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동네 책방의 사회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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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5일 '평산책방' 앞치마 차림의 문재인 전 대통령 모습이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했다.
자주 가던 동네책방이 사라진다는 소식을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SNS를 통해 소식을 전하면서 동네 작은 책방을 일부러 찾는 유행이 퍼져나갔다.
그 대신 작은 동네책방에는 이전에 없던 사회적 의미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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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5일 ‘평산책방’ 앞치마 차림의 문재인 전 대통령 모습이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했다. 책방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그 모습이 무척 반가웠다. 수많은 책방이 사라지고, 새로 문을 여는 책방들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평산책방을 통해 책방의 의미와 가능성에 대해 생각할 계기를 갖게 되었으니 고마운 일이다.
부러움도 없지 않다. 최근 30여 년 동안 미국의 서점은 매우 큰 변화를 겪었다. 1990년대 후반 곳곳에 대형 서점 체인이 들어섰다. 2000년경 온라인 서점이 등장했다. 온라인 서점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역설적으로 동네 책방을 위협하던 대형 서점 체인들이 점점 줄어들더니 2010년대에는 책방들이 앞다퉈 폐업의 길을 걸었다. 전자책이 인기를 끌면서 책방의 쇠락은 더욱 급물살을 탔다.
그런데 뜻밖의 상황이 펼쳐졌다. 자주 가던 동네책방이 사라진다는 소식을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SNS를 통해 소식을 전하면서 동네 작은 책방을 일부러 찾는 유행이 퍼져나갔다. 그 당시 20대였던 밀레니얼 세대들 사이에는 책을 팔긴 하지만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북카페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책방을 찾는 발걸음이 이어지자 작은 책방들은 온라인 서점과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큐레이팅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그 뒤로 10년. 책방은 미래가 없는 산업에서 고객이 아끼고 지키는 산업으로 변화했다. 예전의 책방은 책을 사는 곳이었기 때문에 위치, 크기, 서비스 등이 중요했다. 하지만 온라인 서점이 커지면서 더 책방의 위치와 크기가 특별한 의미를 가질 이유가 없었다. 그 대신 작은 동네책방에는 이전에 없던 사회적 의미가 만들어졌다. 책방은 취향의 영역이 되었다. 나아가 평판 좋은 책방 북토크 참석은 자기 자신을 드러내기에 매우 좋은 장소다. 분위기도 좋고 체인점보다 개성이 있으니 금상첨화다. 따라서 좋아하는 책방이 오래 유지되도록 돕는 일은 책방을 통한 개인의 만족도에 달렸다.
미국에도 동네책방은 있다. 한국 책방들과 규모도 비슷하고 큐레이팅을 중시하며 찾는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부합한다는 점도 유사하다. 하지만 한국 책방과 같을 수는 없다. 한국 동네책방 중에는 책을 중심으로 튼튼한 공동체가 만들어진 곳들이 꽤 있다. 북토크도 자주 열리고, 독자들끼리의 독서 모임도 활발하다. 주인과 단골이 스스럼없이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동네책방을 통해 형성된 공동체는 개인은 물론 지역 차원에서도 소중한 자산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평산책방이 지역 경제에 기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책방 좋아하는 이들은 로컬 경제에도 관심이 많아 일부러 책방 인근에서 소비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으니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이에 비해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구현하는 데 관심을 쏟는 미국 동네책방은 개인이 강조되다 보니 공간 자체가 건조하고 재미가 없다.
작은 책방 운영은 쉽지 않다. 하지만 한국의 책방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사람을 모으고 그 안에서 소통을 통해 공동체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런 동네 책방들이야말로 잃어버린 이웃과의 연대를 되찾고, 지역 중심 공동체를 만들어낼 여지도 충분하다. 시대의 필요가 된 공동체를 선두에서 만들어 내는 곳이 한국의 동네책방들이다. 비록 고군분투 중이지만 한국 동네 서점들이 더 번성해질 가능성에 나는 한 표를 던지고 싶다. 더 많은 평산책방이 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함께 보탠다.
로버트 파우저 전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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