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두 아이의 죽음… 여전히 계속되는 ‘자녀 살해 후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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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을 며칠 앞두고 두 아이가 살해당했다.
우리 사회가 '동반자살'이란 잘못된 용어를 버리고 '자녀 살해 후 자살'이자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아동학대'로 이런 사건을 대한 지 꽤 됐지만, 아이들의 참담한 죽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두 아이의 죽음으로 문을 연 이 가정의 달은 시대착오적 인식을 바로잡는 입법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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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을 며칠 앞두고 두 아이가 살해당했다. 한 아이는 아빠에게, 다른 아이는 엄마에게. 3일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30대 부부와 돌이 채 안 된 아기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뒤 옥상에 올라가 투신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혼자 뛰어내리지 않았다. 의사 표현도 못하는 아기를 안고 몸을 던졌다. 그에겐 극단적 ‘선택’이었겠지만, 그것은 아기를 살해하는 행위였다. 그는 이날 두 건의 살인을 저질렀다. 하루 전 경기도 평택에선 30대 여성이 일곱 살 아들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역시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된 여성의 시신 옆에 메모가 놓여 있었다. ‘아들도 같이 데려간다.’ 저 문장의 술어는 완전히 틀렸다. 그는 아들을 데려간 것이 아니라 죽인 것이다. 아무리 엄마라도 자식을 죽음에 이르게 할 권리 따위는 없다.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믿고 의지했을 이에게 영문도 모른 채 인생의 모든 기회를 박탈당하며 잔혹한 최후를 맞았다.
우리 사회가 ‘동반자살’이란 잘못된 용어를 버리고 ‘자녀 살해 후 자살’이자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아동학대’로 이런 사건을 대한 지 꽤 됐지만, 아이들의 참담한 죽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해마다 20명 안팎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부모에게 살해당한다. 최근 10여년 사이 가장 많은 아이가 이렇게 희생된 2009년(33명)과 2018년(32명)은 각각 금융위기 여파와 경기 침체로 경제난이 심해진 때였다. 이런 어려움을 감당하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이 자녀를 살해하는 배경에는 그것이 아이를 위하는 길이라는 그릇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내가 없으면 아이가 보살핌을 받지 못해 더 고통스러울 거라는 사회안전망 불신과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처럼 여기는 구시대적 관념이 그런 생각을 조장해 왔다.
제도적 결함은 뜯어고치면 되지만, 인식의 오류에서 비롯된 병리현상은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해소할 수 있다. 단 한 명의 아이도 이렇게 희생되는 일이 없어야 하기에, 아무리 어려워도 우리는 그 길을 가야 한다. 독일은 자녀 살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년간 연방아동보호법, 아동보호협력정보법 등 여러 건의 법률을 개정했다. 실질적 보호 효과와 함께 입법 과정을 통한 인식 개선 효과를 겨냥한 조치였다. 우리 형법은 부모 살해에 가중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만, 자녀 살해에는 그런 조항이 없다. 두 아이의 죽음으로 문을 연 이 가정의 달은 시대착오적 인식을 바로잡는 입법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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