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하루만에 보복 나섰다…"올해 가장 센 공격" 키이우 등 공습 [영상]
러시아가 4일 새벽 2시께(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포함한 전국 주요 지역에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했다.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스트라나 등에 따르면, 이날 수도 키이우에선 공습 경보 발령과 동시에 폭발이 일어났다. 키이우시 군정 수장 세르게이 포프코는 소셜미디어에 “올들어 가장 강력한 공격”이라고 전했다.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서도 8차례 폭발이 일어났다.
이번 공격은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머무는 크렘린궁을 겨냥한 무인기(드론) 공격에 보복한 것으로 보인다. 3일 새벽 크렘린궁 상공에 15분 간격으로 드론 2대가 날아들었고, 방공망에 감지돼 짧은 화염과 함께 모두 격추됐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에 없었고, 모스크바 외곽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일정을 소화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크렘린궁은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크렘린궁 대통령 관저에 대한 공격을 시도했으나, 군이 이들을 무력화했다”며 우크라이나의 소행으로 못 박았다. 이어 “러시아 대통령의 생명을 노린 계획적인 테러 행위로 간주한다”면서 “러시아는 적합한 시기와 장소에 보복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크렘린궁은 오는 9일 전승절 행사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내 강경파는 일제히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두마) 의장은 소셜미디어에 “우크라이나의 테러 정권을 파괴할 능력 있는 무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핵무기 사용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젤렌스키와 그의 일당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며 암살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메드베데프는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러시아 대통령을 지낸 인물이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는 “드론이 미국 백악관이나 국회의사당, 펜타곤을 공격하면 미국인이 어떻게 반응하겠냐”면서 “러시아는 이 오만하고 주제넘은 테러 공격에 대응할 것이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지도부에 가한 위협에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3일 열린 북유럽 5개국 정상회담에 ‘깜짝’ 참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우크라이나는 푸틴 대통령 또는 러시아 모스크바를 공격하지 않았다”며 배후설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우리는 그런 공격을 할 만한 무기도 충분치 않다”면서 “우리의 영토에서 우리의 마을과 도시들을 지키고 있을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되레 이번 드론 공격이 러시아의 자작극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국 국방외교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 당국이 최근 모스크바 인근에 판시르 방공 시스템을 배치한 사실을 언급하며 “(드론이) 이처럼 성능 좋은 방공망의 탐지·파괴 능력을 수차례 회피하고, 크렘린궁까지 날아와 그 상공에서 격추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드론 공격 직후 크렘린의 즉각적이고 일관된 대응은 이번 사건이 정치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준비된 일련의 과정임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ISW는 이번 드론 공격이 전승절 연휴와 가까운 시기에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러시아 국민들에 ‘전쟁 위기감’을 끌어올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짚었다. 이를 통해 푸틴 정부가 전쟁 명분을 강조하고 더 광범위한 동원령의 포석을 깔고자 했다는 시각이다.
우크라이나 역시 러시아가 이번 사건을 무차별 공격 명분으로 활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도시와 민간인 및 인프라 시설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번 공격을 악용할 것”이라며 “향후 수일 내 러시아의 대규모 도발을 예고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3일 봄철 대반격을 준비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강화에 나섰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3일 우크라이나에 155㎜ 곡사포 및 포탄,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로켓탄 등 3억 달러(약 4000억 원) 규모의 무기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번 지원은 우크라이나가 잔인하고 명분 없는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계속 방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 “러시아는 오늘이라도 전쟁을 끝낼 수 있으며, 그때까지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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