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돌봄에 청춘을 저당 잡힌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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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 1인분의 삶도 벅찬데 계속 한 사람을 더 돌봐야 하는 2인분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어요. 친구들을 만날 때 괴리가 너무 컸어요. 아프고 기력 없는 가족을 돌보며 나도 같이 우울하고 무기력해집니다. 또래들은 한창 부모님이 활동하고 계시는데 나는 그렇지 않으니까 물어볼 어른도 마땅히 없고 보호자도 없어요."
가족돌봄청년은 중증질환이나 장애, 정신질환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돌보거나 생계를 책임지는 13~34세 청년이나 청소년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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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 1인분의 삶도 벅찬데 계속 한 사람을 더 돌봐야 하는 2인분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어요. 친구들을 만날 때 괴리가 너무 컸어요. 아프고 기력 없는 가족을 돌보며 나도 같이 우울하고 무기력해집니다. 또래들은 한창 부모님이 활동하고 계시는데 나는 그렇지 않으니까 물어볼 어른도 마땅히 없고 보호자도 없어요."
가족돌봄청년들의 애절한 목소리다. 지난달 26일 보건복지부는 가족돌봄청년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가족돌봄청년은 중증질환이나 장애, 정신질환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돌보거나 생계를 책임지는 13~34세 청년이나 청소년을 가리킨다. 해외에서는 '영케어러(Young Carer)'라고 부른다.
영국에서는 이미 2014년에 아동 및 가족법을 제정해 지방정부에 영케어러 실태를 파악하게 하고, 만 16세 이상으로 다른 사람에게 최소 주당 35시간의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간병인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호주도 12~25세 영케어러를 위한 학비 보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고, 일본은 사이타마현이 2020년 3월에 일본 최초로 영케어러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반면 한국은 영케어러가 얼마나 되는지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이 안 돼 있었다. 해외의 연구에 따르면 대략 청소년 인구의 5~8%가 가족돌봄을 하고 있고, 국회입법조사처는 우리나라에 약 18만4000~29만5000명의 영케어러가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보건복지부의 첫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족돌봄청년들은 매주 평균 21.6시간을 돌봄에 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돌보는 가족의 건강상태는 중증질환, 장애인, 정신질환, 장기요양인정등급, 치매 등을 겪고 있었고, 돌봄에 헌신하는 기간은 평균 46개월, 절반 이상은 2년 이상 돌봄 중이었다.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응답이 일반 청년의 2배 이상이었고, 우울감은 7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돌봄이 원인이 된 죽음이 잇따라 보도되고 있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지난달 16일 경기 광주시 한 빌라에서 60대 부모와 20대 딸이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딸은 사망 전 경찰에 집 주소와 비밀번호가 적힌 예약문자를 발송했다. 경찰은 '아프신 부모님을 모시고 간다'는 내용의 유서 등을 토대로 딸이 흉기로 부모를 먼저 숨지게 한 뒤 본인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선 2021년 5월 대구에서 20대 청년이 중병을 앓아 거동이 불가능한 아버지를 장기간 방치해 숨지게 했다. 홀로 아버지를 간병하며 생활고에 시달려 온 아들의 사연은 '가족돌봄청년의 간병 살인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뒤늦게나마 정부와 지자체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는 지난해 12월 1차, 올해 5월 2차 대상자 모집을 통해 교육, 여가, 간병 등 영케어러 맞춤형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회차당 100명 내외, 7000만원 내외 규모로 턱없이 부족한 규모이지만 성공사례가 돼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해본다.
가족을 돌보느라 꿈을 잃고, 청춘을 저당 잡힌 청소년과 청년들이 미래를 포기하지 않도록 복지 당국은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적극 지원에 나설 때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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