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흥행성적 거둔 곰인형, 한국에선 안 통한 이유
[양형석 기자]
20세기 초 미국과 독일에서 개발된 곰 모양의 봉제인형은 미국의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애칭에서 유래를 따 '테디 베어'라는 이름이 붙었다. 특히 서양권에서 테디 베어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은데 오래된 테디 베어는 경매에 나와 상당히 비싼 가격에 낙찰되기도 한다. 심지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생일이기도 한 10월 27일은 '세계 테디 베어의 날'로 지정돼 있을 정도.
국내에서도 제주 서귀포시를 비롯해 군산과 여수, 경주 등에서 베어 전용박물관이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테디 베어의 인기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 특히 국내에도 18개의 매장이 있는 미국의 창고형 할인마트에서는 1m가 넘는 크기의 대형 테디 베어 인형을 판매하기도 한다. 지난 2020년에 데뷔한 6인조 걸그룹 스테이씨도 지난 2월 '테디 베어'라는 제목의 노래를 발표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 < 19곰 테드 >는 5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 세계적으로 5억 달러가 넘는 놀라운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유) |
활발한 기부로 10대 시절 잘못 반성하는 배우
1971년 한국전쟁 참전용사였던 아버지와 간호조무사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9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월버그는 1990년대를 강타한 보이그룹 뉴 키즈 온 더 블록의 멤버 도니 월버그의 동생이다. 10대 시절 보스턴 갱단에 들어가 살인미수와 폭행죄로 재판을 받았을 정도로 문제아였던 월버그는 형의 도움으로 연예계에 진출해 래퍼로 활동하다 1990년대 중반부터 영화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2000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바스켓볼 다이어리>에 출연하며 주목 받기 시작한 월버그는 <퍼펙트 스톰> <혹성탈출> 등에 출연했고 2003년에는 한국배우 박중훈이 나온 <찰리의 진실>에서 주연을 맡았다. <이탈리안 잡>에서 샤를리즈 테론, 에드워드 노튼 등과 호흡을 맞춘 월버그는 2006년 디카프리오와 6년 만에 재회(?)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디파티드>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인정 받았다.
<러블리 본즈> <파이터> <콘트라밴드> 등 다양한 장르에 출연하며 연기 영역을 넓혀가던 월버그는 2012년 코미디 영화 < 19곰 테드 >를 차기작으로 선택했다. 월버그가 말하는 곰 인형과 친구로 지내는 평범한 렌트카 회사직원으로 변신한 < 19곰 테드 >는 5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 제작비의 10배에 육박하는 5억 49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크게 성공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2013년 전쟁 드라마 <론 서바이버>를 통해 카리스마를 뽐낸 월버그는 2014년 <트랜스포머>의 4번째 이야기인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에 출연해 커리어 최초로 세계흥행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2015년 < 19곰 테드 >의 속편에 출연한 월버그는 2016년 재난 영화 <딥워터 호라이즌>에 출연했지만 흥행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2017년 곧바로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를 흥행시키며 건재를 과시했다.
월버그는 2004년부터 2011년까지 8시즌에 걸쳐 제작 방영됐던 드라마 <앙투라지>의 제작자로 참여했고 2022년에도 '스파이더맨'으로 유명한 톰 홀랜드와 함께 <언차티드>에 출연했다. 물론 월버그의 과거를 모르는 대중들도 많지만 어린 시절에 저지른 그의 잘못들은 현재까지 꾸준히 언급되며 낙인처럼 월버그를 따라다니고 있다. 하지만 월버그는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는 의미로 현재 15개의 자선단체에 기부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액션스타로 유명하던 월버그(왼쪽)는 < 19곰 테드 >를 통해 발군의 코미디 연기를 선보였다. |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주) |
< 19곰 테드 >는 미국에서 <심슨 가족> <사우스파크>와 함께 '3대 애니메이션'이라 불릴 정도로 큰 인기를 얻은 애니메이션 <패밀리 가이>의 원작자 세스 맥팔레인이 연출한 작품이다. 북미흥행 2억 1800만 달러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5억 4900만 달러의 엄청난 흥행성적을 기록했지만 국내에서는 <패밀리 가이>의 낮은 인지도와 노골적인 미국식 19금 유머 때문에 전국 26만 관객에 머물렀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왕따 소년 존 베넷(마크 월버그 분)은 8살 되던 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테디 베어 인형이 말을 했으면 좋겠다고 소원을 빈다. 그랬더니 다음날 정말로 곰 인형이 생명을 얻어 친구가 없던 존의 유일한 친구가 됐다. 존과 테드(세스 맥팔레인 분)는 27년의 세월이 지난 30대 중반까지도 여전히 절친으로 지내는데 존의 여자친구 로리(밀라 쿠니스 분) 때문에 존과 테드의 사이에 문제가 생긴다.
사실 < 19곰 테드 >의 노골적인 19금 웃음코드는 가벼운 코미디에 익숙한 국내 관객들이 적응하긴 결코 쉽지 않다. 특히 대마초가 전면 금지된 한국 관객들에게 대마초를 나눠 피우며 맛과 향에 대해 토론하는 존과 테드의 모습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두 남자의 속사포 같은 19금 드립들이 난무한 전반부를 지나면 존, 로리의 사랑과 존, 테드의 진한 우정, 그리고 생명의 소중함까지 느낄 수 있는 감동적인 후반부가 기다리고 있다.
< 19곰 테드 >는 코미디 장르의 영화임에도 영국의 일간지 <더 가디언>이 선정한 '21세기 100대 영화' 순위에서 60위에 랭크됐다. 물론 이 순위를 마냥 신뢰할 필요는 없지만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이 66위, 소피아 포콜라 감독의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가 77위,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85위,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86위라는 점을 고려하면 < 19곰 테드 >는 상당히 높은 순위에 올라있는 셈이다.
제작비의 10배에 달하는 흥행성적을 기록한 < 19곰 테드 >는 3년이 지난 2015년 속편을 제작·개봉했다. < 19곰 테드 2 > 역시 2억 1500만 달러로 쏠쏠한 흥행성적을 기록했지만 제작비가 6800만 달러로 올랐음에도 전편의 놀라운 대박흥행을 이어가진 못했다. 전편에서 신선했던 19금 유머의 반복과 함께 1편에서 많은 우여곡절 끝에 힘들게 존과 결혼했던 로리 역의 밀라 쿠니스가 하차하면서 내용이 변한 것도 흥행에 악영향을 끼쳤다.
▲ < 19곰 테드 >에서 존과 힘들게 결혼하는 로리 역의 밀라 쿠니스는 2편에서 하차하며 존과 이혼한 것으로 처리됐다. |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주) |
1999년부터 <패밀리 가이>에서 그리핀가의 장녀 메그의 목소리 연기를 했던 밀라 쿠니스는 세스 맥팔레인 감독과의 인연으로 < 19곰 테드 >에서 로리 역을 맡았다. <블랙스완>의 릴리로 주목 받기 시작했던 쿠니스에게 < 19곰 테드 >는 대중배우로서 자신의 매력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쿠니스는 < 19곰 테드 > 이후 <주피터 어센딩>와 <나를 차버린 스파이> 등에서 주연으로 출연했다.
클럽에서 춤을 추다가 팔꿈치로 자신을 쓰러트린 존과 눈이 맞아 4년째 교재중인 로리는 렌트카 회사에 다니는 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직장에 다니는 커리어 우먼이다. 존의 모든 것을 사랑하지만 존이 30대 중반이 될 때까지 인형과 절친이라는 사실까지는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여자친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끝내 존과 테드의 노력과 우정에 감탄해 둘의 사이를 인정하고 존과 결혼한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의무병 웨이드 병장을 연기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던 이탈리아계 미국배우 지오바니 리비시는 < 19곰 테드 >에서 테드의 스토커이자 영화의 빌런 도니를 연기했다. 아들과 함께 존과 테드 앞에 나타나 테드를 자신에게 팔라는 억지주장을 하는 도니는 혼자 살게 된 테드를 납치해 아들에게 선물한다. 도니는 '곰 인형 납치죄'로 경찰에 잡혀가지만 죄목이 황당하다는 이유로 기소가 각하되며 풀려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용산어린이공원'이 감춘 것, 이거 알면 못 간다
- '검찰 보조자'로 전락한 권력기관... 더는 망가지지 않길
- 대통령의 '하인 외교'에 아주대 교수들과 해야했던 일
- 분신 건설노동자의 마지막 말 "검사독재 지지율 제물로 죽는 국민"
- 피붙이 하나 없는 결혼식 사진... '38 따라지' 남자의 일생
- 맹종외교, 윤석열 대통령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무죄 확신 이유는 '영상' 때문"
- 김민석 "용산어린이정원 개방? 국민안전-국익 볼 때 잘못"
- 휴무도 수당도 없는 이날이 반가운 이유
- "노조 파괴자, 전쟁광 윤석열" 하버드에서도 울려퍼진 외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