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현 목사의 복음과 삶] 고통은 신비입니다

2023. 5. 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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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아픔입니다. 세상은 아픔으로 가득합니다. 마치 거대한 병동 같습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아프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삶은 잔잔한 호수이기보다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 같습니다. 아파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고통은 인간임을 나타내는 증명서 같습니다. 생명이 있는 동안 아픔도 함께합니다. 지구가 존재하는 한 인간은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아픔을 겪습니다. 여인들은 진통하며 생명을 낳습니다. 아이들은 아프면서 커갑니다. 오래 살았다는 것은 아픔을 많이 겪었다는 뜻입니다. 몸은 멀쩡해 보여도 가슴은 상처투성이입니다. 아픔의 종류는 밤하늘의 별처럼 헤아릴 수 없습니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많은 종류는 아픔일지도 모릅니다.

아픔이 다양한 만큼 아픔을 설명하는 것 역시 난해합니다. 여자가 겪는 아픔, 남자가 겪는 아픔은 다릅니다. 젊은이가 겪는 아픔과 노년에 겪는 아픔은 다릅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아픔은 누비이불의 총천연색 모자이크같이 현란하고 복잡해져 갑니다. 어떤 아픔은 손님처럼 머물다 가지만 어떤 아픔은 안방 주인처럼 평생의 동반자가 되기도 합니다.

좀처럼 받아들이기 어려운 아픔이 있는가 하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아픔도 있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아픔을 뜻합니다. 상처를 많이 받았다면 더 많이 사랑했다는 증거입니다. 예쁜 꽃에도 상처가 있듯 아름다운 사랑도 상처는 피할 수 없습니다. 아픔을 각오하지 않는다면 사랑을 하려 해서도 안 됩니다.

아픔 자체보다 아픔에 대한 반응이 중요합니다. 아픔을 거부할 수는 없지만 찾아오는 아픔에 대한 반응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아픔과 친숙해져야 합니다. 아픔을 낯설어하지 않아야 합니다. 아픔을 너무 냉혹하게 대하면 아픔은 더 얄밉도록 떨어지지 않습니다.

고통을 긍정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아픔에 대한 건강한 반응은 축복이 됩니다. 한센병을 앓는 사람은 고통을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이 고통입니다. 불에 데도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고통보다 더 큰 것입니다. 아픔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축복입니다.

아픔에 대한 건강한 반응은 아플 때 아프다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아픔에 대해 정직하게 반응해야 합니다. 아픔을 숨기거나 부정하면 도리어 앙칼지게 달려듭니다. 사람들은 아픔을 긍정하기보다 부정하려고 합니다. 아픔 자체가 반갑지는 않습니다. 아픔은 힘듭니다. 그러나 아픔은 신비입니다. 모든 축복은 고통의 대가로 주어진 선물입니다. 고통 없이는 얻는 것이 없다고 단언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성숙하려면 아픔을 통과해야 합니다. 고통이 노래가 되고 춤이 됩니다. 고통을 통해서만 영혼을 파고드는 깊은 깨달음이 있습니다.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은 아픔이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미켈란젤로의 명작 다비드상은 날카로운 망치를 통해 깨어지는 아픔을 통과하고 나서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습니다.

아픔은 사람이 되게 합니다. 아픔을 모르는 사람은 잔인한 인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통은 인간을 깊어지게 하고 넓어지게 합니다. 아픔을 겪을 때 비로소 감사의 힘을 배우게 되고 아픔을 겪어본 사람은 위로의 위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고통을 겪은 만큼 인격의 용량도 깊어져 갑니다. 아픔을 아픔으로 인정할 때 치유가 시작됩니다. 아프다고 말하는 용기가 중요합니다. 그때부터 아픔은 새로운 생명이 되어 나에게로 돌아오게 됩니다. 고통은 이해하기 힘든 신비입니다. 고통의 순간을 통해 인간은 한계를 인정하고 하나님을 의지하는 수동태가 됩니다.

고통의 끝에서 십자가를 만나게 됩니다. 하나님이 고통을 당하셨습니다. 하나님은 고통을 아십니다. 인간은 고통에 질문하고 하나님은 답하십니다. 하나님의 응답은 십자가입니다. 십자가의 끝은 부활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신비로운 일입니다. 십자가는 하나님의 지혜요 능력입니다. 인간의 고통이 천연의 아름다운 색깔로 부활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이규현 수영로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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