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희 임명' 적격 판단 맡은 법제처, 과거에는 5일만에 판단
[신상호 기자]
▲ 방송통신위원회 야당 추천 위원으로 내정된 최민희 전 의원 |
ⓒ 남소연 |
최민희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내정자(더불어민주당 추천)의 적격성 여부에 대한 법제처의 유권해석이 전례와 다르게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제처가 지난 2014년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추천한 상임위원의 자격과 관련한 유권해석의 경우 5일 만에 '부적격' 결론을 내린 바 있지만, 이번엔 방통위가 유권해석을 의뢰한지 20여일이 지나고도 별다른 입장이 나오지 않고 있다. 법제처는 최 내정자의 적격성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까지 2개월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방송통신위는 지난 4월 13일 최민희 내정자의 상임위원 결격 여부에 대해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측이 문제 삼는 최 내정자의 한국정보산업연합회(FKII) 재직 경력이 상임위원 임명에 법적으로 결격 사유인지를 판단해 달라는 것이다. 방통위의 의뢰를 접수한 법제처는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다.
법제처는 <오마이뉴스>에 "유권해석 결론이 나오려면 일반적으로 2개월 이상 걸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부처를 비롯해 일반 국민으로부터도 유권해석 요청을 받으면서, 유권해석 처리 기간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4년, 법제처는 비슷한 사안을 단기간에 결론을 내린 전례가 있다.
당시 법제처는 방통위로부터 유권해석 요청을 받아 야당인 민주당이 추천한 고삼석 내정자의 청와대 행정관, 국회의원 비서관 재직 경력은 등은 방송 유관 경력으로 볼 수 없다며 '부적격'으로 판단했다. 법제처가 유권해석을 내리기까지 걸린 기간은 단 5일. 법제처는 지난 2014년 3월 14일 방통위로부터 유권해석 의뢰를 접수 받고, 당일 담당 부서 배정과 안건 상정을 확정했다. 그리고 2014년 3월 18일 유권해석을 마치고, 방통위에 결과를 송부했다.
당시 청와대와 여당 측이 고 위원의 임명을 반대하고 법제처가 신속하게 '부적격' 결론을 내리자, 민주당 측은 '짜여진 각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논란 끝에 고 위원은 지난 2014년 6월에서야 상임위원으로 임명됐다.
속도전을 강행했던 2014년과 달리 법제처가 이번 최 내정자의 유권해석에 2개월 이상 걸린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정권 눈치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법제처가 유권해석을 마치겠다고 밝힌 시점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퇴임 시점(7월)과 맞물리는 탓에 법제처가 의도적으로 시간끌기를 하는 것이란 시각도 있다. 여권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최 내정자의 임명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적격 여부 판단을 최대한 늦추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이완규 법제처장은 윤 대통령과 40년 지기로, 지난 2020년 12월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에 대한 법무부의 징계 절차 과정에서 윤 대통령 변호인을 맡은 바 있어 이런 의구심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법제처는 '상임위원 공석으로 인한 방통위 파행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최 내정자에 대해서 빠른 결론을 내릴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오마이뉴스> 질의에 "검토를 해서 신속히 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데, 아직 담당 부서에서 결론이 나지 않은 것 같다"며 "더 이상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밝혔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법제처가 유권해석 결론이 2개월이 걸린다고 하는데, 한상혁 위원장 퇴임(7월) 시기와 겹친다"라면서 "위원장 임기 만료 시점을 고려해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려고 한다는 의심이 강하게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현 방송통신위 상임위원도 4일 입장문을 내고 "지난 3월 30일 교섭단체 추천 몫으로 선출된 최민희 상임위원 내정자에 대해서는 45일이 지났음에도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고 있다"며 "법제처는 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법령 해석에 응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은 지난 3일 김창룡 전 상임위원(대통령 추천)의 후임으로 이상인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 변호사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공식 면죄부를 줬던 BBK 특검팀 특검보를 지냈고,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에는 KBS 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최민희 내정자에 대한 임명만 미뤄지면서 방송통신위원회는 한상혁 위원장과 여당 위원 2명(김효재, 이상인), 야당 위원 1명(김현)으로 꾸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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