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대형마트' 이마트 연수점…정용진 "고객의 시간을 산다"

조성필 2023. 5. 4.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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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줄이고 체험형 시설 늘려…매출 18%↑
이마트 롤모델 월마트서도 찾기 힘든 유형
정용진 "오프라인 미래, 공간혁신 달렸다"
"제1의 이마트 되겠다"던 신년사 현실화

인천 송도에 거주하는 가정주부 A씨. 그는 4일 이마트 연수점을 찾아 장을 볼 계획이다. 매장 내 식료품 코너에 들러 이마트가 직접 재배한 채소를 사서 아이들 밥상에 올릴 예정이다. 아이들 밥상에 고기가 빠질 순 없다. 이마트 연수점 축산 매장에는 30m 길이 대형 쇼케이스가 자리해 냉장 축산물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시중에서 보기 힘든 듀록, 화식 한우에 직접 숙성해 판매하는 토마호크 등을 골라 살 수 있다. A씨는 아이들 간식으로는 치킨을 구상 중이다. 즉석조리 코너에서 로봇이 튀기는 프라이드 치킨이다.

A씨는 인천을 연고지로 하는 프로야구 SSG 랜더스 팬이기도 하다. 그동안 선수 유니폼 등은 구장을 방문해 구입했으나, 이제는 이마트 연수점 지하에 있는 '랜더스 굿즈샵'을 이용한다. 매장 1층에 인천 랜더스필드 야구장 선수 라커룸을 재현한 랜더스 광장은 A씨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됐다. 이곳에는 SSG랜더스 구단 선수 12명의 유니폼과 배트, 글로브, 포스터 등이 진열돼 있다. 랜더스필드에 있는 포토 카드 키오스크와 메모리존도 그대로 옮겨졌다.

3일 오후 새로 단장된 인천시 연수구 이마트 연수점 실내 스마트팜 채소 판매 부스에 다양한 채소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2002년 개점한 이마트 연수점이 몰 타입의 미래형 매장으로 탈바꿈했다. 이 매장은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6개월간 장기 프로젝트 끝에 공간과 상품을 재구성해 지난달 30일 다시 문을 열었다.

이마트 연수점은 종전 본 매장 공간 1만2561㎡(3800평)를 5619㎡(1600평)로 줄였다. 대신 전문점과 임대 매장 규모를 5950㎡(1800평)에서 1만1570㎡(3500평)로 2배 가까이 늘렸다. 기존 장보기를 위한 공간을 외식, 레저, 문화 활동이 모두 복합 공간으로 확대한 것이다.

본 매장 공간은 식료품 코너를 기존보다 430㎡(130평) 늘려 오프라인 마트의 강점을 살렸다. 스마트팜과 대형 축산물 쇼케이스 등을 설치해 고객들이 식품 품질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다. 수산 매장에서 열리는 참치 해체 쇼와 즉석조리 코너에서 치킨을 튀기는 로봇은 이색 볼거리로 꼽힌다.

3일 오후 새로 단장된 인천시 연수구 이마트 연수점 출입문이 활짝 열려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임대 공간은 맛집과 체험형 시설로 채웠다. 이마트에 따르면 연수점 임대 매장은 모두 82개로 이마트타운 월계점(92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이 중엔 인천 지역을 비롯해 서울 성수동·수원 행궁동 등에 자리 잡은 유명 맛집 25곳도 있다.

체험형 시설로는 랜더스 광장 외 키즈카페 '바운스 칠드런스파크'와 플라워샵 '플라워 마르쉐' 등이 대표적이다. 9세 미만의 자녀를 둔 30∼40대 가족의 구성비가 높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이마트 측은 설명했다.

변화는 일단 성공적이다. 새 단장 이후 한 달간 매출과 방문 고객 수가 모두 늘었다.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18%가량, 방문 고객 수는 23% 증가했다고 한다. 본 매장 축소에도 스마트팜 등 볼거리 많은 식료품 코너의 매출이 특히 뛰었다. 델리 매출이 48% 올랐고, 이어 채소(20%), 수산(23%), 가공식품(13%), 축산(13%) 등 순으로 고른 상승 폭을 보였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3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이마트 연수점을 찾아 새로 단장한 판매 부스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3일 오후 연수점을 찾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마트는 고객이 물건을 사러 가기보다는 시간을 쓰러 가는 곳으로 바뀔 것"이라며 "연수점은 이런 관점에서 리뉴얼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이날 현장 경영 일환으로 연수점을 방문해 매장 곳곳을 둘러봤다. 그는 매장을 둘러본 뒤 "온라인 시장이 중요해졌다고 오프라인이 중요치 않은 것은 아니다"며 "오프라인 매장 중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연수점처럼 바꾼 건 꼭 필요한 투자이고 앞으로도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행보는 정 부회장이 이마트의 롤모델로 삼은 미국 대표 대형마트 월마트와도 결을 달리한다. 학계에 따르면 월마트는 코로나19 기간 확대된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의 위협에 맞서 본 매장을 줄이고 임대 매장 규모를 늘리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마트처럼 스포테인먼트(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를 포함한 체험형 시설 등 복합쇼핑몰 방향을 추구하는 미래형 마트 모델은 전 세계적으로도 찾기 힘든 사례라는 게 중론이다. 정 부회장이 "우리의 목표는 제2의 월마트, 제2의 아마존이 아닌 제1의 신세계"라고 밝힌 신년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이마트는 연수점을 필두로 올해 10여개 점포 새 단장에 85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당장 오는 7월 이마트타운 킨텍스점이 재개장을 준비 중이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차별화된 경험을 원하는 고객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혁신 매장을 지속해서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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