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이것’까지 살 수 있을까? 답은 YES!_돈쓸신잡 #96

박지우 2023. 5. 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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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을까? 나는 명확하게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다. 이건 그리 도발적인 생각도 아니다. 누구나 돈을 많이 벌고, 자유를 얻길 원한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란 본질적으론 시간의 자유다. 니체는 이렇게까지 말했다. "하루의 3분의 2를 자기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노예다"

최근 '돈으로 시간을 사는 것'에 대해 뜨거운 토론이 이뤄졌다. 한 지상파 토크쇼 프로그램에서 롯데월드 매직패스 상품이 정당한가에 관해 토론을 했다. 이 장면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매직패스란 놀이 기구에 탑승할 때 웨이팅을 하지 않고 곧바로 입장이 가능한 티켓이다. 당연히 일반 티켓보다 비싸다. 돈을 더 지불하는 대신 시간을 아낄 수 있다.

갑론을박이 뜨거웠다. 한쪽에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 시간을 사는 건 기본 중에서도 기본"이라며 매직패스를 옹호했다. 반대쪽에선 "매직패스를 사용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며,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라며 비판했다.

「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 원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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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하게 정답을 내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같은 현상을 두고도 가치관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오는 건 매직패스 말고도 수두룩하다.

다만, 저 논란에서 많은 사람이 간과한 부분이 있다. 바로 저 행위가 일어나는 장소다. 롯데월드라는 테마파크는 공적인 영역이 아니다. 기업이 운영하는 명확한 사적 공간이다. 당연히 이 안에서의 룰은 현행법을 어기지 않는 이상 기업이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식당만 하더라도 예약 금액에 따라 더 좋은 테이블을 빼놓는 경우가 많다. 전 세계 어느 호텔을 가더라도 성수기, 비성수기 요금을 차별해서 받는다. 물류 회사도 비용을 추가로 받고 특급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롯데월드 매직패스 상품 역시 기업의 경영 자유 측면에서 보면 형식적으론 문제가 없다.

또한 사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공적인 영역에서도 돈을 지불하면 편리함을 구매할 수 있다. 고속도로가 대표적이다. 톨게이트 비용을 내는 대신 도착지까지의 시간이 줄어든다. 만약 톨게이트 비용이 내기 싫다면 시간을 더 들여서 국도를 활용하면 된다. 이처럼 가치관과 상관없이 돈으로 시간을 사는 건 이 세상의 뿌리 깊은 기본 원칙 중 하나다.

「 "아빠 쟤는 왜 새치기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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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매직패스에 대한 찬반 논란 뜨거운 건 이 문제를 공정과 도덕의 잣대로 판단하는 사람이 많아서다. 물론 내 아이가 매직패스를 사용해 우선 입장하는 다른 아이를 보면서 "아빠, 쟤는 왜 새치기해?"라고 물어본다면 부모 입장에선 꽤나 난처할 것이다. 기업의 자유고 뭐고, 그냥 그 상황 자체가 부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자유라는 가치를 근본에 둔 시장 경제를 감정 혹은 감성의 잣대로 판단하는 건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쉽진 않겠지만 그런 상황에선 자녀에게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을 더 투입하면 그만큼 더 큰 효용성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설명해 주는 건 어떨까. 물론 결코 쉽지 않은 일일 테다. 하지만 이건 아이가 커가면서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경제 공부 차원에서라도 그 구조를 설명해 주는 것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는 돈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는 문화가 여전히 강하다. 그 결과 경제 규모에 비해 금융 문맹은 여전히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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