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차 역대최대…"자금유출로 환율 급등" 우려 고개
"장기적으로 환율 하향 안정" 반론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인 1.7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외국인 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오는 25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4일 오전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미국 Fed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금융·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인천 송도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 중인 추 부총리와 이 총재는 이날 대면회의를 했고, 김 위원장과 이 원장은 원격회의 방식으로 참여했다. 정부와 한은은 이날 "내외 금리차가 확대된 상황에서 금융·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가능성과 함께 시장 교란 행위와 쏠림 현상 등에 의한 변동성 확대 우려가 상존함에 따라 각별한 경계감을 갖고 현 상황에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은은 제롬 파월 미 Fed 의장이 향후 경제지표에 따라 금리를 결정할 것이며,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부인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은 시장의 예상대로"라며 "이번 결정으로 미 Fed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단계에 다가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으로 미 Fed,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변화와 금융안정 상황의 전개양상에 따라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미 Fed의 금리인상으로 미국(5.00~5.25%)과 한국(3.50%)의 기준금리 격차가 상단 기준 1.75%포인트까지 확대, 최대 한·미 금리 역전 폭을 형성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40원을 돌파하면서 고공행진 하는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한미 금리 격차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본격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이 2000년 10월 기록했던 1.5%포인트로 현 1.75%포인트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금리차라는 점도 걱정이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미국과의 금리차가 더 벌어지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이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원화가 절하되면 수입 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이 높아져 이제 겨우 진정 추이를 보이는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며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 상승과 국내 증시 하락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환율 추이를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영 전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내외금리차는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 중 하나"라며 "향후 원·달러 환율이 1340~1350원으로 상승하고 외국인 자금이탈이 본격화하면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반면 최근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경계감이 작용한 것으로 장기적인 시계에서는 하향 안정화 흐름을 보일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신한투자증권 김찬희 연구원은 "지난달 말 환율이 높은 상승세를 기록한 것은 미 Fed의 추가 긴축을 시장이 선반영했기 때문"이라며 "계절적인 배당 역송금 수요도 환율 상승을 부추겼던 요인"이라고 봤다. 한국 기업들은 주로 4월 배당금을 지급하는데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급받은 배당금을 달러화로 환전해 본국으로 적극 역송금하면서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또 펀더멜탈(기초체력) 우려가 커지면서 원화가 주요국 통화 대비 상대적으로 더 약세를 보이는 추세가 이어졌다. 김 연구원은 "일시적 급등이 있을 수 있지만 점차 원·달러 환율은 하향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도 Fed가 금리정책결정문에서 "추가적 정책 긴축이 적절한 것으로 기대한다"는 문구를 삭제하며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을 내비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은은 "Fed가 ‘조건부 금리인상 중단’을 시사한 것은 우리 금융·외환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최근까지 우리 금융시장은 글로벌 은행 부문 불안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순매수 등에 힘입어 주식시장은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고, 회사채·단기자금시장도 전반적으로 양호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2원 내린 1335.0원에 개장한 뒤 1330원대 초중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과 외국인 자금 동향에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면 이달 25일에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이달 금통위에서는 한은이 그간 지속해온 긴축 행보의 파급효과를 살피는 동시에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글로벌 금융 불안의 추이를 주시하며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1~2월 경상수지가 11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통관기준 무역수지도 4월까지 14개월째 적자를 기록하는데 향후 경상수지 흐름이 통화정책 결정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면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내려왔지만 근원물가 경직성도 여전해 한은으로서는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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