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진단 받기 전 '이 질환' 앓을 가능성 크다
◇난청, 요실금, 우울증… 치매 진단 전 환자들이 앓은 질환
미국 국립 노화 연구소 로비 비슨 박사팀은 알츠하이머치매 환자 347명, 혈관성치매환자 76명, 치매를 앓지 않은 건강한 노인 811명을 대상으로 진단 5년 전, 1년 전 앓은 질병을 분석했다. 알츠하이머치매는 뇌 기능이 퇴화해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질환이며, 혈관성치매는 뇌졸중 등 뇌혈관 손상으로 뇌로 가는 혈류량이 줄면서 발생한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치매 그룹은 치매 진단 전 난청(39%), 요실금(23%), 우울증(11%) 순으로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요실금은 치매 진단 1년 전까진 연관성이 뚜렷하지 않다가, 갑자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관성치매 그룹도 난청이 49%로 가장 많았고, 이어 혈관질환인 부정맥(37%), 심방세동(30%) 순이었다.
◇난청, 뇌 퇴화시켜
위 연구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 난청은 치매와 연관성이 매우 크다. 다른 사람과 대화가 어려우면 치매 위험을 높이는 사회적 고립, 우울증 등이 동반되기 쉬운 데다가, 청각 피질이 있는 측두엽에 언어 자극이 가지 않으면서 뇌가 퇴화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에서도 고도 난청이 있는 노인은 인지장애 위험도가 4.94배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난청으로 대화가 어려운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6년 후 인지력이 24% 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난청으로 인지력이 떨어져도 난청 치료, 청각재활 훈련으로 회복될 수 있다. 65~85세 난청 환자 94명에게 1년 동안 난청 치료·청각재활훈련을 했더니 인지력이 유의하게 회복됐다는 프랑스 연구 결과도 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이비인후과 이종대 교수는 "조기에 보청기를 적극적으로 착용한 사람은 착용하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낮다"고 했다.
◇요실금, 강력 치매 전조 증상일 수도
소변이 의도치 않게 새는 질환인 요실금은 치매의 주요 전조 증상이다. 요의를 느끼게 하고, 소변 배출을 돕는 등 배뇨의 전반적인 활동은 뇌에서 이뤄진다. 알츠하이머치매로 뇌에 퇴행성 변화가 생기면 배뇨 기능을 조절하는 전두엽 피질과 뇌교에도 문제가 생겨 배뇨 기능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이땐 반드시 병원을 찾아가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
물론 요실금은 노화로 근육이 부족해져 생길 수도 있는데, 요실금으로 대외활동 반경이 줄어들고 대면 접촉을 통한 사회적 소통이 줄면서 심각한 우울증으로 이어져 치매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도 있다. 적극적인 치료로 위험률을 낮출 수 있다.
다만, 요실금 치료제로 사용되는 항콜린성 약제가 치매를 유발할 수도 있어, 요실금 치료 시에는 담당의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국의학저널(BMJ)에 실린 연구에서 4만 770명을 대상으로 치매 진단 전 어떤 약을 복용했는지 조사했더니, 항콜린제로 요실금을 장기 치료한 환자의 치매 발병 위험이 약 2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항콜린제는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 작용을 방해하는 약이다. 아세틸콜린이 학습능력이나 기억력을 활성화하는데, 항콜린제가 이런 기능을 저하해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울증 만성화가 치매로 이어져
우울증도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인다. 우울증 자체가 치매와 비슷한 인지 기능 저하 증상을 유발하는데, 방치해 만성화되면 치매로 진행된다. 우울증이 길어지면 해마가 위축돼 회복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우울증을 제때 치료하면 인지 기능을 다시 회복할 수 있다. 실제로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대종 교수와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공동 연구팀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인한 인지 저하가 2년 이상 만성화되거나 재발하면 6년 이내 실제 치매 발병 위험이 12배, 악화하면 46배까지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과도한 심리적 고통만 자주 받아도 노년기 치매를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 핀란드 헬싱키대 연구팀이 6만 7688명을 25.4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심리적 고통이 큰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치매 위험이 17~24%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운동, 식습관 관리, 사회적 교류 활동을 하면 약물 복용 없이도 치매 발병률을 낮출 수 있다.
우울증 치료제로도 항콜린제가 사용되곤 하는데, 항콜린제가 든 우울증을 장기간 복용하면 치매 발병 위험이 13% 높아지므로 우울증 치료를 진행할 땐 전문의와 약물 복용에 대한 의견도 지속해서 나누는 게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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