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나의 신앙]원우현(29)교회는 숫자가 아니라던 나도 누가 출석하는지 물었다.
지저스 싱글교회 싱글맘 사역이 몽골로 뻗어 나는 축복의 그날
매년 연말이면 선물까지 보내던 최용주 박사가 언제부턴가 소식이 ‘뚝’ 끊기고 경조사에도 보이지 않아 연유가 궁금했다
하지만 세월 속에 묻어버리고 지내던 중이었다.
그런데 2년여 코로나 기간 동안 온라인 교회로 ‘Jesus 싱글교회’를 창립한 후, 2022년 9월 18일 주일 오프라인 현장 예배를 시작한다는 홍보메시지를 보내왔다.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원 3년을 마치고 유기성 목사님의 배려로 전도사 인턴을 감당하고 목사 안수를 받고 교수 정년을 맞은 직후 교회를 개척했다는 것이다.
그 개척교회가 2호선 합정역 6번 출구에서 도보 5분 거리라고 했는데, 교회가 소재한 유림빌딩은 찾기가 어려웠다.
오가는 행인에게 물어도 안다는 사람이 없어 헤매다 겨우 찾았다.
지하로 내려가 교회 문을 여는 순간 최용주 목사님이 강단에서 예배를 인도하고 계셨다.
최 목사님을 오랜만에 보니 “할렐루야. 아멘” 소리가 절로 나왔다.
최 목사는 요한복음 1장 1~18절 말씀을 본문으로 간단 명료하게 메시지를 전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시다. 예수님 없이 창조된 것이 없다. 영원한 생명을 주기 위해 말씀이 육신이 되셨다. 요한복음 14장 6~7절에서 밝힌 대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을 통해서만 하나님께로 갈 수 있다.”
선명하게 성경 말씀의 기본을 설교하는 최 목사님 말씀을 경청했다.
지난 세월 추억이 떠올랐다.
1997년 방송위원회 상임 부위원장 시절이다. 김창렬 위원장님은 대학 선배로 사회 경륜과 미디어에 대한 지식이 폭 넓고 깊으셨다.
그런데 석·박사들로 구성된 방송정책실 업무는 내게 전적으로 맡으라며 대부분 권한을 위임하셨다.
최용주 박사는 고려대 석사 과정 때 만났는데, 경복고 졸업생이라고 인사했던 기억이 난다.
방송정책실 박사를 공모할 때 합격해 독일 방송 분야 담당 연구위원이 됐다.
최 박사와 나는 연구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진행했다. 연구 결과를 진단하고 평가하는 일을 같이 했다.
당시 정책실 박사들은 연구과제를 연구할 때마다 각각 팀의 독립성을 중시했다.
자연스레 타 연구팀과의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서로 무엇을 어떻게 연구할 지를 개방하며 교류하길 꺼려 분위기가 침체됐다.
내가 방송정책실 감독자로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공동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아침마다 각 팀의 연구과제의 진척 사항을 공개 발표했다.
또 난상 토론을 벌이면서 수정할 수 있도록 정책실 운영을 개혁했다.
누구나 자유롭게 석·박사가 함께 토론하는 중 석사가 박사를 설득하고 박사가 다른 팀 박사를 지도하기도 했다.
내가 사회자를 맡아 오류를 지적하거나 평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고교 동창이고 대학원 사제지간인 최 박사를 질책함으로 연구의원들에게 경각심을 주입했던 기억이 난다.
불평이 많을 법한 최 박사는 오히려 내 질책과 격려가 연구방법과 실행기법을 다시 배우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진심으로 감사를 표시했고 감동 받았다.
그 후 홍익대 교수 공채에 합격하고 학자로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 감사의 징표로 매년 작은 선물을 보내오던 그 선한 양심의 제자가 이제 교회를 담임하는 목회자가 됐다는 소식이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최 목사는 제자 중에 남다른 인간성의 소유자였다.
설교 후 점심을 같이 하면서 간증을 들을 수 있었다.
최 목사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여러 교회에서 사역을 거절 당했다고 했다.
이후 선한목자교회(유기성 목사)에서 혼자 사는 교인을 대상으로 ‘싱글 사역’을 담당했다.
그런 연유로 최 목사는 주님이 주신 소명으로 알고 교회 이름도 `지저스(Jesus) 싱글교회’로 짓고 이를 특성화했다.
나는 몽골인 개척교회 선교사로 몽골국제대학(MIU)은 물론 아멘축복교회, 게시록교회, 믿음의길겨회 등 게르 개척교회들을 섬기면서 몽골 사회악의 뿌리는 가정파탄이라고 진단하고 몽골 싱글맘 회복 캠페인을 시작했었다.
그런데 최 목사의 싱글맘 회복에 대한 기도제목을 들으니 불현듯 ‘성령님이 나를 이 자리로 불러주셨구나’하는 확신이 들었다.
지저스 싱글교회 첫 예배에 참석한 내게 동역자를 만나게 하신 깊은 뜻을 헤아리면서 내심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혜란 목사님과 이영복 장로님이 섬기는 크리스천 싱글맘 단체인 다바다자매회가 몽골의 가정파탄 회복사역에도 사명감을 갖고 손을 내밀어 이 단체 창립에 불 붙였던 일을 떠올리면 감사하다.
아멘축복교회를 몽골 싱글맘 회복과 치유의 또 하나의 전진기지로 삼기 위해 다비다자매회에서 몽골 땅을 축복하라는 주님의 뜻을 따라 몽골 할리웅 목사와 어유나 의사 성도를 서울로 초청했다.
한국의 싱글맘들과 함께 세미나에 참석했던 두 분은 얼마나 풍성한 그리스도의 은혜를 누리고 귀국했는지 모른다.
현재 몽골 선교 목사이신 경복고 서울대 후배인 김상헌 박사도 그 운동을 이어 받아 몽골의 싱글맘 자매를 대상으로 새 사역을 추진 중이다.
지저스 싱글교회가 후일 창대하길 기원한다.
싱글맘 사역을 성실히 해가는 과정에서 하나님이 예비하신 더 큰 그림이 펼쳐질 것으로 믿는다.
지저스 싱글교회가 위치한 서울 마포구 합정역, 용산구 이태원에는 오늘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그런데 철우한빛교회의 개척 때 절실히 느낀 것처럼 지하의 지저스 싱글교회에 와보니 얼마나 사람들이 교회를 찾아오는지 궁금했다.
교회는 숫자가 아니라던 나도 지저스 싱글교회에 누가 출석하는지 물었다.
최용주 목사님이 충실하고 흥미로운 답신을 해주셨다.
“성도가 2명으로 늘었습니다. 개척 3개월 만에 지하 공간을 교회로 활용하라고 임대를 해준 바로 그 주인님이 첫 번째 성도입니다. 그는 교인이든 젊은 시절 사업 실패 후 교회를 떠난 후 몇 십 년 만에 지저스 교회에 등록했습니다. 두 달여 전 오전 11시에 주일예배를 막 시작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어떤 여자 분이 아무 말 없이 쑥 들어왔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하는 기도가 절로 나왔습니다. 지난해 9월 18일 첫 예배 때 원우현 교수님이 교회에 나타나실 때처럼 깜짝 놀랐습니다. 그녀는 오래 전 온라인 교회 때부터 ‘지저스 싱글교회’를 알게 됐으나 결신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최 목사는 오프라인 예배 2년 전부터, 코로나 기간 온라인 예배를 드리며 복음의 씨를 뿌렸다.
그런 전도의 씨앗이 성장하면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을 보여주고 계시는 주님을 높이고 찬양 드린다.
몽골의 싱글맘 회복 캠페인에도 선두주자가 될 그날을 위해 기도한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 (요 14:6)
정리=유영대 종교기획위원 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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