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차 1.75%P '역대 최대'…자금유출 우려는 '기우'

고정삼 2023. 5. 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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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또 베이비스텝…상단 5.25%
"자금 이탈엔 성장률 등 복합 영향"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워싱턴·AP=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시장의 예상대로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p)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인 1.75%p까지 벌어졌다.


한국은행이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금리 차이에 따른 외국인투자자 자금 유출과 환율 상승 우려가 나온다. 다만 내외 금리차가 자금 이탈과 외환시장 변동성을 확대하는 절대적 요인이 아닌 만큼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4일 금융권에 뜨르면 미 연준은 지난 2~3일(현지시각) 진행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0.25%p 인상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4.75~5.00%에서 5.00~5.25%가 됐으며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 수준에 달하게 됐다.


이에 따라 한국(연 3.50%)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사상 최대인 1.75%p가 됐다. 이는 지난 2000년 10월(1.50%p) 이후 가장 큰 격차다. 앞서 한은은 지난 2월과 4월 두 차례 연속 금리 동결을 결정했는데, 이달 25일 열리는 금통위에서도 동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내 물가가 안정세를 되찾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로 전월 4.2%보다 0.50%p 하락했다. 연초까지만 해도 5%대를 나타냈던 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2월(3.7%) 이후 14개월 만에 3%대로 떨어졌다. 통화정책 효과가 나타나면서 물가가 잡히고 있는 만큼, 무리하게 금리를 올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만 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지자 이에 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리 차이가 크게 벌어진 상태가 지속되면 외국인투자자의 자금이 높은 수익률을 좇아 빠져나가고,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면서 외환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은은 금리 차이에 관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특정 원·달러 환율 수준을 염두에 둔다면 금리로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변동성이 크면 그 수준과 관계없이 금리뿐 아니라 여러 다른 정책을 통해 반응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과거와 달리 채권국이자 외환보유액도 충분하다"면서 "어느 정도 (환율) 변화가 있어도 예전처럼 불안해할 필요가 없고,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방안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 추이.ⓒ뉴시스

또한 급격한 자금 유출도 나타나진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한·미 정책 금리가 최대 1.5%p까지 벌어졌던 1996년 6월부터 2000년 5월까지의 기간 동안 오히려 증권자금은 169억 달러가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6월부터 2006년 6월(최대 역전 폭 1.0%p)까지의 기간에서도 증권자금은 305억 달러가, 2015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0.875%p)는 403억 달러가 유입됐다.


이는 투자 자금 이탈에 내외금리차 등의 금리 변수뿐 아니라 위험회피심리, 성장률 격차, 원자재 가격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한은이 성장(성장률 격차·원자재 가격), 금리(FFR·내외금리차), 리스크(VIX·EMBI) 등의 변수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신흥국 투자 자금 유·출입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성장 및 리스크 변수가 유의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 변수의 기여도가 금리 변수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 관계자는 "신흥국 투자 자금 유·출입 전망 시 금리뿐 아니라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실제 성장 및 리스크 변수가 금리에 비해 신흥국 투자 자금 순유출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도 지난 3월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한·미 금리 격차 자체가 환율과 외국인 자금에 기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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