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호텔서 숨진 韓여성 짐만 왜 쌌나…수상쩍은 남친의 행적

배재성 2023. 5. 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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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남부 가오슝 첸진지구의 한 호텔 객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여성의 남자친구가 살해 혐의로 경찰에 출석하는 장면. 대만 TVBS 유튜브 캡처

대만(타이완)에서 30대 한국인 여성 관광객이 현지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현지 수사 당국은 최초 신고자 남자친구를 유력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현지 경찰에 출석한 그는 “여자친구를 살해했냐”는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지난 2일 대만 현지 언론인 대만연합보 등에 따르면 A씨(32)는 전날 친형과 변호사를 대동하고 가오슝시 첸진구 관할 경찰서에 출석했다. 그는 검은색 상의를 입고 모자와 마스크, 선글라스 등으로 얼굴을 가렸다. ‘여자친구를 살해했냐’ 등 취재진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대만 검찰은 현재 A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법원은 A씨가 외국인인 점을 고려해 10만 대만달러(약 440만 원) 보석금을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했다. 다만 그는 8개월 간 출국 금지 및 거주지 제한, 정기 신고를 명령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 1시30분쯤 남부 가오슝 첸진지구의 한 비즈니스 호텔 객실에서 한국인 여성 B(31)씨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남자친구 A(32)씨가 최초로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호텔 직원에게 “B씨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구조를 요청했고, 이후 B씨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같은날 오후 2시쯤 사망 선고를 받았다. 지난 22일 대만으로 3박 4일 자유여행을 떠난 이들은 25일 귀국 예정이었다.

현지 수사당국에 따르면 B씨가 구급차에서 실려갈 당시 객실에는 맥주 캔과 고량주 병, 각종 음식들이 있었으며 바닥에는 혈흔이 발견됐다.

A씨는 현지 경찰에 “여자친구와 객실에서 술을 마셨고, 깨고 나니 여자친구가 침대에서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며 “여자친구가 넘어져서 다친 줄 알고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 안에서 몸싸움 흔적 등 특이점을 찾지 못한 경찰은 주타이베이 한국대표부에 사건을 통보하고, 숨진 B씨에 대한 법의학 검사를 진행했다.

현지 수사당국의 간이 법의학 검사 결과에서 B씨의 머리와 팔, 다리에 멍이 발견됐고 지난 27일 진행된 부검에서도 법의학 전문가들은 둔기에 맞았거나 짧은 거리에서 벽에 부딪힌 것으로 추정되는 두부 외상과 오른손 타박상 등을 발견했다.

여자친구 B씨의 짐가방. 유튜브 화면 캡처


이후 A씨가 여자친구의 짐을 급히 한국으로 부치려 했던 행동 등을 의심한 현지 수사당국은 타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그를 긴급 체포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귀국 비행기표를 이미 구입한 데다 사망한 여자친구의 유해를 추후 고국으로 인도할 때 수하물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며 “여자친구 짐부터 한국으로 부친 것”이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B씨의 짐가방에는 고인의 옷가지만 들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의심할 만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수사당국은 혈흔 검사 등 B씨의 짐가방에 대한 법의학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B씨의 시신은 화장 뒤 가족에게 인계될 예정이다.

외교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만 현지 수사당국에서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고 우리는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며 “다만 개인적인 신상과 관련된 사안이어서 현시점에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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