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오자마자 권총 꺼냈다…세르비아 13세 총기난사, 9명 사망
동유럽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13세 소년이 무차별 총격을 벌여 학생 8명 포함, 최소 9명이 숨졌다.
이번 총격은 유럽에서 총기 규제가 매우 엄격한 세르비아에서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세르비아 정부는 오는 5일부터 사흘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희생자를 기리기로 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용의자 코스타 케크마노비치(13)는 이날 자신이 다니던 6~15세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했다. 이 총격으로 여학생 7명과 남학생 1명, 경비원 1명이 숨졌다. 희생자들은 2009~2011년생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학생과 교사 등 7명이 다쳐 입원 치료 중이다. 일부는 위독한 상태다. 경찰은 총격 사건 직후 학교를 전면 통제하고 인근 학교들도 임시 휴교했다.
현지 경찰 조사 결과, 용의자는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가방에서 권총을 꺼내 들었다. 먼저 경비원을 죽이고 건물 복도에서 여학생 3명에게 총을 쏜 뒤 가까운 교실로 들어가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이후 용의자는 경찰에 직접 전화해 범행을 자백했고 운동장에서 체포됐다. 자수 당시 그는 자신을 "진정할 필요가 있는 사이코패스"라고 소개했으며 범행으로 인한 공포와 공황에 따른 가쁜 호흡을 보이는 등 흥분에 사로잡힌 모습이었다고 경찰 당국이 전했다. 청바지 차림에 얼굴은 외투로 가린 채 경찰에 연행되는 장면이 현지 방송에 생중계됐다.
베셀린 밀리츠 베오그라드 경찰청장은 "용의자는 권총 2자루와 화염병 4병을 소지하고 있었다"며 "그는 학교 출입구와 교실 내부를 직접 그린 스케치를 갖고 있는 등 한 달 전부터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심지어 학급별로 죽이고 싶은 아이들의 이름을 적은 리스트까지 만들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조사 중이다. 한 여학생(14)은 로이터에 "그는 평소 조용하고 착해 보였고 성적도 좋았다"며 "잘 알지는 못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그렇게 개방적인 성격은 아니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용의자가 범행 전에 친구들이 있는 다른 반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범행에 사용된 권총은 용의자 아버지의 것으로 드러났다. 아버지가 합법적으로 소유하고 있던 총은 금고에 보관돼 있었으나, 용의자가 비밀번호를 알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베오그라드 검찰청은 "세르비아 법에 따라 14세 미만 청소년은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용의자는 정신치료 시설로 보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신 용의자의 부모가 체포됐다. 이들은 아들을 최소 3차례 사격장에 데리고 간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사건이 발생한 학교 주변에 많은 사람이 모여 꽃을 놓고 촛불을 밝히며 애도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오늘은 세르비아 현대사에서 가장 힘든 날 가운데 하나"라며 "총기 허가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등 총기를 더 엄격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세르비아는 총기법이 매우 엄격하지만, 민간에 불법 총기 수십만 정이 넘쳐나 사회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 1990년대 발칸반도를 휩쓴 내전을 겪으면서 많은 총기가 풀렸기 때문이다.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세르비아는 인구 100명당 39.1자루의 총을 갖고 있어, 세계에서 3번째로 민간인의 총기 소유가 많은 국가였다.
세르비아 역대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으론 지난 2013년 벨리카이반카 시내에서 14명이 살해된 사건이 거론된다. 2016년과 2015년, 2007년에도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졌으나, 범인은 모두 성인이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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