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 경영지도사' 사칭해 5억 뜯어낸 30대女…국민의힘 청년부대변인이었다
경영 컨설턴트 전문가로 위장해 정부 창업지원금을 대신 타주겠다고 속여 수억원을 가로챈 30대 여성이 구속됐다. 특히 이 여성은 국민의힘 경남도당 청년부대변인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데, 사기 행각에 청년부대변인 신분을 활용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김해중부경찰서는 정부 창업지원금을 타주겠다고 홍보한 뒤 보증금 명목으로 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30대 여성 A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정부 창업지원금을 받기 위해선 신청 금액의 30%를 보증금 명목으로 내야 한다며 4명에게서 5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A씨는 포털 사이트 프로필에 자신을 컨설턴트 등으로 등록하거나, 여러 인터넷 신문에 성공한 컨설팅 전문가라는 허위 기사를 다수 게재하는 방식으로 피해자들 환심을 샀다.
특히 A씨는 국민의힘 경남도당의 청년부대변인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국민의힘 경남도당 청년부대변인' 임명장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1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청년부대변인직을 맡았는데, 이 기간이 사기 범행 기간과 일치한다고 전해졌다.
한 피해자는 "A씨가 자신의 청년부대변인 신분을 사기행각에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피해자는 "TV에 당시 이준석 당대표가 나오면 '준석이와 뭘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간 사진까지 올려서 보여주니, 설마 사기일까 싶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경남도당 관계자는 "A씨는 2021년 9월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했고, 2022년 12월 역할 평가 이후 '부족하다'고 판단해 해촉했다"며 "도당 직책을 악용해 A씨가 이 같은 범행을 했을 줄 꿈에도 몰랐다.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 A씨는 경영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 피해자들에게 스스로를 '국가 공인 경영지도사'라고 소개하며 경영컨설턴트 전문가 행세를 했고, 경찰 조사에서도 경영 지도사 자격증을 직접 제출하기까지 했지만, 이 자격증도 본인이 설립한 협회에서 발급한 것이었다.
절박한 마음으로 A씨에게 연락한 피해자들은 A씨가 사업계획서 작성부터 처리 과정까지 모두 맡아주겠다는 말에 속아 돈을 입금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은 최대 3억9000여만원의 피해를 봤으며 이 일로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파산 선고까지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피해자들이 지원금을 요구하면 조금만 기다려달라거나 다른 정부 지원 사업이 있으니 다시 신청해보라는 식으로 회피하다 결국 덜미를 잡혔다.
A씨가 피해자들에게 가로챈 돈은 모두 개인 생활비 등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7명의 추가 피해도 확인돼 여죄를 조사하는 한편 A씨가 운영한 블로그 폐쇄 조치를 요구하는 등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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