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박순자·태영호는?"…이재명식 '동문서답' 화법 논란
송영길 묻자 "김현아 전 의원은요" 반박
최재성 "당대표가 할 수 있는 발언 아냐"
이상민 "'잘했다' 박수받기는 어려울 것"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국민의힘에 제기된 의혹을 되묻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동문서답' 화법이 도마 위에 올랐다. 현실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사안을 회피하는 느낌을 주는 것은 물론 상대 당을 끌어들이는 화법이 당대표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당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4일 불교방송라디오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 대표의 화법과 관련한 질문에 "질문이 왔으면 그에 대해 진솔하게 최선을 다해서 답변을 하든지, 아니면 하지 못할 사정이 있으면 그런 사정이 있다고 하든지, 이렇게 하는 게 정석"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의원이 지적한 이 대표의 화법은 전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이후 '돈봉투 의혹'에 연루돼 자진 탈당한 윤관석·이성만 두 의원을 직접 설득한 게 맞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 과정에서 나왔다.
당시 기자들은 이 대표에게 "두 의원이 탈당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당에서 제안한 것이 있느냐"고 물었는데, 이 대표는 "우리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의 녹취 문제는 어떻게 돼가나. 명백한 범죄행위로 보여지던데"라며 동문서답을 했다.
이어 "(윤·이 의원이) 검찰 수사가 진행된 후 탈당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는 질문을 받아도 이 대표는 "태영호 의원의 사건은 검찰 수사를 한다고 하던가. 원래 의무적 수사사항이라고 하던데"라고 재차 동문서답으로 일관했다.
이 의원은 이 대표의 해당 발언에 "무슨 뜻인지는 대략은 알겠는데, 그러한 대응을 쉽게 공감하기는 좀 어렵다. 상대 당의 그런 부분, 우리가 얘기 안해도 국민이 다 안다. 그것은 별도의 채널에서 비판을 하든지 문제제기를 하면 될 일"이라며 "굳이 당대표가 그런 식의 반응을 보이면, 별로 호의적이지 않을 것 같다. 썩 그렇게 잘했다 이런 박수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대표의 이같은 발언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 이 대표는 송영길 전 대표의 파리 기자회견 직후인 지난달 24일, 기자들로부터 "송 전 대표 기자회견 어떻게 보셨나"라는 질문을 받고 "김현아 의원은 어떻게 돼가고 있어요? 몰라요?"라고 기자들에게 되물었다. 김현아 전 의원은 정치자금을 모으는 과정에서 전·현직 고양시의원들을 동원했다는 이른바 '공천 뇌물' 의혹을 받고 있다.
이튿날인 25일에도 이 대표는 기자들이 "송 전 대표의 출국금지 조치"에 대해 질문하자 이번엔 "박순자 의원 수사는 어떻게 돼갑니까? 관심이 없으신가 보다"라고 대답했다. 박순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지난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의원 공천권을 빌미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기소 됐다. 이처럼 이 대표는 국민의힘 내 비리 사건들을 꺼내들며 민주당을 향한 방어논리를 펼친 것이다.
원내뿐 아니라 원외에서도 이 대표의 이같은 발언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에 나와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야당에 대한 정치수사에 비해 너무 편파적이라는 점을 에둘러 지적한 것 같지만 당대표가 할 수 있는 발언이나 행위가 아니라고 본다"며 "돈봉투 문제 등을 질문하면 그것에 맞는 얘기를 해야지, 타당을 끌어들여서 그렇게 하는 건 당대표가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균형 잃은 처사에 대한 지적일 수 있다. 통상 태영호 의원 같은 경우도 저런 의혹이 불거지면 검찰에서 충분히 수사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도, '하지 말았어야 했냐'는 진행자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이같은 '동문서답' 답변이 잇따르자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이 대표가 보란 듯, 자체 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 2일 김현아 전 의원에 대한 당무 조사에 돌입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또다른 전직 의원인 박순자 전 의원은 이미 지난해 12월말 강제 탈당 조치된 상황이다.
아울러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녹취록 논란이 불거진 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절차에 착수하겠다고 공언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원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윤리위원회에서 함께 병합해 판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아울러 유사 사항이 재발할 경우에도 당 윤리위를 통해 단호한 대처를 주문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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