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기 왕세자' 찰스 3세 英 국왕 대관식…어떻게 진행되나
1000년 전통 절차…다문화·다종교 사회 반영도
약 100개국 정상 초청…러·이란 등 제외
오는 6일(현지시간) 성대한 대관식과 함께 영국 찰스 3세 국왕 시대가 열린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함께한 70여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이날 오전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리는 대관식은 찰스 3세가 왕관을 쓰고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를 포함한 14개 영연방 왕국의 군주임을 공식 선포한다. 앞서 지난해 9월 8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한 작후 찰스 3세는 국왕에 즉위했으며 대관식은 8개월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찰스 3세는 대관식을 치르는 40번째 국왕이 된다. 그는 4살 때인 1952년 여왕이 즉위하며 왕위 승계 서열 1위가 됐다. 9살이던 1958년 영국 왕세자(Prince of Wales)로 정식 책봉된 이후 65년 만이자 74세의 고령에 국왕으로 등극하는 것이다.
수 세기 이어져 온 대관식 절차는?
영국의 대관식은 1953년 6월 2일 엘리자베스 2세 이후 70년 만이다. 대관식은 1066년 윌리엄 1세 이후 1000년 동안 지켜진 전통으로 영국의 국왕과 왕비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대관식을 치렀다.
대관식 전날인 5일에는 버킹엄궁 리셉션이 열린다. 대관식 다음날인 7일에는 배우 톰 크루즈, 안드레아 보첼리 등이 출연하는 윈저성 콘서트가 열린다.
대관식 당일 행사는 찰스 3세 부부가 버킹엄궁에서 오전 10시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향하는 '왕의 행렬'로 시작된다. 이후 11시부터 약 1시간 동안 대관식을 진행한 뒤 1760년 제작된 황금마차를 타고 다시 버킹엄궁으로 되돌아가는 순서로 진행된다. 4시간가량 진행됐던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보다 대폭 단축됐다.
황금마차의 불편한 승차감으로 고령의 국왕 부부는 '왕의 행렬' 때는 2012년에 제작한 '다이아몬드 주빌리 마차'를 탑승하고 대관식 후에만 황금마차를 탄다.
대관식은 종교적인 행사로, 영국 국교회 수장인 캔터베리 대주교가 집전한다. 첫 순서는 영국 국교회 최고위 성직자인 캔터베리 대주교가 국왕을 소개하며 승인을 요청한다. 이에 참석자들은 '신이여 국왕을 보호하소서'(God Save the King)를 외치며 화답한다.
이후 찰스 3세는 전통에 따라 대주교 앞에서 법과 영국 교회를 수호하겠다고 신에게 맹세하는 서약을 이행한다. 이어 대관식 의자에 앉은 국왕에게 대주교가 직접 성유를 발라주고, 왕관을 씌워준다. 그리고 성직자, 왕족, 귀족 등이 무릎을 꿇고 충성을 맹세하는 오마주(경의) 순으로 식은 거행된다. 커밀라 왕비도 이보다 간소하지만 비슷한 절차를 밟는다.
찰스 3세의 맏손자로 왕위 승계 서열 2위인 조지 왕자(9세)는 국왕의 명예시동 역할을 맡았고, 최근 왕실과 불화로 논란이 일은 찰스 3세의 둘째 아들 해리 왕자는 혼자 참석한다.
커밀라 왕비가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얻은 자녀들도 초청받았다. 이들의 손자들은 명예시동으로 왕비 옷자락을 드는 역할을 맡았다.
커밀라 왕비는 찰스 3세가 다이애나비와 혼인한 이후에도 내연 관계를 유지해오다 2005년 4월 찰스 3세와 결혼했다.
이후 국왕 부부를 비롯해 왕실 가족들이 발코니에 나와 국민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식은 마무리된다.
대관식 물품 요모조모…친환경적 물품 교체도
찰스 3세는 대관식에서 무게 2.23㎏에 보석 444개가 박힌 대관식 왕관(성 에드워드 왕관)을 쓴다. 1661년 찰스 2세 대관식 때 처음 사용됐다. 다만 왕관의 무게감에 '왕의 행렬' 때는 다른 왕관으로 교체된다.
커밀라 왕비는 1911년 메리 왕비가 대관식 때 쓴 왕관을 재사용한다. 과거 왕비들이 대관식에서 착용한 인도 식민지 '피눈물'의 상징인 코이누르 다이아몬드는 빼기로 했다.
대관식 의자는 1300년 에드워드 1세 지시로 제작됐다. 의자 아래에는 1296년 스코틀랜드에서 가져온 전리품이자 스코틀랜드 왕권을 상징하는 150㎏의 '운명의 돌'이 들어간다.
그간 기후변화 문제를 역설해온 찰스 3세의 대관식에는 친환경적인 물품들이 쓰인다. 대관식 초청장은 재생 종이로 만들고 성유는 동물 친화적으로 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다문화·다종교 사회인 현대 영국의 모습을 반영하고자 하는 영국 왕실은 백인만 직책을 맡던 과거와 달리 여성, 흑인 등에게도 대관식의 주요 역할을 맡겼다. 특히 대관식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사제가 성경을 낭독한다.
대관식에 다른 종교 성직자들도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찰스 3세와 커밀라 부부가 대관식을 마치고 금색 국왕 전용 차량으로 이동하기 전에 사원 문 앞에는 불교·유대교·이슬람교·힌두교·시크교 대표들이 축복을 내리게 된다.
영국 왕실은 앞서 영국의 다양성을 반영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번 대관식은 전과 다를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초청 인사만 2200명…국제사회 문제 일으킨 국가 제외
이번 대관식에는 각국 정상급 인사와 왕족 등 2200여 명이 초청됐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세계 약 100개국 정상과 203개국 대표단 등이 포함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에 참석한 8000명보다 대폭 줄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전직 총리 등을 비롯해 스페인 펠리페 6세 국왕, 스웨덴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 네덜란드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 일본 왕세제 등 해외 왕족이 참석한다.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의혹 등으로 서방과 불편한 관계인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불참한다. 대신 다른 왕자가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연방인 캐나다·호주·뉴질랜드·파키스탄 총리와 필리핀 대통령도 참석한다. 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온다. 독일과 이탈리아의 대통령도 명단에 올랐다. 중국에서는 한정 국가부주석이 참석한다.
미국은 영국 식민지에서 주권국이 된 역사 전통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불참하며 대신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참석한다. 우리나라에선 한덕수 총리가 정부 대표로 참석한다.
이와함께 코로나19 영웅과 지역 자원봉사자 등 대영제국 훈장 수훈자들, 국왕의 사회복지 사업과 관련된 청년들 등 850명도 초청됐다.
이번 대관식에 국제사회 문제 등으로 영국과 껄끄러운 관계이거나 국교가 단절된 일부 국가 정상은 초대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친러성향의 벨라루스, 이란 등이 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아닌 대사급 인사에게만 초대장이 전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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