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해빙무드…日영업·협력 강화 나선 은행권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이 일본 현지법인 영업 영역을 확대하고 일본 대형 금융회사와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관계가 '해빙무드'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사들도 나서고 있다.
4일 국내 금융권 및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에 따르면 KB·신한·하나금융그룹은 최근 일본 현지 영업 및 현지 금융사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은행 현지법인을 보유한 신한금융은 영역 확장을, 그렇지 않은 KB·하나금융은 일본 대형 금융회사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니혼게이자이는 "금융 분야의 한일관계는 외교보다 먼저 밀접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한금융은 현지법인인 SBJ은행을 통해 법인금융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SBJ은행을 통해 일본 리테일(소매) 금융 시장에 뛰어든 지 만 14년 만이다. SBJ은행은 그간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예금 및 대출(주택담보대출)업무에 집중해 왔다. SBJ의 예금 잔액은 지난해 9월 기준 9736억엔(약 9조6661억원)으로 일본의 소규모 지방은행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일본 은행은 홀세일(wholesale), 한국 은행은 리테일에 강하다"면서 "향후는 홀세일, 즉 법인 금융에도 참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한금융은 우선 일본 현지 은행과 직접 경쟁하는 분야 대신 스타트업 등에 집중한단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이달 한일 양국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일본서 출범한 신한금융의 벤처 육성 플랫폼 '신한 퓨처스랩 재팬'을 구체화한 것이다. 조성될 펀드의 규모는 50억엔(약 496억원) 수준으로, 투자액의 70%는 일본 스타트업에 투자한단 방침이다. 펀드 조성과 관련해 한국에선 신한벤처투자, 일본에선 미즈호은행과 미즈호이노베이션프론티어 등이 출자를 검토하고 있으며, 운용은 일본 벤처캐피탈(VC) 업체인 '글로벌 브레인'이 담당할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SBJ의 영역을 리테일에서 기업금융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라며 "신한 퓨처스랩 재팬 사업과 관련, 일본 스타트업의 은행 관련 업무지원을 SBJ은행이 전담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일동포들에게 뿌리를 두고 있는 만큼 신한금융과 일본 금융권과의 협력사는 깊다. 신한금융을 이끄는 진 회장은 SBJ은행 출범을 진두지휘한 바 있는 '일본통'으로 분류된다. 이 영향으로 SBJ은행은 일본에서 외국계 은행 중 유일하게 리테일 영업을 진행 중이다. 전날엔 일본 도쿄 키라보시파이낸셜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 및 디지털 금융 사업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한 바 있다.
KB·하나금융은 일본 3대 금융회사 중 하나인 미쓰이스미토모(SMFG)와의 협력 강화에 나선다. 2007년 업무제휴 이래 16년간 밀월관계를 구축해 온 KB금융은 최근 SMFG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양사는 최근 뉴욕의 관문 공항인 뉴욕 JFK 국제공항 리뉴얼 프로젝트, 호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사업에서도 맞손을 잡았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국내에(만) 머무르는 것은 무리가 있는 만큼 글로벌·아시아 시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SMFG는 해외 경험이나 홀세일 측면에서 우리보다 앞서 있다. 연 1회 서울 또는 도쿄에서 스터디 그룹을 개최해 현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KB금융은 아직 일본 리테일 시장에 뛰어들지는 않고 있지만, 관련한 접촉은 이어가고 있다. 윤 회장은 "국내 보험서비스 강화를 위해 일본 보험사들과 의견을 교환하기 시작했다"면서 "반대로 디지털화를 고리로 일본 지방은행과 고객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 역시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신탁그룹(스미트러스트)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양사는 2014년부터 글로벌, 디지털, 기업금융(IB), 자산관리, 신탁 부문 등에서 인재 교류와 다양한 비즈니스 협업을 이어오고 있는데, 이를 한층 강화키로 한 것이다.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하나금융은 스미트러스트와 ▲지분투자 ▲자산관리 ▲리테일 ▲디지털 혁신 ▲글로벌 IB 사업 확대 등 5개 부문을 중심으로 상호협력을 확대키로 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양 그룹이 10년간 굳건히 쌓아온 신뢰와 협력관계가 한일 간 금융협력의 모범사례로 자리 잡아 양국의 금융 외교가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한다"며 "나아가 한일 양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하나금융이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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