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득 안 돼" 토종어류 홍보하던 단양, '묵납자루' 서식지 훼손

최종권 2023. 5. 4.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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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충북 단양군 어상천면 어곡천 재해복구 공사 현장. 이 공사로 묵납자루 서식지가 훼손됐다. 사진 독자


“강바닥 긁어내고, 수변 식물 뽑아” 묵납자루 서식지 훼손


충북 단양군이 하천 재해복구 공사를 하면서 토종어류 ‘묵납자루’ 서식지를 훼손해 논란이다.

4일 단양군에 따르면 군은 2020년 수해 당시 하천이 범람한 어상천면 어곡천에 260억원을 들여 하천 폭 넓히기, 제방 도로 개설, 가동보 설치 등 재해 방지 사업을 한다. 환경부 환경영향 평가 등을 거쳐 2021년 6월께 공사를 시작해 올 상반기 마무리할 예정이다. 강바닥을 긁어내는 평탄화 작업을 하고, 하천 둑 인근 수변 식물을 제거했다. 공사는 85% 정도 진행했다. 생태환경 전문가 등은 “공사 과정에서 한강 수계에서만 서식하는 토종어류 ‘묵납자루’ 서식지가 대부분 훼손됐다”며 복원 사업을 촉구하고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묵납자루는 어상천면 하천에 집단 서식하고 있다. 몸길이 5~7cm 크기로 4~5월에 산란하고 남한강 등 물이 완만하게 흐르는 곳에 서식한다. 지느러미와 몸통이 묵색(짙은 검은색)을 띠는 게 특징이다. 최근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단양을 비롯한 충북 일부 지역과 강원 영서 한강 수계 하천에 살고 있다.
충북 단양과 강원 영서 지역 하천에 주로 서식하는 토종어류 묵납자루. 사진 독자


생태전문가 “묵납자루 살 수 없는 환경”


논란이 된 어곡천은 어류학계가 묵납자루 산란과 이동 등을 관찰하던 장소다. 관련 논문 2편이 어곡천 서식지를 배경으로 연구됐다. 한 어류 전문가는 “공사 현장을 둘러본 결과 묵납자루가 살 수 없는 환경이 돼 버렸다”며 “묵납자루가 집으로 삼는 수변 식물이 없어지고, 먹이활동을 위해 필요한 바닥 모래, 큰 돌이 없어지다시피 했다. 서식지 복원에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지적했다.

재해복구 공사를 하는 어곡천 10㎞ 구간 중 묵납자루 서식지는 심곡리 3.86㎞ 공사 구간이다. 이곳 하천은 5개월 전만 해도 수변 식물들로 가득했다. 현재 기존 식물이 모두 뽑혔고, 하천 둑은 콘크리트 등으로 덮였다.

단양군은 “공사 전에 묵납자루 서식지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김병근 단양군 하천팀장은 “어곡천 일대에서 2020년 수해로 주민 2명이 사망하는 등 재해 복구 필요성이 제기된 상황이었다”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서도 어류 서식지 복원 언급이 없어서 하천 공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충북 단양 어상천면 어곡천 묵납자루 서식지 인근 하천 공사 현장. 사진 독자


서식지 훼손한 단양군, 6년째 묵납자루 기획 전시


묵납자루 서식지를 파괴한 단양군은 다른 곳에선 토종어류 어족자원 보호에 힘쓰고 있다. 군은 지난달 생태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인공산란장을 설치했다. 인공산란장은 산란지와 서식지를 잃고 제때 산란하지 못한 토종 어류에게 도움을 주는 시설이다. 수초나 나뭇가지 등에 산란한 토종 어류 알이 육지로 드러나 말라 죽는 것도 방지해 준다.

남한강 상류에 있는 단양군은 2012년 다누리 아쿠아리움을 만들어 전시 수조 118개에 국내외 민물고기 234종, 2만3000여 마리를 전시하고 있다. 2016년부터 묵납자루 등 9종 멸종위기 토종어류도 이곳에서 기르고 있다.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사무처장은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라며 “환경부에서 국내 어류자원 데이터베이스가 이미 구축돼 있을 텐데 군이 제시한 하천공사를 그대로 승인해 준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단양 묵납자루 서식지 하천 공사 전(왼쪽)과 공사 후 모습. 사진 독자

단양군은 환경부와 함께 지난 3일 묵납자루 서식 여부를 확인하고 향후 서식지 복원 사업을 검토하기로 했다.

단양=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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