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회 강사 '스승의날' 선물 금지, 이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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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진 기자]
5월 '스승의 날'이 다가온다. 존경하는 스승을 찾아뵙고 인사드리거나 스승의 뜻을 기리기도 한다. 내 기억엔 학창 시절 스승의 날에 담임 선생님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학급이 단체로 인사드렸다.
학교 졸업 이후 스승의 날 추억
스승의 날 행사는 졸업 후 더 풍성했다.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생신을 맞아 은사에게 식사를 대접한 것이 계기였다. 스승의 날을 전후해 학창 시절을 공유하는 스승과 제자들이 본격적으로 다시 만났다.
이젠 거의 작고해 모임을 갖지 못하지만 스승을 뵙는 날이면 설레고 흥분하던 시절이있었다. 설사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너나 할 것 없이 은사님에게 안부인사를 드렸다.
회고하면 졸업 후 스승의 날 추억은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는 일 중 하나로 가슴에 영원히 아로새겨져 있다. 지금도 학교 동문 중에 해마다 담임교사를 중심으로 스승을 초대해 식사를 함께 하며 위로하는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가는 후배들이 있어 부럽기조차 하다.
요즈음 스승의 권위가 형편없이 떨어져 유감이지만 스승을 존중하는 미덕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스승을 두는 건 스승은 물론 제자에게도 행복한 삶이다. 사제 지간의 정과 아름다운 관계를 잇고 살리려는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그런데 학교 선생님만 스승이 아니다. 사회에서 만난 선배나 어르신을 특별히 스승으로 모시기도 한다. 나도 그런 인생의 스승을 여럿 두고 있다. 스승의 날이 아니라도 명절에 조그만 선물을 드릴 수 있어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다.
주민자치회 강사에 대한 스승의 날 선물 논란
어느 때부턴가 동네 주민자치회 프로그램 강사들이 스승의 날을 맞아 구설에 오르고 있다. 수강생들이 강사 선물이나 축하하는 회식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십시일반 비용을 모금하는 관행 때문이다.
문제는 선물비용을 모금하면서 회비 납부에 동참하지 않는 수강자들이 반발하고 회원 간 반목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수업만 참가하고자 온 수강생들에게 선물 비용에 동참하라는 요구는 사실 예민한 문제이다.
자율적이라지만 강요하는 분위기이어서 불만을 표시하거나 차라리 프로그램에 나오지 않는 수강생도 생겼다. 한 수강자는 프로그램 수강료 외에 회비 모금 자체가 회원들 간 위화감을 조성하는 행위라고 성토하고 있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한데 강사선물과 관련해 해마다 논란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주민자치회가 진상을 파악하고 일체의 선물과 회비모금을 금지하는 내용의 서한을 자치회관 곳곳에 게시했다.
이처럼 주민자치회가 적극 조치에 나선 배경에는 문제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부 프로그램 강사는 보험이나 물건을 판매하거나 부추겨 회원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프로그램 강사를 하면서 교묘히 영업도 하는 셈이다. 아무개 강사는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 수강생들에게 눈치를 주거나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는 후문이다.
스승의 날 선물은 마음으로만 주고받으면 어떨까
그러나 대다수 프로그램 강사는 선물 논란에 휩싸이지 않고 지역사회 소통과 발전 등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 것도 사실이다. 이중에는 실력뿐 아니라 인품에서 주민들로부터 존경받는 분도 있다.
나도 한때 주민자치회 영어 프로그램에 수강생으로 참여한 이력이 있다. 여기서 만난 80대 고령의 강사를 인생의 참스승으로 모시고 있다. 그분의 삶과 성심을 다해 가르치는 겸허한 자세에 탄복했기 때문이다.
나의 스승에 대한 생각은 이심전심 통했던 모양이다. 몇 사람이 모여 강사님께 보답으로 식사를 대접한 적이 있는데 그때의 감동은 코끝이 찡하다. 이를 계기로 강사님과 아름다운 인연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음은 물론이다.
진정 우러러 존경하는 분이라면 프로그램 강사가 아니더라도 개인적으로 선물을 건네거나 인사하는 건 누가 간섭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프로그램 수업에서 강사선물 명목으로 회비 납부를 요구하거나 경제적 부담을 강요한다면 그건 더 이상 선물이라 할 수 없다.
청컨데 주민자치회관 프로그램 강사들이 스승의 날을 맞아 앞장서 수강생들에게 이렇게 선언하면 어떨까. 자치회가 내건 조치보다 획기적인 방안으로 주목받을 것이다.
"스승의 날 선물은 마음으로만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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