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카드 쥔 삼성전자 노조 "이재용 회장 태도에 따라 파업 불사"

임채현 2023. 5. 4.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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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가능한 쟁의권 지난해 이어 올해도 확보
4일 기자회견 "일단 사측과 대화 원해"
여론 의식한 모습도..."임금 문제 때문 아냐"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원들이 4일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모습.ⓒ데일리안 임채현



파업이 가능한 쟁의권을 확보한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일단은 먼저 사측과 대화를 원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파업 현실화가 일단락됐다. 반도체 등의 사업을 포함한 삼성전자의 영업익 급감과 대외적인 여건을 고려할 때 파업 단행이 여론의 비판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노조는 사측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언제든 파업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전국삼성전자노조(이하 노조)는 4일 오전 삼성전자 서초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넌 4월 14일 삼성전자는 노조와 임금 교섭을 진행하던 도중에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노조와 합의하지 않은 최종 교섭안을 발표했다"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비상식적으로 노조 대신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 협약을 체결하는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삼성전자의 임금인상은 초라한 인상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회사와 노사협의회의 임금 협상이 무노조경영을 위한 불법이라는 점"이라며 "저희 1만명 조합원과 소통해서 (파업 강행 여부를) 진행하도록 할 것이다. 다만 우린 아직 대화를 원하고 있다. 파업 실행 여부는 이재용 회장과 정윤호 부회장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날을 세웠다.


노조는 이날 '임금 인상률'보다 '사측의 노사협의회 이용'에 방점을 뒀다. 노사협의회는 회사를 대표하는 사용자 위원과 직원을 대표하는 근로자 위원이 참여해 임금 등 근로조건을 협의하는 기구로, 삼성전자는 매년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인상률을 정해왔다. 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은 직원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이는 최근 회사 사정이 어려움에도 노조가 임금 인상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는 여론의 거센 비판이 일정 부분 작용한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노조는 입장문을 내고 "회사는 노사협의회를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예리한 칼로 사용하고 있다"며 "노사협의회는 법률적으로느 사실적으로나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조를 억누르는 수단으로 사용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해 12월부터 사측과 합의를 시작했지만 아직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다. 삼성전자 사측은 지난달 14일 노사협의회에서 올해 평균 임금을 4.1%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경쟁사와의 비슷한 수준"을 언급하며 그보다 높은 임금 인상률인 6%를 요구,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노사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지난 2일 중앙노동위원회는 '조정중지'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노조 측은 쟁의권을 획득했고 조합원의 투표를 거쳐 파업을 할 수 있게 됐다. 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통해 과반 이상 찬성을 얻을 경우 쟁의행위에 돌입할 수 있다. 만일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다면 1969년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파업이 된다.


노조는 지난해에도 쟁의 조정을 신청해 쟁의권을 확보했으나 실제 파업에 나서지는 않았다. 올해 역시 파업에 앞서 대화를 통한 해결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노조는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현국 전국삼성전자노조 부위원장은 "조합원이 1만 명이나 된다. 노조를 만들고 1만 명이 탄생한 노조가 없었던 만큼 직원들의 분노가 크다"며 "파업을 통해 삼성의 악행이 멈춰질 수 있다면 강행하겠지만 우린 아직 대화를 원한다. 당장은 아니지만 삼성그룹 전체 노조 총파업을 실행할 수 있게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음주 베트남에 가서 전 세계 140여개 노조가 모인 곳에서 삼성의 악행을 낱낱이 알리고 올 계획"이라며 "그 다음에 전국에 계신 11만명 직원들을 한명씩 만날 예정이다. 회장 자택 앞 투쟁과 반도체 생산라인을 세우는 등의 모든 것은 사측의 결단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삼성전자 노조 중 가장 규모가 큰 한국노총 전국삼성전자노조의 조합원은 약 9000명으로, 전체 직원(12만1000여 명)의 약 7.4% 수준이다. 지난해만 해도 조합원 수는 4500여 명으로 전체 임직원 11만여 명 중 4%에 불과했지만 소폭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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