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비하인드] "가장 빠르게 접촉"···'대어' 페디 낚은 NC
배중현 2023. 5. 4. 14:05
외국인 에이스 에릭 페디(30·NC 다이노스)를 영입한 비결은 결국 '타이밍'이었다.
지난겨울 NC는 고민이 깊었다. 4년을 함께한 드류 루친스키(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미국 메이저리그(MLB) 복귀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연평균 13승(통산 53승)을 해낸 그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우느냐가 지상 과제. 2023년 팀 성적을 좌우할 변수 중 하나였다.
외국인 선수 시장을 물색하던 NC 레이더에 어느 날 페디가 포착됐다. 페디는 최근 두 시즌 미국 메이저리그(MLB)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선발 투수로 뛴 현역 빅리거. 2014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18번) 출신이기도 하다. 여기에 에이전트가 스콧 보라스인 거물 중에 '거물'이었다.
페디의 아시아리그 진출 가능성을 감지한 NC는 빠르게 접촉, 맥시멈 계약 조건(100만 달러·13억원)을 건넸다. 현행 KBO리그에선 새롭게 영입하는 외국인 선수의 몸값이 인센티브, 이적료, 계약금 포함 최대 100만 달러다. 영입을 원한다고 더 높은 금액을 줄 수 없는 상황. 같은 금액이라면 먼저 접촉한 구단이 우선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복수의 구단이 영입전에 뛰어든 페디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NC가 웃었다.
보라스 코퍼레이션 측은 "NC 구단이 논텐더 발표 후 가장 빠르게 연락을 주셔서 우선적으로 협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임선남 NC 단장은 "MLB 구단에서 어느 선수를 영입하고 방출하는지 거의 실시간으로 체크한다. (영입 가능한) 후보를 추리고 접촉하고 있었는데 타이밍이 잘 맞아서 페디가 (시장에) 나왔을 때 바로 접촉했다"고 말했다. 2주 가량 고민의 시간을 가진 페디는 NC의 조건을 받아들였다.
임선남 단장은 "(페디가 고민하는 사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여러 선수를 꾸준히 알아보고 있었는데 1순위는 페디였다"며 웃었다. 계약 합의를 마친 페디는 한국으로 들어와 서울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했다. 고민은 없었을까. 루크 스캇(전 SK 와이번스) 제임스 로니(전 LG 트윈스)처럼 화려한 빅리그 경력에도 불구하고 KBO리그 안착에 실패한 외국인 선수가 적지 않았다. 미국과 다른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낭패였다. 임 단장은 "몇년 동안 풀타임 선발로 뛰었다는 건 재능이 있다고 MLB 구단에서 인정한 거다. 거기에 맞는 경기 운영 능력을 갖췄고 다양한 구종 덕분에 국내 적응이 수월할 거로 봤다"며 "빅리그 경력이 많지만 (직접 만나서 얘기해보면) 거만하거나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페디는 KBO리그에 연착륙 중이다. 4월 한 달 동안 6경기에 선발 등판, 4승 1패 평균자책점 0.47을 기록했다. 규정이닝을 채운 26명의 투수 중 평균자책점 1위. 그뿐만 아니라 탈삼진(48개) 2위, 이닝당 출루허용(WHIP·0.89) 3위를 비롯해 각종 투수 지표가 리그 톱이다. 부상자가 속출한 NC가 상위권 경쟁을 할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가 로테이션에서 버팀목 역할을 한 페디 덕분이었다. 루친스키의 빈자리를 기대 이상으로 채우고 있다. 강인권 NC 감독은 "페디의 강점은 하나로 말하기 어렵다. 뛰어난 능력과 자질을 가졌다"고 극찬했다.
NC의 또 다른 외국인 투수 테일러 와이드너가 장기 이탈 중이다. 와이드너는 허리 통증 문제로 4월 데뷔가 불발됐다. 자칫 선발 로테이션이 크게 흔들릴 수 있지만 페디가 묵직하게 중심을 잡는다. 빠르게 움직인 NC가 '대어'를 낚았다.
창원=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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