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황제노역' 차단…도피한 선종구 벌금 300억 다 받아냈다

2012년 4월 선종구 당시 하이마트 회장. 수천억원의 배임 혐의로 2022년 3월 징역 5년과 벌금 300억원이 확정됐지만 이후 해외 도피했다. 중앙포토

수천억원의 배임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고 해외 도피한 선종구(76) 전 하이마트 대표이사 회장에 대해 검찰이 최근 벌금 300억원을 집행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집행2과는 지난달 말 선 전 회장의 벌금 300억원을 전액 집행했다. 선 전 회장의 가족이 24억원가량을 냈고, 선 전 회장이 국세청을 상대로 승소한 증여세부과처분취소 소송의 국세환급액을 검찰이 압류해 나머지 270억원가량을 집행한 것이다.

한 법조인은 “이번 벌금 집행으로 추후 일일환산 3000만원대에 이르는 황제노역을 방지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앞서 선 전 회장은 2022년 3월 3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징역 5년에 벌금 300억원을 확정 판결 받았다. 그는 2005년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에 하이마트를 LBO 방식으로 매각할 당시 하이마트 소유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해 회사에 2408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LBO는 사들이려는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회사에서 빌린 자금을 이용해 해당 기업을 인수하는 M&A 기법이다.

당시 대법원은 “LBO로 발생한 대출금을 AEP 측이 갚지 못할 경우 담보를 제공한 하이마트가 자산을 잃게 되는 위험을 부담하게 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AEP 측이 하이마트가 지는 위험에 아무런 반대급부를 제공하지 않았는데도 하이마트 대표이사가 임의로 회사 자산으로 담보를 제공했다면 대표이사가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입힌 것으로 봐야 한다”라고 판시했다.

확정 판결 직후 선 전 회장은 미국으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장기간 성실하게 재판에 임해왔다는 등의 이유로 법정구속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선 전 회장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와 여권 무효화 조치를 해놓은 상태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