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디그라운드(145)] 잔잔하게 스며드는 ‘호소’의 음악들

박정선 2023. 5. 4. 11: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보컬 병호, 피아노 서소미로 구성된 혼성듀오 호소(HoSo)의 음악에는 묘한 힘이 있다. 분명 듣기엔 쉽고 편한데, 여운이 짙게 남는다는 것이다. 보컬이 주는 따뜻함과 곡의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감하기 쉽게 적어 내려간 가사 덕이 크다. 호소는 ‘잔잔하고 편안한 하지면 깊은 여운을 주는 영화’와 자신들의 음악이 닮아있다고 표현한다.


지난달 25일 발매된 새 앨범 ‘자도 자도 밤인 밤’ 역시 이런 호소의 정체성을 이어가는 곡들 중 하나다. 조용히 들려오는 병호의 목소리, 그 따뜻한 목소리를 감싸는 소미의 피아노 연주 그리고 감성적인 노랫말은 잔잔하게 대중의 마음에 스며든다.


ⓒ호소 제공

-두 사람 모두 어릴 적부터 가수, 음악인이 꿈이었나요?


병호) 어릴 적엔 주변에서 노래할 때 목소리가 예쁘다는 말 정도는 듣긴 했는데 스스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것은 상상해 본 적도 없을 정도로 저와는 거리가 멀었어요. 친구들 사이에선 그저 만화를 잘 그리는 평범한 아이였어요. 예를 들면 중학교 때 비 오는 날 체육 선생님이 무작위로 번호 불러서 앞에 나와서 노래하라고 하면 제가 아니어도 심장이 쿵쾅 쿵쾅거리는 그런 학생이었거든요. 그러다 고등학교 때 친구 중에 학교 밴드에서 베이스를 연주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얼마 후에 클럽에서 공연을 하는데 지금 보컬이 하지 못하는 노래 몇 곡만 객원보컬로 불러달라고 해서 무대에 선 게 최초의 공연이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나도 남들 앞에서 노래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그 후론 음악에 빠져서 살아오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되었네요.


소미) 저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쭉 음악만 하면서 지낸 것 같아요. 원래는 재즈 피아노를 전공으로 대학교 생활을 하였는데 하다 보니 저의 곡을 만들고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게 너무 좋아서 작곡으로 전공을 바꿔서 지금까지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나게 됐나요?


병호) 소미가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로 제 친구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고 있었어요. 제 친구가 자기 친구 중에 음악하는 친구가 있는데 한번 같이 보자고 해서 저를 소개시켜주었고요. 알고 보니 소미가 솔로 앨범을 준비 중이었는데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려고 만난 거였죠. 그렇게 같이 작업을 하면서 친해졌고 소미의 피아노 연주나 곡들이 제가 너무 좋아하는 감성이어서 제가 그 곡들을 부르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처음 소미의 곡을 제가 작업하면서 함께 공연하게 된 게 호소의 첫 시작이었어요.


-‘호소’로 함께하게 된지도 올해로 딱 10년이 됐네요.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요.


소미) 사실 주어진 현재의 그 상황만 보고 곡을 만들고 녹음하고 발매하고 공연하고 지내다보니 시간이 빠르게 지난 것 같아요. 벌써 10년이라니 참 신기하네요.

병호) 정말 그렇게나 되었다니 신기하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어요. 호소라는 팀을 하면서 해왔던 공연들이나 만나게 된 사람들, 만든 음악들을 생각하면 정말 대견할 정도로 열심히 해온 것 같아요. 말 그대로 산전수전 다 겪었던 것 같고요. 그리고 그런 기록들이 너무 많으니까 뒤돌아볼 엄두도 나지 않거든요. 만약에 저희가 음악을 하지 않게 된다면 그때 모든 걸 되돌아보고 추억해보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10년간 함께 해오면서 크고 작은 갈등이 없을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더구나 두 분이 나이 차이도 꽤 있잖아요(웃음).


병호) 오히려 나이 차이가 나서 더 싸우지 않는 것 같아요. 그리고 소미가 싫은 티를 안 내는 편이라 잘 받아줘서 그동안 별 탈 없이 잘 지나온 것 같아요.

소미) 사실 보컬이 동안이어서 실제로 공연하러 다니면 아무도 나이 차이가 꽤 나는 걸 모르시더라고요. 저보다 어리게 보시는 분들도 많으시답니다(하하).


-10년이란 세월이, 호소에겐 어떤 의미일까요?


병호) 저의 정체성인 것 같아요. 한결같은, 꾸준히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부르고 싶어 하는 호소라는 팀의 정체성이기도 하고요.

소미) 그동안 좋은 음악을 했었네, 좋은 공연을 했었네, 좋은 사람들을 만났었네, 라는 많은 생각이 들고 감회가 새롭네요.


-두 사람에게 슬럼프는 없었나요?


병호) 저는 2019년도 즈음부터 꽤 오랫동안 슬럼프를 겪었어요. 소리가 예전처럼 나오지 않아서 더 연습을 했는데 그럴수록 목이 계속 안 좋아지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불편한 상태로 노래를 하다 보니 점점 악화되어서 병원도 가보고 성대 내시경도 해봤는데 성대는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발성적으로 문제가 생겼던 거죠. 지금 생각해보면 심리적으로 그 당시 많이 변화가 있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그러다 조금 내려놓고 쉬다보니 어느 순간 목이 다시 좋아지면서 예전에 내던 소리가 조금씩 다시 기억나더라고요. 그 후론 노래할 수 있다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고 목 관리도 더 열심히 하게 되었어요.


소미) 음악을 하면서 슬럼프가 없다는 건 거짓말인 것 같아요. 음악을 하면서 저는 좋다고 생각했는데 피드백이 그렇지 않았을 때 실망감과 자괴감 이라는 감정들이 오고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음악으로 또 치유 받기도 하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것 같아요.


ⓒ호소 제공

-이번 신곡 ‘자도 자도 밤인 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요?


병호) 작년에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밤에 홀로 잠에서 깨어났는데 아직 캄캄한 밤이더라고요. 다시 잠을 청했어요. 그리고 한참을 잔 줄 알았는데 깨어보니 여전히 캄캄한 밤이었고요. 평소완 다르게 아주 이상한 느낌이었고 비가 조금씩 내리는 밤이었어요. 정말 제가 밤과 밤사이에 영원히 갇힌 것 같다는 무서운 기분이라고 하면 가장 정확한 표현 같아요.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그랬는지 문득 그 기분을 비몽사몽으로 스마트폰 메모장에 맞춤법도 다 틀려가며 적었어요. 그냥 1분도 안돼서 다 적고 다음 날 만들 같아요.


-호소의 음악들은 대부분 듣기에 편한 곡들이잖아요. 병호 씨의 목소리와 곡의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가사가 이해하기 쉬워서인 것 같다는 느낌도 들어요. 이번 곡도 그렇고요.


호소) 영화를 보면 잔잔하고 편안한 영화지만 깊은 여운을 주는 경우가 있잖아요. 저희 음악도 그런 부분이 닮아있다고 생각해요. 처음 들어서 좋은 노래는 금방 질리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 음악은 잔잔해도 질리지 않게 오래 들을 수 있고 여운을 남길 수 있는 것이 저희의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곡 설명에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이라는 글귀가 눈에 띄더라고요. 호소에게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나요?


호소) 만남에 있어서 함께하는 동안 더 잘해줄걸, 더 표현하고, 더 솔직하고, 더 아껴줄걸, 하는 그런 모든 후회의 순간들이 떠올라요.


-각자의 파트에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이 곡을 만들었나요?


병호) 제가 가사를 쓸 때 느꼈던 그 상황과 감정을 최대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어요.

소미) 저는 제일 먼저 노래를 들을 때 가사가 잘 들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노래를 방해하지 않고 좋은 피아노 선율을 들려드리는데 중점을 두고 작업을 했습니다.


-곡 작업을 하면서 ‘이 부분을 절대 포기 못한다’하는 지점도 있을까요?


소미) 일단 노래에서 피아노 간주 부분이 제일 좋아야 한다는 생각이 크게 들어서 욕심 한번 내보았습니다(하하).

병호) 믹싱이요. 아무리 좋은 소스라도 믹싱이 마음에 안 들면 너무 슬프더라고요.


-앨범 준비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있다면?


병호) 이 곡은 제가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사운드가 나올 때까지 끈질기게 믹싱을 하고 싶어서 직접 하게 되었는데 꽤나 많이 수정하였던 것 같아요. 또 믹싱을 배운 사람이 아니라 그냥 느낌에 의존해서 작업하다보니 조금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소미) 곡의 편곡과 좋은 피아노 라인을 만들어내는 게 가장 힘들었는데 그래도 만족스럽게 나온 것 같아서 기쁜 것 같아요.


-또 기억에 남는 일화들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호소) 편곡 과정에서 베이스 기타와 현악기도 넣고, 코러스 화음도 풍성하게 녹음까지 다 했었어요. 그런데 악기를 넣어보고 빼보고 고민했는데 상의 끝에 거의 다 빼게 되었죠. 결국 피아노와 보컬이 제일 잘 어울렸던 곡이었어요.


ⓒ호소 제공

-‘자도 자도 밤인 밤’은 지금까지 발매한 호소의 여러 곡들 중 하나인데요, 그럼에도 이 곡이 다른 곡들과 달리 어떤 특별함이 있다면요?


호소) 정말 솔직한 감정 그대로를 만든 곡이라 꾸밈없고 진솔한 곡 같아요. 그동안 발매한 곡들보다도 조금의 보탬이나 과장도 없는 곡이라 담백 그 자체로 특별한 곡 같아요. 그리고 만드는 과정에서도 순조롭게 생겨났고 세상에 나와 줘서 너무 감사한 곡입니다.


-이번 앨범을 포함해 호소의 음악적 색깔, 음악적 방향성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나요?


호소) 잔잔하지만 여운이 긴 영화 같은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했던 것처럼 정말 딱 그런 음악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저희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께선 음악이 위로가 된다고 많이 말씀해주시는데 피아노와 보컬만으로도 부족함 없이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또 일기장 같이 솔직한 이야기를 적어낼 수 있는 그런 음악들이요.


-과거 ‘초반에 낸 곡들을 지워버리고 싶다’고 한 인터뷰를 본적이 있어요. 지금은 어떤가요?


호소) 사실 초창기 앨범은 둘이서 녹음부터 믹싱, 마스터링까지 앨범에 대한 모든 걸 다 했던 때였는데 당시에는 사운드의 개념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어차피 지나고 보면 무엇을 해도 후회나 아쉬움이 남았겠지만 그 당시에는 그게 많이 부끄럽다고 느껴져서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곡들은 그때니까 할 수 있었던 풋풋하고 어설펐던 그리고 용감했던 기록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름대로 소중하다고 느껴지고요. 그 당시에는 그 곡들을 만들면서 행복했으니까요. 아마 시간이 지날수록 더 소중해질 것 같네요.


-음악하길 잘했다고 느꼈던 순간들이 있을까요? 혹은 음악이 아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 것 같은지.


병호) 음악을 하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수많은 인연이 가장 고마워요. 지금 제 주변은 가족을 제외하면 아마 전부 제가 음악을 해서 만나게 된 인연들이거든요. 그런 인연과 경험들은 다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이 소중하죠.


소미) 일상적인 공간들이 노래를 들으면 나만의 뮤직비디오가 되는 순간들과 사람들로 하여금 저의 노래들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을 때 음악 하길 잘했다는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아마 다른 선택을 했다가도 다시 음악을 시작했을 것 같아요(하하).


-꾸준히 곡을 들려주고 있지만, 정규 앨범 소식도 궁금한데요. 첫 정규(2018) 이후 두 번째 정규앨범 계획은 없나요?


호소) 아무래도 정규 앨범은 잘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큰 것 같아요. 그래서 계속 미루고 있는데 이제는 곡들도 쌓이고 만족스러운 싱글과 신곡들을 합쳐서 2집 정규를 낼 계획도 세우고는 있어요. 구체화하진 않았지만 아마 올해 말이나 내년 안에는 윤곽이 나올 것 같습니다. 최대한 저희가 만족할 수 있는 앨범을 만드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또 다른 계획들도 있으면 귀띔해주세요.


호소) 일단 소미는 올해 목표로 피아노 솔로 앨범을 발매 할 계획입니다. 또한 호소의 싱글 앨범, 정규 앨범을 계속 준비하고 있어요. 틈틈이 유튜브에 커버곡이나 라이브 영상도 찍어 올릴 예정이고 불러주시는 곳이 있다면 공연도 꼭 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호소의 최종 목표도 들려주세요.


호소) 약간 추상적일 수 있는데, ‘이런 좋은 음악을 하는 그룹이 있었지’ 하고 사람들에게 오래오래 기억될 수 있는 호소가 되고 싶어요.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