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의 사람사진] '리어카 전단'서 시작한 32년 / 실종자 800명 찾은 나주봉
그를 처음 본 건 25년 전이었다.
당시 그는 실종 아동 전단을 붙인 리어카를 끌고 있었다.
군밤을 팔 요량인 리어카지만 미아 찾기 전단이 그득했다.
게다가 네 살배기 아들까지 실은 채였다.
그는 네 살배기가 스물아홉이 되도록 실종자 찾는 일을 하고 있다.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 나주봉 회장이 바로 그다.
나 회장을 25년 만에 만나 이 일을 하게 된 계기를 청했다.
“1991년 7월, 제가 인천 월미도에서 각설이 공연을 했습니다.
그때 ‘개구리 소년’ 아버지들이 전단 나눠주는 걸 봤죠.
제가 그 전단을 얻어서 배포하면서 시작이 되었습니다.
전단이 떨어지면 또 만들어서 나눠주고 했던 게 32년이 지났네요.”
“대체 무엇 때문에 32년씩이나 하게 된 겁니까?”
“그게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닙니다. 당시 아버지들과 전국으로 다녔어요.
제보 오면 해남이든 어디든 가서 만났죠.
그러다 보니 가는 곳마다 또 다른 애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하더라고요.
그렇게 얽히고설켜 32년을 훌쩍 넘긴 겁니다.”
그는 얽히고설킨 사람 마음을 다독이려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그간 그가 찾은 미아, 장애 아동, 가출 청소년, 치매 환자가 800여명이다.
개중 가장 많이 찾았을 때가 2002년이었다.
“노무현, 이회창 대선 후보 홍보물 뒷면에 실종 아이들 사진을 넣었죠.
세계 최초였죠. 후보마다 1900만부가 배포되니 한번 상상해보세요.
여기로 온 제보 전화만 4만여통이었습니다.
일일이 다 몇 개월에 걸쳐 확인해서 아이들을 찾아냈습니다.”
그는 아이들을 찾는 일뿐만 아니라 제도적인 법안 마련에도 힘썼다.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사전지문등록제」
등이 그렇다.
이렇듯 실종자 찾기에 매진한 터라 당신의 살림살이를 돌보지 못했노라
고백하는 그에게 어떤 세상을 꿈꾸는지 물었다.
그의 답, 뻔했다. “실종 아이들이 없는 세상이죠. 하하”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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