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 정몽규 회장부터 변해야 이사진 ‘18명 물갈이’ 효과 본다

김희웅 2023. 5. 4.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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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이사진 25인 중 18인 교체
언론·교사 등 다양한 인물 영입
쇄신 위해 ‘소통’ 앞세운 만큼
정 회장의 자세부터 바뀌어야
단상 향하는 정몽규 회장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대한축구협회 신임 이사진 명단 발표 기자회견을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2023.5.3 ondol@yna.co.kr/2023-05-03 10:14:23/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대한축구협회(KFA) 이사 명단이 싹 바뀌었다. 지난 3월 사면 논란이 일자, 책임을 느낀 지도부 구성원들이 사의를 표명했다. 개중 7명은 사면 건과 큰 관련이 없고, “연속성도 중요하다”는 이유에서 유임됐다.

KFA가 3일 공개한 이사 명단(25인)에는 각계각층 인사의 이름이 올랐다. 정몽규 회장은 김정배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 차관을 상근 부회장으로 영입했다. 한준희 쿠팡플레이 해설위원은 부회장 직위를 달고 홍보 업무를 담당한다. 둘은 비경기인 출신으로서 객관적으로 KFA의 현실을 보고, 정 회장에게 가감 없이 제언할 인물로 꼽힌다. 

이사진 변화도 눈에 띈다. 선수 입장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근호(대구FC) 지소연(수원FC위민)이 이사 직함을 달았다. 위원석 전 스포츠서울 편집국장, 전해림 덕성여고 체육 교사 등 언론인과 현직 교사도 이사진에 합류했다. 진해림 이사는 1992년생으로 이사회에서 가장 젊다. 
신임 이사진 명단 발표 마친 정몽규 회장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신임 이사진 명단 발표 기자회견 후 인사하고 있다. 2023.5.3 ondol@yna.co.kr/2023-05-03 10:32:12/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번 ‘이사진 물갈이’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려는 목적이다. 정몽규 회장은 “우리나라 토론 문화가 상당히 힘들다. 회의 때도 지명하기 전에는 토론하지 않는다”며 “이분들을 모신 이유는 다양한 의견을 듣고 싶어서다. 의견을 듣고 많이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기자회견 내내 ‘소통’을 강조했다.

소통을 강화하고 KFA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겠다는 목적은 확실하다. 새 얼굴을 대거 영입해 이사 명단을 새로이 꾸린 이유도 그럴싸하다. 다만 이미 사면 논란으로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긴 것을 만회하고, 새 출발을 하려면 결국 정몽규 회장의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정몽규 KFA 회장.(사진=KFA)

정몽규 회장은 사면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지난 3월 28일 우루과이와 A매치 전, KFA가 축구인 100명에 대한 사면을 기습 발표해 여론이 악화했다. 사흘 만에 사면 결정을 철회하며 성난 민심을 돌리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정 회장 등 특정 임원진 중심의 독단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촌극’을 만들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후폭풍은 입김을 내기 어려웠던 이사진이 떠안았다. 

애초 과오가 없었다면 애꿎은 이사진이 사퇴하는 참극도 없었다. 이사진 18명을 교체하는 일도 당연히 없었을 것이다. 정몽규 회장 스스로 ‘왜’ 이사진이 바뀌었는지를 돌아보고, 사면 논란 여파를 늘 새겨야 한다.

무엇보다 이사진 대거 교체가 ‘보여주기’가 돼서는 곤란하다. 정몽규 회장은 ‘불통’을 인정하고 ‘소통’을 외쳤다. 이사진이 눈치 보지 않고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 회장이 먼저 들으려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그래야 진정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신문로=김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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