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인터뷰] ‘조연’ 이병헌이 꿈꾸는 포수왕국 주연, "준비된 포수가 될게요"

윤승재 2023. 5. 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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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병헌. IS 포토


강민호(38) 김태군(34) 김재성(27) 등 쟁쟁한 포수왕국 속에서 생존경쟁을 이어가는 어린 포수가 있다. 아직은 조연에 불과하지만, 언젠가 찾아올 주연의 기회를 기다리며 이병헌(24)은 묵묵히 포수왕국의 뒤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말해봐요, 나한테 왜 그랬어요’

2021년 가을 이병헌은 1군 데뷔라는 부푼 꿈을 안고 상무에서 전역했다. 하지만 이듬해 삼성은 포수 김태군을 트레이드로 품은 데 이어 자유계약선수(FA) 보상선수로 김재성까지 영입하면서 포수 확충에 열을 올렸고, 자연스레 이병헌의 입지는 좁아졌다. 결국 이병헌은 전역 첫해인 2022년 퓨처스리그에 머물며 대부분의 시즌을 보냈다. 이병헌으로선 팀의 결정이 야속했을 터. 하지만 이병헌은 묵묵히 2군에서 칼을 갈면서 1군 데뷔를 준비했다. 

훈련 중인 삼성 이병헌. 삼성 제공


▶‘슬퍼하지 말란 말이 아냐. 슬퍼만 하지 말라고’

높디높은 1군의 벽. 하지만 이병헌은 좌절만 하고 있을 순 없었다. 그에겐 20대 초중반이라는 ‘젊음’이 있었고, 여전히 그는 ‘라이온즈 안방의 미래’였다. 묵묵히 열심히 하다 보면 기회는 찾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베테랑 투수 백정현도 그에게 “바람이 부는 대로 흘러가다 보면 어느샌가 원하는 곳에 다다라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부담감과 조급함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을 믿으며 열심히 하다 보면 목표를 이룰 것이라는 조언이었다. 베테랑 선배의 조언에 평정심을 찾은 이병헌은 묵묵히 훈련에 임하며 언젠가 찾아올 기회를 기다렸다. 

▶‘(지금의 경험이) 열갑절 백갑절 더 소중하오’

그랬던 이병헌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올 시즌 초반 백업 포수 김재성과 김태군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이병헌이 백업 포수로 낙점된 것. 물론 강민호라는 높은 벽에 출전 기회는 많이 찾아오지 않아도 간간이 찾아오는 출전 기회는 그에게 너무나도 소중했다. 1군에서 선배들과 함께하며 조언을 듣고 그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매일 소중한 경험을 쌓고 있는 이병헌은 하루하루가 그저 소중하고 즐겁다고 이야기했다. 데뷔 초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던 이병헌이 올 시즌 여유를 찾고 ‘웃상(웃는 얼굴)’이 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삼성 이병헌. 삼성 제공


▶‘실전에서 속도 같은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병헌은 꾸준하게, 자신의 속도대로 차근차근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병헌은 “포수 선배들의 출전 경기 수를 알게 된 적이 있는데, 선배들이 어마어마해 보였다. 난 고작 8경기에 나갔는데 ‘나는 언제 저런 선수가 되지’라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그때 강민호 선배가 ‘그냥 하다 보면 이렇게 돼’라는 말 한마디에 조급함이 사라졌다. 내 속도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라고 회상했다. 김태군도 지금의 이병헌 나이에 기회를 잡고 1천 경기 금자탑을 쌓았다. 아직 창창한 이병헌이 조급해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이병헌은 매일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이병헌에 대해 “열심히 준비하는 선수다. 분석도 많이 하고 야구 선수 중에 책을 제일 많이 읽는 선수일 것이다. 삼성 미래를 이끌어가야 할 선수”라고 평가했다. 선배 강민호 역시 “정말 성실하면서 경기 집중력도 강한 선수다. 조금 더 파이팅 넘치는 모습으로 경험만 쌓는다면 굉장히 좋은 포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이병헌은 자신을 향한 기대가 감사할 따름이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준비된 포수가 되겠다"는 다짐으로 구슬땀을 흘리며 언젠가 다가올 주연의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대구=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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