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세사기는 구조적 문제…손가락질 멈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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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같이 사기꾼과 계약 맺어놓고 피해자인 척 위선 떠는거지. 자기가 사기 당해놓고 정부에 피해를 보상해달라고 하는 게 말이 되나."
부동산 시장을 뒤흔든 전세사기와 관련, 최근 취재 차 방문한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들었던 말이다.
온라인 커뮤티니에서도 '그런 사기를 대체 왜 당하냐', '누가 계약하라고 등 떠밀었냐' 등 조롱의 게시글이 다수 올라올 뿐 피해자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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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같이 사기꾼과 계약 맺어놓고 피해자인 척 위선 떠는거지. 자기가 사기 당해놓고 정부에 피해를 보상해달라고 하는 게 말이 되나."
부동산 시장을 뒤흔든 전세사기와 관련, 최근 취재 차 방문한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들었던 말이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전세사기 때문에 세입자 수요만 떨어졌다"며 투덜댔다. 온라인 커뮤티니에서도 ‘그런 사기를 대체 왜 당하냐’, ‘누가 계약하라고 등 떠밀었냐’ 등 조롱의 게시글이 다수 올라올 뿐 피해자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우리나라 민법에서는 전세계약을 매수인과 매도인의 합의로 이뤄지는 사적계약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피해자 개인의 책임으로 전적으로 몰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구조적 문제점을 방관한 사회 전반의 책임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 정부는 아파트 매매 관련 대출규제는 강화했지만, 전세대출에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세입자가 빌려온 전세대출자금을 집주인이 갭투자용으로 쓸 수 있는 기이한 구조가 형성되면서 현재 화곡동과 인천은 물론, 동탄·구리·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피해 사례가 수백·수천건씩 터져나오게 됐다.
특히 이번 전세사기 피해자 중에는 비싼 아파트 가격과 치솟는 서울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외곽으로 밀려난 사회초년생이 대부분이다. 당장 실거주할 곳이 마땅치 않았던 이들에게 이번 계약은 결국 ‘생존을 위한 결정’이었으리라. 게다가 당시 임대차계약은 대부분 공인중개사를 통해 이뤄졌다. 중개인들이 공제증서를 내밀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로 세입자를 안심시켰고, 집주인을 수백 채의 집을 보유한 재력가로 칭송했다. 과연 손가락질하는 이들의 말처럼 단순한 ‘바보짓’이었을까.
이 세상에 사기를 당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공인중개사까지 사기꾼과 한패라는 것을 꿰뚫어 보지 못한 것을 두고 ‘당한 게 잘못’이라는 비난은 가혹하다. 당장 동네 집값이 떨어졌다고 불만을 토하거나 남의 일이라고만 왈가왈부하며 떠들 것이 아니라 향후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과 사기 근절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누구도 사기범죄에서 안심할 수 있는 이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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