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인터내셔널 크라운…LPGA 투어의 그림은
여자골프 국가대항전 한화 라이프플러스 인터내셔널 크라운이 5일(한국시간) 개막한다. 2020년 개최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3년 연기된 이번 대회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TPC 하딩파크에서 총상금 200만 달러(약 27억 원) 규모로 열린다.
인터내셔널 크라운은 프레지던츠컵과 라이더컵, 솔하임컵처럼 국가대항전 형태를 띤다. 8개국 선수들이 각자의 나라를 대표해 나흘간 포볼과 포섬, 싱글 매치로 우열을 가린다. 먼저 4개국끼리 조별리그를 벌이고, 상위 2개국씩 4강으로 올라 토너먼트를 치른다. 이번 대회에선 미국과 스웨덴, 잉글랜드, 중국이 A조로, 한국과 일본, 태국, 호주가 B조로 편성됐다.
인터내셔널 크라운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미국과 유럽이 맞붙는 솔하임컵이 있지만,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는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대륙의 선수들도 출전할 수 있는 무대가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2014년 신설됐다. 이전까지는 미국의 안전 시스템 인증기관인 UL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으로 불렸고, 올해부터는 한화생명이 LPGA 투어와 장기계약을 맺어 한화 라이프플러스라는 명칭이 붙었다.
골프 강국인 한국은 역대 대회에서 계속해 좋은 성적을 냈다. 박인비와 유소연, 김인경, 최나연이 합을 맞춘 2014년에는 3위를 기록했고, 유소연과 양희영, 김세영, 전인지가 짝을 이룬 2016년에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최근 마지막으로 열렸던 2018년 대회에선 정상을 밟았다. 박성현과 김인경, 유소연, 전인지가 인천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국내팬들에게 우승을 안겼다.
올해 대회에서도 최정상급 진용이 짜였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3위 고진영을 필두로 9위 김효주, 12위 전인지, 25위 최혜진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모두 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이들은 한국의 타이틀 방어를 목표로 의기투합했다.
인터내셔널 크라운은 LPGA 투어의 세계화와 궤를 같이 한다. 중심에는 갈수록 커지는 아시아 시장 공략이 있다. 코로나19로 명맥이 끊길 뻔한 대회를 어떻게든 존속시킨 이유다. 최근 중앙일보와 서면으로 만난 션 변 LPGA 아시아 대표는 “솔하임컵이 있기는 하지만, 전 세계 선수들이 모두 모여 경쟁할 수 있는 국가대항전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대륙간컵과 같은 다양한 의견이 모인 가운데 아무래도 자신의 나라를 대표해 뛸 수 있는 대회가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2014년 인터내셔널 크라운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션 변 대표는 2014년과 2016년 대회에서 한국팀의 매니저를 맡았다. 2018년에는 아시아 지사장으로서 한국의 우승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인터내셔널 크라운의 역사를 함께한 션 변 대표는 “2014년 대회에서 목격한 최나연의 눈물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된다. 마지막 싱글 매치에서 패한 뒤 분통한 눈물을 흘리더라. 그 장면이 안쓰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라를 대표해서 뛴다는 것이 큰 중압감을 갖는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인터내셔널 크라운은 당초 격년 주기로 열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대회가 연기되면서 5년의 공백기를 안게 됐다. 그러면서 대회 존속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LPGA 투어와 한화생명이 장기계약을 맺으면서 명맥이 유지됐다. 션 변 대표는 “골프대회에서 5년이라는 공백은 작지 않다. 우리로서도 어려움이 많았는데 다행히 한화생명과 뜻이 맞았다. 인터내셔널 크라운을 글로벌 이벤트로 만들어보자는 서로의 지향점이 같았다”고 했다.
지금까지 인터내셔널 크라운은 미국과 한국에서만 개최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다른 대륙이나 국가에서도 열릴 가능성이 크다. 또, 대회 자체의 규모가 더욱 커질 여지도 남아있다. 션 변 대표는 “한국과 미국이 앞으로도 대회 개최지의 중요한 열쇠가 되겠지만, 영국이나 일본, 중국도 가능성이 열려있다. 또, 골프 인기가 많은 태국과 싱가포르 개최도 검토하고 있다. 진정한 글로벌 이벤트로 거듭나기 위해선 어디서든 인터내셔널 크라운이 열릴 수 있다고 본다. 한화생명 역시 이 지점에서 LPGA 투어와 바라보는 바가 같았다”면서 “뉴질랜드의 리디아 고나 캐나다의 브룩 헨더슨이 출전하지 못한다는 점은 우리로서도 아쉽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선수들을 묶어 연합군 형태로 참가시키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앞으로 이런 사안은 선수들과 더욱 긴밀히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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