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일 없다" 전면 부인한 은수미…2심도 징역 2년

최모란 2023. 5. 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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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은수미 전 성남시장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자신을 수사하는 경찰관에게 수사 정보를 받는 대가로 부정한 청탁을 들어준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은수미(59) 전 경기 성남시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은 전 시장은 재판 내내 “부끄러운 일은 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수원고법 형사1부(박선준, 정현식, 배윤경 고법판사)는 4일 뇌물공여 및 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은 전 시장의 항소를 기각했다. 또 뇌물공여 등 혐의로 같이 재판에 넘겨진 은 전 시장의 최측근인 정책보좌관 박모(52)씨와 은 전 시장의 수행비서 김모(42)씨에게 각각 징역 4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한 원심도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와 관련자들의 진술, 증언들에 비춰보면 원심의 양형 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짙은 남색 정장을 입고 법정에 선 은 전 시장은 법원의 선고에 고개를 저으며 눈을 감았다. 은 전 시장은 올해 2월 “방어권 행사를 위해 보석을 허가해달라”며 법원에 보석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날 실형 선고와 함께 보석 청구도 기각했다.


수사자료 넘겨받고 부정한 청탁 들어줘

은 전 시장은 최측근인 전 정책보좌관 박씨와 공모해 2018년 10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자신을 수사하던 성남중원경찰서 소속 전 경찰관 A씨(56)에게 수사 기밀을 넘겨받고, 대가로 인사 청탁과 이권 개입 요구를 들어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A씨의 상관인 퇴직 경찰관 B씨(63)의 인사 청탁과 건설사업 동업자의 도시계획위원 위촉 요구도 들어준 혐의를 받는다. 이밖에 2018년 10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정책보좌관 박씨에게 휴가비나 명절 선물 등 명목으로 467만원 상당의 현금과 와인 등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사실은 공익제보자 이모씨의 폭로로 드러났다. 은 전 시장의 비서관으로 일하다 2020년 3월 사직한 이모씨는 “은 전 시장이 2018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을 당시 검찰에 송치되기 전 A씨가 수사 결과 보고서를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은 전 시장은 2016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성남지역 조직폭력배 출신이 대표로 있는 코마트레이드 측으로부터 95차례에 걸쳐 차량 편의를 받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A씨는 이 사건의 담당 경찰이었다. 은 전 시장은 이 사건으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았다.

2021년 12월 은수미 전 성남시장의 채용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시청에서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품을 챙겨 나오고 있다. 뉴스1


A씨는 은 전 시장 사건을 무마해 준 대가로 자산의 지인을 성남시 6급 팀장으로 승진시켰고, 성남시 터널 가로등 교체사업을 특정 업체가 맡도록 계약을 성사시켜 주고 7500만원의 뒷돈도 챙겼다. A씨의 상관인 B씨도 박씨에게 “은 시장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인사 청탁 등을 대가로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이 사건으로 2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고, B씨도 이날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이 선고됐다.


은수미 “무죄” 주장, 측근은 혐의 인정


은 전 시장은 재판 내내 “박씨에게 범죄 사실에 대한 내용을 보고받거나 지시한 적도 없고, 와인인 현금 등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6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도 “공인으로서 뇌물죄로 법정에 선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며 “제 범죄 사실을 입증할 증거는 오직 증언밖에 없다. 결코 부끄러운 일을 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측근인 박씨의 진술은 달랐다. 박씨는 재판 과정에서 경찰관들의 인사 청탁에 대해 “(은 전 시장이) 알아서 하라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박씨는 최후 진술에서도 “잘못된 판단과 생각으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죗값을 치르겠다”고 말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은 전 시장이 박씨로부터 공무원들의 요구를 보고받고 (인사청탁에 대한) 승락 의사를 표시한 거로 보인다”며 “박씨의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이 수긍된다”고 판단했다.

한편 같은 재판부는 이날 박 전 정책보좌관과 경찰관 A씨의 다른 뇌물 사건에 대한 2심 선고에서 원심 형량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A씨의 인사 청탁을 들어주고 1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기소된 박 전 정책보좌관에게 징역 7년을, 사건 자료를 제공하는 대가로 인사 청탁을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로 기소된 경찰관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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