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수익금 모두 자립준비청년 인건비로… “어렵지만 사명”

김아영 2023. 5. 4.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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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준비청년에 희망 디딤돌을] ‘블리스 버거 & 카페’ 연 김재훈 목사
자립준비청년들이 2일 경기도 의정부시 평화로 ‘블리스 버거 & 카페’에서 수제버거에 넣을 재료를 다듬고 있다. 의정부=이한형 기자


경기도 의정부시 평화로 ‘블리스 버거&카페’. 지난 2일 오전 검은색 모자를 쓰고 앞치마를 두른 김재훈(53) 목사와 직원들이 빠른 손놀림으로 수제버거를 만들고 있었다.

김 목사는 햄버거 위에 양상추 로메인상추 토마토를 차례로 올려놓은 뒤 갓 튀긴 새우 패티를 얹었다. 이어 새우 패티에 소스를 뿌리고 가늘게 썬 양파를 올린 뒤 맨 위에 햄버거 빵을 덮었다.

“블리스 버거의 대표 메뉴는 새우버거”라고 운을 뗀 김 목사는 “요즘 수제버거를 찾는 손님이 많아지면서 배달 주문도 늘고 있다”며 빙그레 웃었다.

김 목사가 대표인 이 매장은 자립준비청년(자립청년)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난해 4월 설립됐다. 시작은 카페였다. 2016년부터 자립청년과의 자조 모임인 ‘한하우스’를 이어온 김 목사는 자립청년의 자립을 위한 일자리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지역교회 십시일반으로 마련된 공간

김 목사가 자립청년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카페를 설립한다고 하자 지역 교회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동두천성결교회 본교회 도봉교회 월광교회가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 6000여만원으로 지난해 4월 ‘블리스 카페’를 열었다.

그런데 카페를 운영한 지 10개월이 채 되지 않은 그해 11월 매출액이 반 토막 나면서 김 목사는 위기감을 느꼈다. 월세 등 유지비를 대기도 벅찼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처음 카페를 열었을 때 식사류를 판매해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지만 자립청년들의 적응을 위해 커피만 팔았다. 그러다 일이 바쁘고 힘들어도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판단으로 지난해 12월 햄버거 가맹점으로 과감히 전환했다.

다행히 업종 전환 후 매출액이 꾸준히 증가해 자립청년 6명이 이곳에서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게 됐다. 정직원은 한 명이고 나머지 5명은 인턴십 과정으로 일한다. 인턴십 직원은 일주일에 15시간을 근무해 월 70만원 정도를 번다.

김 목사는 “자립청년들이 이곳에서 일하면서 자신의 진로를 찾고 장기적으로 준비하길 바란다”며 “이곳 일터가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전했다.

설립 목적에 따라 매장 수익금은 오롯이 자립청년 인건비로 쓰인다. 김 목사는 매일 매장에서 수제버거를 만들며 구슬땀을 흘리지만 그가 가져가는 인건비는 없다. 김 목사는 재무 강의 등으로 생활비를 충당한다.

블리스 카페는 주중엔 햄버거와 커피를 파는 매장으로, 일요일에는 ‘우리교회’라는 이름으로 예배를 드리는 교회가 된다. 김 목사는 자립청년들과 주일마다 오후 예배를 드리며 이들을 영적으로 돌보는 데도 힘쓴다.

블리스 버거 대표인 김재훈 목사가 완성된 새우버거를 접시에 올려놓고 있는 모습. 의정부=이한형 기자


김 목사는 “수제버거와 커피를 파는 공간이다 보니 자립청년들이 스스럼없이 방문해 저에게 상담을 요청한다”며 “교회 간판만 있었다면 아무래도 쉽게 다가서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곁에 있다 보니 이들의 필요가 보여

가족보다 자립청년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김 목사는 이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자립청년과 인연을 맺게 된 때는 2006년이었다. 의정부의 한 보육원에서 말씀을 전한 것을 계기로 보육원 원목으로 사역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김 목사는 “보통 이런 제안을 받으면 ‘기도 먼저 해보겠다’고 하는데 이때는 그 자리에서 바로 수락했다”고 회고했다.

1년반 가까이 원목으로 사역하면서 자립청년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훈련하는 데 정성을 쏟았다. 김 목사는 보육원을 퇴소한 자립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을 지켜보면서 이들 곁에 있기로 했다.

전문적인 사역을 위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보육원에서 자립지원전담요원으로 활동했다. 김 목사는 보육원을 퇴소한 자립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함께 있어 주는 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자립청년들의 삶 가운데 지도해야 할 부분이 많아 보였다. 김 목사는 “곁에 있다 보니 이들의 주거문제에 개입하게 되고 돈 관리, 진로 설정에도 조언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결국 일상생활에도 깊이 관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명따라 간 길이지만 인내 필요”

퇴소한 자립청년들과 소통하다 보니 자조 모임 ‘한하우스’가 자연스럽게 생겼다. 매주 금요일 함께 모여 식사하고 대화하면서 이들이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경청하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왔다. 2020년 1월 비영리사회복지단체 ‘경기자립지원센터내비두’를 설립해 자립청년을 위한 취업, 주거, 생활 등 영역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진행한다.

김 목사는 사명을 따라 스스로 택한 길이지만 쉽지 않은 사역이라고 고백했다. 상처가 큰 자립청년에게 정성을 쏟아도 변화되지 않은 이들을 볼 때도 많다. 그럼에도 김 목사는 “자립청년들의 행동과 말에 일비일희하지 않고 인내하며 이들 곁에 있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면서 “자립청년들과 함께하는 현장 사역에 많은 이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의정부=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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