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日서 韓 돌아온 '오색팔중'...기시다 방문 앞두고 주목, 왜

김윤호 2023. 5. 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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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청 마당에 있는 오색팔중, 울산동백으로도 불린다. 사진은 3월말에서 4월 초 사이에 촬영된 것이다. 사진 울산시 장정대 주무관
울산시청 마당에 있는 오색팔중, 울산동백으로도 불린다. 사진은 3월말에서 4월 초 사이에 촬영된 것이다. 사진 울산시 장정대 주무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7일부터 한국을 방문하는 등 한일 '셔틀외교'가 부활하면서 울산시청에 있는 동백나무 한 그루가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나무 앞에서 사진을 찍거나 나무 관련 역사적 배경을 묻는 사람이 늘고 있다.

40돌 맞은 국내 한 그루 '근본' 오색팔중
울산시청 앞마당에는 높이 2.5m인 동백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30년 전 일본 교토(京都)에서 울산으로 온 이 나무 나이는 올해로 40년이다. 세계적 희귀종인 이 나무는 다섯 색깔, 여덟 겹꽃이 핀다고 해서 '오색팔중'으로 불린다.

오색팔중은 400년 동안 한국과 일본 사이 굴곡진 역사를 지켜봤다. 오색팔중은 울산학성이 원산지다. 울산학성은 울산시 동쪽 학성산에 있는 성터로 임진왜란 때 주요 전쟁터였다. 임진왜란 당시 왜장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 울산학성에서 이 나무를 우연히 발견했다. 가토 기요마사는 오색팔중 아름다움에 반해 나무를 캐서 일본으로 가져간 뒤 군주인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에게 바쳤다. 히데요시는 이 나무를 자신이 자주 찾던 절에 기증했다.

히데요시 다도회 연 '쯔바기데라(椿寺)'
임진왜란 때 울산을 떠난 1세대 나무는 400년이 지난 1983년 말 고사했고, 2세대와 3세대가 교토 사찰(지장원)에서 자랐다. 이 절은 히데요시가 다도회를 여는 장소로 자주 이용했던 곳이었다. 사찰은 오색팔중을 소중히 키워 지장원이라는 본래 이름보다 동백나무절이라는 뜻의 쯔바기데라(椿寺·춘사)로 더 잘 알려져 있다고 한다. 춘사에선 동백숲을 철책으로 둘러싸 보호하며 법당 안에 활짝 핀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별도로 모셔놓을 정도로 신성시한다고 전해진다.

400년만에 모국으로 돌아간다는 제목이 붙은 1992년 발행 일본 신문. 사진 울산시 장정대 주무관

오색팔중은 한국에서 자라는 일반적인 동백과는 달리 꽃이 질 때도 한꺼번에 떨어지지 않고 하나하나 떨어지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일본에서는 '오색팔중산춘'으로도 불린다.

1992년 5월 환국, 독립기념관에도 식재
이런 오색팔중은 1992년 5월 환국했다. 일본 춘사에서 동백을 처음 발견한 당시 한국예총 울산지부장과 민간단체, 지역 주민, 불교계 인사 등이 적극적으로 반환 운동을 한 덕분이다. 반환을 거부하던 일본 측은 결국 동의, 1그루를 가져다 울산시청에 심었다. 울산시 관계자는 "당시 10살 된 높이 40㎝정도 3세대 묘목 3그루가 돌아왔는데, 울산시청에 한그루, 독립기념관과 경남 사천 조명군총에 각각 한 그루씩 심었다"고 설명했다.

400년 타향살이 라는 제목 등으로 보도된 1992년 중앙일보. 사진 울산시 장정대 주무관

현재 울산시청 마당에 있는 오색팔중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말라 죽었다. 다행히 울산시 농업기술센터 등 노력으로 4세대 오색팔중 50여 그루가 별도로 자라고 있다. 울산시청 마당에 있는 오색팔중 3세대 옆에 있는 키 작은 10그루가 바로 그 4세대다.

오색팔중을 관리하는 울산시청 장정대 주무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 데 이어 기시다 총리가 한국을 찾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울산동백을 찾아보는 발길이 늘고, 동백에 얽힌 과거 이야기를 물어보는 문의도 잦다"면서 "울산동백을 소중히 가꿔 한일 역사 상징물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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