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의혹 윤관석·이성만 탈당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연루된 윤관석(3선·인천 남동을)·이성만(초선·인천 부평갑) 의원이 3일 자진 탈당했다. 당내 수습책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를 4시간여 앞두고서다. 선당후사의 결단이라는 게 탈당의 변이지만, 당 안팎에서 커지는 거취 정리 설득과 압박에 밀려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 의원과 이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선당후사의 마음”을 언급하며 탈당 의사를 밝혔다. 이어 오후에 진행된 비공개 의원총회에선 신상발언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윤 의원은 울먹이며 “녹취록의 일방적 정황에만 의존한 정치 검찰의 야당 탄압, 기획 수사”라고 주장하고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명예를 되찾아 반드시 민주당으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도 “홀로 진실을 위해 싸워가겠다”고 했다. 두 의원은 당시 전당대회 때 복수의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 의원은 전날까지만 해도 “명분을 조금 더 쌓고 싶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한다. 친명계 핵심 의원과 만나 “당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결단할 거다. 다만 검찰에서 출석 통보조차 받지 않은 상황에서 조금 더 소명 기회를 갖고 싶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민주당 사무부총장(2021년)·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2020년) 등 다양한 당직을 맡으며 당에 기여한 점 또한 참작해 주면 좋겠다는 의견 또한 전달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당내에서는 ‘억울하겠지만 국민 여론이 좋지 않으니 결단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다. 특히 신임 원내지도부 출범 뒤로는 압박 수위가 더 거세졌다.
결국 이재명 대표와 조정식 사무총장이 전날 만찬 자리를 통해 돈봉투 연루자에 대한 탈당을 설득했다고 한다. 탈당 발표가 나온 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 대표는 “본인들이 당을 위해 결단하신 거니 그렇게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답변했다.
박광온 원내대표 취임 후 처음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돈봉투 의혹에 당이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민주당 의총서 박시영 질책…“범죄에 가까워, 추가대책 필요”
세 시간 동안 25명 의원이 자유발언에 나서 “당 차원의 대응이 더 절박해야 한다”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며 쇄신을 요구했다.
의원 전체 여론조사와 비위 혐의 의원에 대한 윤리감찰단·당내 조사기구를 통한 징계 등의 방안도 거론됐다. 다만 이재명 대표는 “자체 조사기구는 구성이 어렵다고 지도부가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김상희 의원은 “여당이 너무 못하니 우리 당에 대한 실망이 도드라지지 않을 뿐이지,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우려를 나타내고, 홍기원 의원은 “부패 혐의로 기소되거나 기소 예정인 사람들은 그대로 있고 수사 중인 사람을 압박해 탈당하게 만드느냐”고 불만을 표했다고 한다.
민주당 내에서 고액 정치컨설팅 영업을 벌여 이해상충 논란을 빚은 박시영 정치혁신위원에 대한 질책도 나왔다. 조응천 의원은 “거론된 내용만 보면 범죄 행위에 가까운 수준”이라며 “당원이라면 조사해야 하고, 비당원이라면 해촉이라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저쪽(국민의힘)은 출연정지도 시키는데, 우리 당 대응은 그보다 못하다”고 비판했다.
박 혁신위원은 의원총회가 열리던 시간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와 혁신위에 더는 부담을 드리는 것이 도리가 아니라 판단한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중앙일보 보도로 22대 총선 컨설팅 영업이 알려진 지 하루 만이다.
그는 “정치컨설팅 영업과 혁신위 활동은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당내에선 “공천 과정의 정당성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즉각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권리당원 게시판에도 ‘신임 원내대표단은 정치 자영업자들과 절연하라’는 비판 글들이 올라왔다.
의원총회 후 박 원내대표는 “윤 의원과 이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했다. 제가 모든 의원을 대신해 다시 한번 국민께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오늘 탈당을 계기로 당내 선거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철저한 방안을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윤관석·이성만 의원은 등 떠밀려 자진탈당을 외쳤다. 민주당은 몸통은 보존한 채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김민수 대변인), “이재명 대표에게도 동일한 잣대를 대라”(전주혜 원내대변인)고 일제히 비판했다.
돈봉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송영길 전 대표의 전직 보좌관 박모씨와 경선캠프 관계자를 줄줄이 소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관련자 조사를 토대로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송 전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성지원·정용환·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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