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처럼 느껴져서 ‘MZ라이팅’을 당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한 물류업체에 입사한 임모(29)씨는 “식사 때마다 ‘요즘 MZ 여직원들은 제육볶음이나 돈가스 안 먹지?’라는 말을 수십 번은 들은 것 같다. 컵에 물을 따라도 ‘MZ세대는 이런 걸 안 한다는 데’라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금융공기업에 다니는 윤모(26)씨는 “상사가 ‘요즘 MZ들은 왜 밥 사주는 것도 싫어하느냐’고 하는데, ‘저는 식사도 좋고 회식도 좋습니다’라고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더 이상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한 코미디 예능 프로그램에서 MZ세대 직원들의 특징을 풍자한 ‘MZ 오피스’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웃음과 동시에 부정적 이미지도 덧칠되고 있다. 컨설팅 회사에 근무하는 이모(25)씨는 “예약좌석제 근무를 할 때 에어팟을 끼고 일했는데, 그 이후 ‘요새 MZ들 진짜 에어팟 끼고 일하는구나’는 말을 계속 들어야 했다”면서 “같이 식사할 때 메뉴만 말해도 상사들이 ‘요즘 MZ들은 주관이 확실하네’라고 한다”고 했다. 2년차 직장인 이모(31)씨는 지난해 재택근무를 할 때가 더 힘들었다고 했다. “팀장이 ‘MZ세대들은 누워서 일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하는데, 그 이후로 팀장 메시지를 1초 안에 답장하려고 모니터 앞을 떠나질 못하겠더라고요.”

M세대 “우리도 MZ 맞나요”
덩달아 MZ세대로 묶인 1980년대 출생자인 ‘M세대’ 직장인도 답답함을 느끼긴 마찬가지다. 어느새 10년차를 훌쩍 넘어 관리자급에 진입하고 있는데, 정작 회사의 관심은 Z세대에만 쏠리면서 중간에 붕 뜬 처지가 됐다고 한다.

한 대기업 계열사에 근무하는 정모(38)씨는 “회사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신사업팀을 만들고 소통 채널도 구축한다는데, 대상은 모두 입사 1~4년차 직원들이다. MZ세대가 누구를 지칭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직장인 A씨(40)는 “MZ세대로 묶여 있긴 하지만, 또래 직원들끼리 모이면 서로 ‘너는 Z(세대)랑 잘 지내느냐’는 말을 건넨다. MZ끼리도 경험이나 인식 차이가 큰 데 MZ세대란 말이 무슨 의미인가 싶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기업 내 조직원의 세대 구성이 과거보다 다양해졌다는 지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대생)부터 X세대(1964~1970년대생), M세대, Z세대가 함께 일하는 상황에서 세대 차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을 도저히 공유할 수 없는 4개의 세대가 한 조직에 섞여있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문화적 수용성을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계열사의 한 임원은 “최근 MZ세대 관련 교육을 듣는데 ‘그들을 구별 짓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고 계속 강조하더라. 그 말이 맞구나 싶다”고 했다.

양민철 황민혁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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