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3세 인기 나쁜데…"전 국민 무릎 꿇어라" 충성맹세 논란 [英국왕 대관식]
찰스 3세(74) 영국 국왕이 오는 6일(현지시간) 열리는 대관식에서 대중 참여를 이끌기 위해 야심 차게 준비한 ‘일반인 충성 맹세’가 논란에 휩싸였다. 입헌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들에게 충성의 ‘무릎 꿇기’를 요구하는 게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비판이다.
영국인 85% 충성 맹세 안 해
일반인 충성 맹세는 대관식 의식 중 찰스 3세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오마주(경의) 순서 때 현장이나 TV로 지켜보는 모든 이의 동참을 요청한다는 의미다. 통상은 성직자와 왕족, 다음에 귀족들이 나와 국왕 앞에 무릎 꿇었다.
이번 대관식에는 영국 국교회 최고 수장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성직자), 윌리엄 왕세자(왕족) 다음 순서로, 전 국민이 무릎 꿇기에 동참해 “법에 따라 폐하와 후계자에게 진정한 충성을 바칠 것을 맹세한다”라는 서약 낭독을 할 수 있다. 이같은 일반인 충성 맹세는 영국 왕실 대관식 사상 처음 실시되는 의식이다.
대관식을 집전하는 캔터베리 대주교는 지난달 30일 대관식 세부 내용을 공개하며 “왕실 역사상 일반 대중이 새로운 왕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기회가 제공된 적이 없었다”면서“대관식 전통에서 새롭고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군주제에 반대하는 단체 ‘공화국’은 “민주주의에서는 국가 원수가 우리에게 충성을 맹세한다”며 “(이번 이벤트는) 대중을 경멸하는 공격적인 제스처”라고 지적했다. 제니 존슨 상원의원(녹색당)도 “많은 이들이 군주제가 구세대 제도라고 여기는 상황에서 충성을 맹세하라는 것은 이상한 요구로 들린다”고 꼬집었다. 영국 TV쇼 ‘굿모닝 브리튼’에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선 약 16만명 중 85%가 일반인 충성 맹세를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논란이 지속하자 국교회 대변인은 “이 의식은 강권이 아니라 초청에 가깝다”면서 “사람들이 국가 제창에 참여하는 것처럼 옳다고 느끼면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이번 대관식에 대한 영국의 분위기는 ‘공손한 무관심’이었는데, 왕실이 대중의 지지를 얻으려고 추진한 새로운 시도가 오히려 반발 심리를 자극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고 전했다.
대관식 하든지 말든지 무관심
지난달 중순 실시한 유고브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가 대관식에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대관식에 관심 있다는 응답은 33% 정도였다. 대관식을 보지 않고, 축하행사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응답도 50%에 달했다. 특히 18~24세 젊은 층에선 75%가 대관식을 외면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상당수 영국인이 찰스 3세가 대관식을 하든지 말든지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찰스 3세 지지도 역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지난달 말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에 따르면 찰스 3세 지지도는 49%로, 지난해 9월 엘리자베스 여왕 사후에 기록한 61%에서 12%나 떨어졌다. 대관식을 앞두고 찰스 3세 기념품이 런던 시내 가게에 진열됐지만, 아직도 엘리자베스 2세 기념품이 더 많이 팔린다고 한다. 올해 1분기 왕실 인기순위에서 엘리자베스 2세는 80%로 부동의 1위다.
영연방 국가에서도 대관식에 대한 관심이 낮다. 군주제를 벗어나 공화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활발히 나오고 있는 호주에선 최근 ‘군주제 아닌 민주주의’라는 글이 적힌 티셔츠가 팔리고 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호주군주연맹에선 대관식을 기념해 8일을 공휴일로 지정하자고 제안했지만 어느 주도 승인하지 않았다.
캐나다에서도 엘리자베스 여왕 대관식 때 전국 여러 학교에서 기념행사를 개최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특별한 행사가 없다고 CTV가 전했다. 캐나다 여론조사 기관 앵거스 리드 연구소에 따르면 캐나다인의 9%만 이번 행사를 ‘올해 가장 중요한 행사’로 본다고 답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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