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클리프 아펠의 CEO 니콜라 보스가 말하는 메종의 워치메이킹 세계에는 주얼러의 섬세한 시선과 낭만적인 상상력만으로 가득하다. 정확한 시간보다 즐거운 시간을 안겨주는 반클리프 아펠의 시계가 매력적인 이유다.
Q : 올해 신제품은 무엇에 집중했나
A : 시계를 다루는 반클리프 아펠만의 접근법을 보여주려 했다. 우리의 정체성은 주얼러이기에 일반적인 워치메이커와는 다른 관점으로 시계를 만든다. 우리끼리는 종종 ‘시간을 알려주는 주얼리(Jewels that tell time)’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시계를 주얼리의 연장선으로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Q : 주얼러의 관점은 어떻게 다른가
A : 시간을 측정하고 정확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기보다 디자인과 장인 정신에 더 초점을 맞춘다. 시계의 기능을 주얼리에 통합했기 때문에 디자인부터 금속 세공, 스톤 가공 작업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제작 과정이 주얼리 만드는 과정에 가깝다. 따라서 반클리프 아펠의 시계는 시간을 보여주는 것뿐 아니라 주얼리로도 훌륭하다.
Q : 예를 든다면
A : 하이 주얼리 피스에 가까운 ‘루도’ 워치와 펜던트 네크리스에 워치 다이얼을 결합한 ‘뻬를리 시크릿 펜던트’ 워치는 이미 100여 년 전부터 시크릿 워치를 개발했던 주얼러의 전통을 반영했다. 주얼러 관점에서 시계는 꼭 손목에 국한될 필요는 없다. 네크리스나 브레이슬릿, 링이 될 수도 있고 브로치나 펜던트가 될 수도 있다.
Q : 주얼러와 워치메이커, 두 정체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비결은
A : 우리가 시계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접근은 주얼러 방식을 따르지만, 반클리프 아펠이 뛰어난 워치메이커로 인정받는 이유는 우리가 만들어낸 특별한 무브먼트 덕분이다. ‘포에틱 컴플리케이션’이라 부르는 방식을 통해 무브먼트에 서사를 불어넣는 것이 반클리프 아펠 워치메이킹의 핵심이다.
Q : ‘포에틱 컴플리케이션’을 자세히 설명한다면
A : 메커니컬 워치메이킹을 통해 스토리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전통적인 워치메이킹의 성능은 시간을 측정하고 알려주는 데 있지만 우리는 그 기술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톱니바퀴나 레버를 사용해 시곗바늘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꽃이나 새 같은 캐릭터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요정의 팔을 움직여 시간을 가리키는 신제품 ‘레이디 페어리 로즈골드’ 워치처럼. 이런 표현은 기계로 만든 공예품인 ‘오토마통’과 맞닿는다. 포에틱 컴플리케이션은 워치메이킹과 오토마통 역사의 교차점이다.
Q : 실제로 매년 경이로운 오토마통 작품을 선보인다
A : 우리가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세계를 확장할 수 있는 영감의 원천이 오토마통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시계보다 훨씬 큰 사이즈로 제작하기 때문에 극도로 복잡한 무브먼트와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고, 하드 스톤이나 목재 작업 같은 전혀 다른 분야의 장인 정신을 도입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Q : 얼마 전에는 서울에서 대규모의 아카이브를 선보이는 전시도 열었다
A : 메종의 아카이브는 어마어마하게 방대하다. 박물관처럼 아카이브만 수집, 보존, 연구하는 부서가 따로 있다. 100년 넘은 드로잉과 매뉴팩처 자료를 비롯해 2000점이 넘는 아카이브 피스를 소장하고 있고, 지난 전시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메종의 아카이브를 만날 기회를 늘려갈 생각이다.
반클리프 아펠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랑이 있다. 하우스의 역사가 러브 스토리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보석 상인의 딸인 에스텔 아펠과 보석 세공 장인이자 다이아몬드 중개업자의 아들인 알프레드 반클리프 부부는 서로의 이름을 딴 반클리프 아펠의 문을 열었고, 두 사람의 로맨스는 지금도 컬렉션을 통해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다이얼 위에 피는 꽃송이의 개수로 시간을 알리는 ‘레이디 아펠 에르 플로럴 스리지에’, 분수에 새가 지저귀는 모습을 구현한 ‘퐁텐 오 오아조’ 오토마통 워치로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 2개 부문을 수상하며 창의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은 반클리프 아펠은 올해 한층 더 확고하게 메종의 고유성을 가진 신제품을 공개했다.
「 로즈골드로 물든 비즈, 뻬를리 워치 」
1920년대부터 반클리프 아펠의 주얼리에 꾸준히 등장하며 존재감을 키운 골드 비즈는 2008년 ‘뻬를리’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명실상부한 메종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때로는 크기를 다르게 하고, 때로는 컬러 스톤과 어우러지며 폭넓은 매력을 보여준 골드 비즈는 반클리프 아펠의 워치메이킹 세계에도 스며들었다. 새롭게 출시한 뻬를리 워치는 기존의 옐로골드가 아닌 로즈골드를 사용해 동양인의 피부에 한층 더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이 특징.
장인이 손으로 하나씩 형태를 다듬고, 거울처럼 매끈한 광택을 내는 미러 폴리시드 마감을 거쳐 완성한 골드 비즈 모티프를 케이스 옆면에 두 줄로 세팅했고, 다이얼에는 중심으로부터 사방을 향해 뻗어나가는 기요셰 패턴을 새겨 넣었다. 다섯 가지 모델 중 한 가지 모델은 화이트골드 비즈로 제작했는데, 이 버전의 다이얼은 크고 작은 다이아몬드를 빼곡하게 세팅해 더욱 화려하다. 흥미로운 점은 케이스 오른쪽에 크라운을 배치하는 일반적인 공식과 달리 크라운을 의도적으로 숨겼다는 것. 시계 뒷면에 푸시 버튼 타입으로 크라운을 옮겨 보다 주얼리에 가까운 디자인을 완성했다. 주얼러 관점에서 시계를 만드는 메종의 철학을 찾아볼 수 있는 대목이다.
「 회전하는 비밀, 뻬를리 시크릿 펜던트 워치 」
주얼러 관점에서 시계는 꼭 손목에 머물 필요가 없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뻬를리 시크릿 펜던트’워치. 포켓 워치에서 영감을 얻은 ‘뻬를리 시크릿 펜던트’ 워치는 얼핏 보면 완벽한 롱 네크리스지만 펜던트의 덮개를 살짝 돌리면 그 아래에 시계 다이얼이 비밀스럽게 숨어 있다. ‘뻬를리’ 컬렉션의 상징인 골드 비즈의 둥근 형태를 펜던트에도 적용했고, 가장자리에는 어김없이 골드 비즈를 빼곡하게 장식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인 펜던트 덮개에 각기 다른 세 가지 프레셔스 스톤과 세 가지 컬러 스톤을 세팅한 여섯 가지 버전의 모델을 선보였다.
크고 작은 루비를 세팅한 버전은 로즈골드를 사용해 온화하고 따뜻한 인상을 주고, 사파이어와 에메랄드 버전에는 옐로골드를 사용해 특유의 태양빛 광채와 프레셔스 스톤의 색이 조화롭도록 디자인했다. 세 가지 프레셔스 스톤 모두 반클리프 아펠 메종의 주얼리에 사용되는 엄격한 선별 기준을 통과한 최상급 스톤만을 사용해 주얼리로도 충분한 가치를 담았다. 다른 세 가지 컬러 스톤 버전도 흥미롭다. 블루 그레이와 라이트블루의 줄무늬가 오묘하게 섞여 있는 칼세도니, 바이올렛빛이 도는 짙은 코발트블루 톤의 소달라이트 그리고 메종에서 처음으로 사용하는 컬러 스톤인 로즈 쿼츠는 각기 다른 매력으로 눈을 즐겁게 한다.
세 가지 컬러 스톤은 모두 둥글게 솟아오른 카보숑 형태로 커팅해 골드 비즈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뻬를리 시크릿 펜던트’ 워치의 숨은 주인공인 다이얼에는 은은한 마더 오브 펄을 사용했고, 베젤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시계를 열어볼 때마다 은밀하게 감춰둔 화려함까지 만끽할 수 있다. 방향에 상관없이 360˚ 회전하는 펜던트 덮개는 언제 어디서나 쉽게 시간을 확인할 수 있으며, 발레리나의 우아한 터닝처럼 부드럽게 돌아가는 덮개의 움직임은 ‘뻬를리 시크릿 펜던트’ 워치를 착용한 이만 누릴 수 있는 비밀스러운 즐거움이다.
「 되살아난 아름다움, 루도 시크릿 워치 」
메종의 방대한 아카이브는 지금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올해 반클리프 아펠의 신제품 노벨티 중 가장 독창적 디자인을 자랑하는 ‘루도’ 시크릿 워치 의 탄생에도 아카이브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잠들어 있던 아카이브 디자인에 다시 한 번 숨결을 불어넣었기 때문. 1943년에 탄생한 ‘루도’ 브레이슬릿은 1930년대 초반까지 여성들이 즐겨 착용하던 벨트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은 고리 모티프가 특징이다.
두 개의 고리 모티프를 동시에 누르면 브레이슬릿 가운데 숨어 있던 덮개가 카메라 셔터처럼 활짝 열리는 방식도 흥미롭다. 다이아몬드 버전과 핑크 사파이어 버전뿐 아니라 덮개와 육각형 모티프의 브레이슬릿에도 에메랄드를 세팅한 ‘루도’ 시크릿 유니크 피스 버전을 선보여 희소성 높은 하이엔드 피스를 소장하고 싶은 이들의 마음을 흔든다.
「 요정의 손짓, 레이디 페어리 로즈골드 」
시간을 표시하는 반클리프 아펠의 서정적 표현, 즉 ‘포에틱 컴플리케이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레이디 페어리 로즈골드’워치는 1940년대부터 메종의 역사에 꾸준히 등장해 온 요정의 아름다움을 기념하고 있다. 올해는 기존의 ‘레이디 페어리’ 워치를 로즈 컬러로 뒤덮어 그윽한 분위기를 한껏 강조한 모습. 구름 위에 걸터앉은 요정이 마술 지팡이로 시간의 흐름을 가리키는 다이얼에는 메종의 모든 노하우와 기술력이 응집돼 있다. 하얀 구름 너머로 태양을 상징하는 둥근 창에는 시간을 표시하고, 요정의 지팡이 끝에는 부채꼴 모양의 레트로 그레이드 인덱스가 분을 알려준다. 요정의 날개에는 반투명 에나멜링 작업을 더하고, 구름은 은은한 마더 오브 펄을 조각해 넣어 주얼러의 기술력을 한층 정교하게 끌어올렸다. 익숙하고 당연한 시간의 흐름을 요정의 마법에 비유한 낭만적인 상상이 섬세한 장인 정신으로 구현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