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이슈] 일정 양보 후 내준 5차전...KGC는 홈에서 웃을 수 있을까

차승윤 2023. 5. 4. 00:2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안양 KGC 오세근. 사진=KBL 제공


정규리그 챔피언의 양보가 부메랑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시리즈를 뒤집고 안방에서 레전드에게 마지막 반지를 선물하게 될까.

안양 KGC는 3일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2~23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5차전에 서울 SK에 60-66으로 패했다. 1차전 패배 후 2·3차전을 연달아 잡으며 가져온 흐름을 다시 연패로 내주며 위기에 몰렸다.

정규리그 내내 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두 팀이다. 팽팽했던 챔프전 흐름은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KGC팬들로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정 때문이다. 이번 챔프전은 1차전과 2차전은 1위 팀 KGC의 홈 구장인 안양체육관에서, 3차전부터 5차전까지는 SK의 홈 학생체육관에서 열렸다. 6차전과 7차전이 되어서야 안양은 홈으로 돌아갈 수 있다.

기존 프로농구 챔프전 일정은 상위 팀 홈 2경기와 하위 팀 홈 2경기를 치른 후 다시 상위 팀 홈 1경기, 하위 팀 홈 1경기, 상위 팀 홈 1경기를 치르는 2-2-1-1-1 방식이다. 그러나 이번 챔프전은 2-3-2 방식이다. 하위 팀인 SK가 홈에서 먼저 3연속 경기를 치를 수 있다. 시리즈 초반 흐름에 따라서는 SK가 홈에서 우승할 수도 있고, KGC는 시리즈가 어렵게 흘러가야만 홈에서 우승할 수 있는 구조다.

일정이 변경됐던 건 6차전이 열리는 5일 학생체육관을 대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체육관 운영 주체인 교육청은 SK에 정부 관련 행사 개최를 이유로 챔프전 대관이 불가하다 전했고, SK는 KGC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이 유력해지자 이 사실을 전하며 양해를 구했다.

지난 3일 2022~23 프로농구 챔프 5차전이 열린 서울 잠실학생체육관. 사진=KBL 제공


KGC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고양 데이원과 4강 플레이오프(PO) 4차전을 치르는 날 오전이었다. KGC가 4차전에서 승리할 경우 바로 챔프전 일정이 발표되기 때문이었다. 당시 SK 측으로부터 'KGC가 지금 2승 1패로 앞서고 계신데, 오늘 이기면 SK보다 상위 팀으로 챔프전에 진출하게 되시니 일정 협의를 요청 드리고 싶다'고 연락 받았다"고 돌아봤다. KGC 관계자는 "SK 측의 설명은 대관을 잡아놨는데, 5일은 (교육청의) 외부 대관 일정으로 학생체육관을 내주게 됐다고 했다. 이어 2-3-2로 시리즈 일정 변경 요청을 전했다"고 했다.

물론 5일이 막힌다고 일정 변경의 경우의 수가 모두 막히는 건 아니다. 다만 이번 경우는 달랐다. KGC 관계자는 "요청을 받고 우리 측이 제안했던 일정은 2-2-2-1였다. 그런데 7차전 학생체육관 주최가 불가했다. 7일 대관도 이미 차 있어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KGC도 반발을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다. KGC 관계자는 "팬분들께서도 조금이라도 우리 팀에 유리한 게 맞다고 생각하실 수 있다. 우승을 그만큼 간절히 원하시고, 지난 시즌 같은 팀에 졌으니 더 서운하실 수 있다. 챔프전이기도 하고 선수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실 거다. 판세로 봐도 양 팀이 백중세였다. 정규리그 상대전적 3승 3패에 승차도 1경기밖에 나지 않았다"고 했다.

KGC는 챔프전 파행을 피해야 한다고 답했다. KGC 관계자는 "만약 우리가 규정에 따르자고 했다면 분명 귀책 사유는 SK에 있으니 버틸 수도 있었다. 그러면 어떻게 됐을까"라며 "5일 제3의 구장에서 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후 첫 어린이날이라 대형 경기장들은 일정이 다 잡혀 있다. 프로농구 챔프전이니 방송중계 시설도 있어야 하고 적절히 관중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적합한 국제 규격의 코트도 갖춰야 한다. 고등학교 농구장에서 무인카메라와 무관중으로 하지 않는 이상 일정 자체를 완전히 뒤로 빼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일정을 뒤로 빼는 것 역시 결혼식 등 선수단 개인 일정이 모두 예정된 만큼 쉽지 않았다.

팬들 사이에서 '이사회에서 정한 룰을 SK가 지키지 않았다. KBL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다만 KGC 관계자는 "프로농구연맹(KBL)이 문제에 개입하는 일 없이 두 구단끼리 합의로 마친 문제"라며 "KBL은 이번 문제에서 일정 변경을 승인하거나 따로 역할을 한 부분이 없다. KBL 역시 체육관을 소유하지 못했고, 대안을 마련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지난 4월 27일 챔프 2차전이 열렸던 안양체육관 전경. 사진=KBL 제공


KGC의 양보는 결과적으로 2승 3패 불리한 처지로 돌아왔다. 홈-원정구장의 효과가 얼마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경기라도 지면 우승을 내주는 상황에서 남은 2경기를 치르게 됐다. 경우의 수가 없어 일정을 양보했던 KGC에 남은 경우의 수는 전승뿐이다.

물론 드라마를 쓸 수 있다면 구단 입장에서도 분위기를 반전하는 '신의 한 수'를 쓸 수 있다. KGC는 PO 슬로건을 레전드 양희종 은퇴를 기념하기 위해 'Last Defense'로 정했다. 홈 2경기에서 전승해 극적인 드라마를 쓰고 우승할 수만 있다면, 양희종에게 최고의 은퇴식을 선물할 수 있다.

그러나 드라마는 쉽지 않기에 드라마다. KGC로서는 일단 6차전 배수진을 치고 필승의 각오를 다져야만 한다. 시리즈 6차전은 오는 5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다. 뜨거운 열기는 이미 예약됐고, 이제 KGC에 필요한 건 승리뿐이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