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투자의 귀재, 김익래

이성규 2023. 5. 4.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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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의 성공 원칙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주식을 해본 사람이라면 참 어렵다는 걸 알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주식시장 하락세가 이어질 때 대기업 중견기업 가릴 것 없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분 이양 작업이 유행을 탔다.

증여세 마련을 위해 좋은 타이밍에 주식을 팔았을 뿐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주장하는 김 회장에게 들려주고 싶은 일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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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경제부장


주식 투자의 성공 원칙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주식을 해본 사람이라면 참 어렵다는 걸 알 것이다. 특히 적절한 매도 시점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라는 격언도 있다. 그런데 발끝에서 사서 머리 위에서 파는 ‘투자의 귀재’가 이번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조작 사건에서 확인됐다. 키움증권 김익래 회장이 주인공이다. 김 회장은 키움그룹 지배구조 최상단 계열사인 다우데이타가 주가조작에 휘말려 60% 이상 급락하기 직전에 140만주(3.65%)를 처분해 605억원을 확보했다. 2거래일만 늦었더라도 300억원 이상 손해볼 상황에서 기막힌 매도 타이밍을 잡은 것이다.

금융 당국과 시장은 의심의 눈초리로 김 회장을 바라보고 있다. 키움증권이 주가조작 수단으로 악용된 차액결제시스템(CFD) 계약을 SG증권과 맺었기에 더욱 그렇다. 특히 김 회장의 다우데이타 주식 고점 매도 후 주가 폭락은 처음이 아니다. 2007년 1월에도 김 회장이 133만주(4.15%)를 판 직후 다우데이타 주가는 하한가로 주저앉았다. 김 회장이 주당 4757원에 매도한 지 열흘 만에 주가는 2960원까지 떨어졌다. 그때나 지금이나 피해는 ‘개미’들에게 돌아갔다. 다우데이타 지분 21.78%(지난해 말 기준)는 소액주주들이 갖고 있다. 시장에선 두 번의 우연은 필연이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의혹에 금융감독원은 3일 키움증권에 대한 특별조사에 착수했다. 김 회장이 키움증권 등기이사인 만큼 CFD 거래 계약에 김 회장이 관여했는지, 주가조작 주범으로 지목되는 H투자자문사 라덕연 대표와 어떤 연관 관계가 있는지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김 회장 측은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라 대표와 일면식도 없을뿐더러 증여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매도했는데 우연의 일치로 폭락 사태를 피해갔다고 강변하고 있다.

실제 김 회장이 주가조작에 관여한 물증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주주의 대량 매도로 폭락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도덕적 비난은 피하기 어렵다. 김 회장은 개미들에게 사과 한마디 없다. 2000년 설립된 키움증권은 개미들의 높은 충성도로 성장한 회사다. 대주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면 지금이라도 다우데이타 자사주를 매입해 개미들의 눈물을 닦아줄 때란 쓴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동종업계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은 주주환원 정책으로 지난달 자사주 2만9000주를 사들였다. 회사 차원에선 자사주 1000만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김 회장은 2000년대 다우기술을 창업한 1세대 벤처기업인이다. 이후 키움증권을 설립해 성공적인 금융그룹을 만들었다. 경영권 승계도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는 2021년 장남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세 자녀에게 다우데이타 주식 200만주를 물려줬다. 논란이 된 이번 다우데이타 지분 매각도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이었다. 어찌 보면 이번 SG발 주가조작 사태에서 유일하게 이득을 본 사례라 볼 수 있다.

코로나 사태로 주식시장 하락세가 이어질 때 대기업 중견기업 가릴 것 없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분 이양 작업이 유행을 탔다. 김 회장도 2021년 이를 활용한 셈이다. 당시 한 원로 기업인은 다른 기업처럼 자녀들에게 지분을 나눠줄 것을 주변으로부터 권유받았다. 이 말을 들은 원로 기업인은 “국가가 어려울 때 기업을 키워 주가를 올릴 생각을 해야지 개인적 이기심을 생각할 때냐”며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증여세 마련을 위해 좋은 타이밍에 주식을 팔았을 뿐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주장하는 김 회장에게 들려주고 싶은 일화다.

이성규 경제부장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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