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계가족에 위암 환자 있다면… 유전성 위암 대비해야 할까?

오상훈 기자 2023. 5. 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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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위암 환자의 평균 발병 연령은 60세다. 그런데 직계가족 간 공유된 유전자 돌연변이가 원인인 유전성 위암은 더 젊은 나이에 발생한다. 또 위에 두 개 이상의 암이 발견되거나 대장암, 자궁내막암 등과 동반된다는 특징이 있다. 유전성 위암에 대해 순천향대 부천병원 위장관외과 최윤영 교수에게 물었다.

◇직계 가족 중 위암 환자 2명 이상이라면 의심 
위암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고 치명적인 암 중에 하나다. 가장 큰 원인은 반복적인 위 염증. 그런데 일부 위암은 유전적인 원인으로 발생한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위장관외과 최윤영 교수는 “위장병학 및 간장학 저널 중 ‘Nature Review’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유전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위암 환자는 약 3%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우리 몸에는 암 발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유전자가 있다. 그런데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으면 암 억제 메커니즘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최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직계 가족 구성원 중 절반이 해당 유전자 돌연변이를 공유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같은 암이 그 구성원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며 “위암이 직계 가족 중 2명 이상에서 위암이 발생했을 경우, 특히 미만형 위암이라면 유전상담을 받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돌연변이 유전자 종류 따라 미만형·린치증후군 구분
유전성 위암의 종류는 크게 ‘유전성 미만형 위암’과 ‘린치증후군’으로 나뉜다. 유전성 미만형 위암은 ‘CDH1’이라는 유전자에 타고난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발생한다.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살아가는 동안 50~70% 확률로 위암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45세 아래 미만형 위암 환자 0.5% 미만에서 이러한 돌연변이가 보고된 바 있다. 최윤영 교수는 “위암은 세포 모양에 따라 장형과 미만형으로 나뉜다”며 “미만형의 경우 예후가 나쁘고, 젊은 여성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린치증후군은 대장암에서 잘 알려진 유전성 암이다. 그런데 위암 및 자궁내막암과도 연관이 있다. 린치증후군은 MLH1, PMS2, MSH2, MSH6 유전자 중 하나에 타고난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발생한다. 린치증후군으로 인한 암은 최근 면역항암치료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현미부수체불안정성 위암’으로 나타난다.

◇차별화된 전략으로 대응, “유전자 확인돼도 무조건 발병하는 건 아냐”
유전성 위암은 혈액검사로 유전자 돌연변이 여부를 확인해 진단한다. 최근에는 단일 유전자 대신 수십 개의 암 발생 위험 유전자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다중 유전자 패널 검사가 활용된다. ▲직계 가족 중 위암 환자가 2명 이상인 경우 ▲위암이 50세 이전 젊은 연령에서 발생한 경우 ▲여러 개 위암이 발생하거나 위암 외 다른 종류 암이 동반되는 경우 ▲현미부수체불안정성 위암이 있는 경우 유전자 검사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위암으로 진단됐거니 치료받은 뒤 유전성 위암으로 확인된다면 재발 및 다른 암 발생을 막기 위해 차별화된 예방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 경우 다른 가족 구성원의 유전자 검사와 맞춤형 관리도 고려해야 한다. 아직 암이 진단되지는 않았지만 유전성 위암 위험 유전자를 가진 것이 확인되면, 20대부터 위내시경 등 암 검진을 매년 받는 것이 좋다.

최윤영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유전성 미만형 위암으로 진단되었을 때 예방적으로 위를 제거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는 위내시경 비용이 저렴하고 접근성도 좋으므로 정기적으로 검진받는 걸 추천한다”며 “린치증후군이라면 위암을 비롯한 대장암, 자궁암 등 다양한 암 발생 위험이 있으므로 대장내시경 및 초음파 검사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전성 위암 위험 유전자가 확인된다고 꼭 위암이 발생하는 건 아니다. 일반인들보다 위험이 높다고 이해하면 된다.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 금연과 금주, 맵고 짠 음식 피하기, 헬리코박터균 제균 등을 통해 위암 발생 예방을 위한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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