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선수가 트레이드로, '미래 손실'까지 발생한 페퍼저축은행

이형석 2023. 5. 4.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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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에서 페퍼저축은행으로 돌아온 이고은. 사진=KOVO

박정아의 FA(자유계약선수) 보상 선수로 1년 만에 친정팀 한국도로공사로 복귀한 이고은(28)이 엿새 만에 다시 페퍼저축은행 유니폼을 입게 됐다. 

페퍼저축은행은 "최가은과 2023~24시즌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도로공사에 내주고, 이고은과 2023~24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을 얻는 트레이드를 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앞서 페퍼저축은행은 이번 FA 시장에서 최대어 박정아를 영입했다. 연간 총액 7억7500만원(연봉 4억7500만원, 인센티브 3억원)의 V리그 여자부 최고 조건 3년 계약이다. 

도로공사는 직전 시즌 박정아의 연봉 200%(8억 6000만원)와 보상 선수 1명을 택하기로 했다. 페퍼저축은행으로부터 보호 선수(5인) 명단을 건네받은 도로공사는 지난 26일 보상선수로 이고은을 결정했다. 

페퍼저축은행의 잘못된 판단이었다. 

보호 선수 명단은 새롭게 FA 영입한 선수를 포함해 선수 전원을 대상으로 한다. 페퍼저축은행은 이번 FA 시장에서 내·외부 2명씩 총 4명과 계약했다. FA 계약한 일부 선수와 신인급 선수까지 총 5명으로 보호 선수 명단을 꾸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이고은을 제외한 것이다. 주전 세터 이윤정을 보유한 한국도로공사가 굳이 이고은을 선택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도로공사는 전략적으로 접근해 이고은을 지목했다. 1년 전까지 함께 뛴 이고은이 세 번째(2013~17, 2020~22)로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게 되면서 이목이 쏠렸다.  

허를 찔린 페퍼저축은행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고은은 2022~23시즌 페퍼저축은행의 주전 세터였다. 총 33경기 122세트 출전, 세트 4위를 기록했다. 더군다나 이고은은 1년 전 3년 총 9억9000만원의 조건으로 FA 영입한 선수였다. 당장 이고은을 대체할 확실한 세터 자원이 없다. 

페퍼저축은행은 부랴부랴 이고은 재영입에 나섰다. 이를 위해 출혈이 불가피했다. 두 시즌 동안 주전 미들블로커(센터)로 활약한 최가은(22)을 내줘야만 했다. 2019~20시즌 전체 5순위로 IBK기업은행에 입단한 최가은은 2021년 신생팀 특별지명을 통해 페퍼저축은행으로 옮겼다. 이번 시즌 전 경기에 출장해 233득점, 세트당 블로킹 0.537개를 기록할 만큼 미래가 기대되는 자원이다. 

보상 선수가 단기간 내 트레이드를 통해 원소속팀을 돌아간 사례는 V리그에서 처음이다. 이 과정에서 이고은이 얻는 상실감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페퍼저축은행은 귀한 1라운드 지명권을 도로공사에 내주면서 2라운드 지명권을 얻는 데 합의했다. 지난해 최하위를 차지한 페퍼저축은행은 신인 지명 추첨에서 가장 높은 35%의 확률을 갖고 있다. 1순위 지명권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도로공사는 최대어로 꼽히는 김세빈(한봄고)을 잡을 확률이 높아졌다. 도로공사는 정대영(GS 칼텍스)의 FA 이적에 따른 공백을 최가은으로 메우면서 1순위 확률이 높은 1라운드 지명권까지 획득했다. 반면 페퍼저축은행은 안일한 보호선수 명단 작업으로 큰 손실을 이게 됐다.

이형석 기자 ops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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