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vs 내부총질"…민주당 골칫덩이 된 '개딸들'

김민석 2023. 5. 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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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딸들 '대의원제' 폐지 주장에 이어
'특별당규 개정안 반대' 집단 움직임
'당내 쇄신' 목소리에 '잡음'될 우려↑
일각선 내년 총선 '부정영향' 우려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박광온 원내대표(오른쪽)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 때문에 고심 중인 모습이다. 박광온 원내지도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쇄신안과 관련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데다, 이 대표와 결이 다르다는 이유로 단체 행동을 통한 당내 통합을 저지하려는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어서다.


3일 민주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내일(4일)까지 이틀 동안 전 당원을 대상으로 내년 총선 공천 룰 관련 특별당규 개정안에 대한 권리당원 투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권칠승 민주당 대변인은 "이틀 간 당원 투표를 거쳐 오는 8일 중앙위원회를 통해 특별당규 개정안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결정될 특별당규는 내년 총선에서도 기존 민주당이 활용하던 공천 룰을 활용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해당 특별당규 개정안에는 △부적격 심사기준 강화 △청년, 정치신인 후보자에 대한 기회 확대 △후보자에 대한 당원들의 알권리 보장 등이 담겼다. 이는 이해찬 전 대표 시절 만들어진 '시스템 공천'의 틀을 유지하면서 세부 기준만 조정해 일찌감치 공천에 대한 잡음을 없애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조치다.


문제는 '개딸'로 불리는 일부 강성 권리당원이 특별당규 개정안에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특별당규 개정안에 △현역에 대한 당원평가 폭 확대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금지 △경선에서 권리당원 투표 비율 확대 등의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를 통해 현역 의원에게 유리한 공천 룰을 확 갈아엎어야 한다는 의도다.


이들은 단순 주장에 그치지 않고 조직적인 움직임을 통해 당규 개정안 통과를 저지하고자 하는 움직임에도 나섰다. 이 대표 지지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재명이네 마을'에는 이번 특별당규가 "'수박(비명계를 지칭하는 은어)'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이를 "압도적으로 부결시키자"는 주장이 대거 쏟아지고 있다. 이에 실제 일부 회원들은 "반대투표를 인증한다"는 인증글까지 남기고 있는 상황이다.


당내에서 이 같은 개딸들의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이유는 이들의 강경한 주장이 또 다른 쇄신안에 영향을 미친 사례가 있어서다. 대의원제도가 대표적이다. 현재 개딸과 친명계는 돈봉투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대의원제'에 있다고 보고, 수습책의 일환으로 이 제도의 폐지 또는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대의원 1명의 표가 권리당원 60명 표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해석도 나오는 만큼 대의원제도가 금권선거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제는 새로운 원내지도부가 이 제도의 개편을 꺼리고 있다는 점이다. 특별한 대책 없이 대의원제를 폐지하면 지난 대선 과정에서 권리당원으로 대거 편입된 '개딸'들의 영향력 강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당내 지적이 나오는 데다, 당세가 약한 영남 등 지역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당내 우려는 개딸들이 대의원제 폐지를 껄끄러워하는 원내지도부를 향해 재차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는 은어) 논란을 부추기면서 더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재명이네 마을'의 일부 커뮤니티 회원들은 지난 1일 "박광온은 이낙연과 마찬가지로 영구 제명 대상", "수박들이 원내 지도부를 점령해 이 대표를 몰아내려 한다"며 수위 높은 비판글을 올리기도 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나와 박 원내대표에게는 함께 힘을 합쳐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우리 사회의 추락을 저지해야 할 역사적 소명이 주어져 있다"며 "박 원내대표와 함께 '담대한 변화와 견고한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개딸들의 주장은 오히려 더 강화되는 모양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당내에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는 건 좋은데 그게 내부적으로 공격하는 의견이라면 조금 더 깊이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당내 의견이라면 당원들도 뜻을 맞춰주는게 향후 국면에서 더 유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당내 일각에선 일방적으로 이 대표와 친명계 의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당 분위기를 조성될 경우 오히려 이들의 주장이 내년 총선에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특히 박 원내대표가 지난 2일 열린 첫 원내대표회의에서 "지지자들만으로 선거에서 이길 수 없고 반사이익만으로 이길 수 없다. 당의 담대한 변화와 견고한 통합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강경 대응에 나선 만큼 개딸들을 중심으로 한 당내 분열 조짐이 확대될 수 있단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이 같은 움직임도 당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이니 만큼 필요한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조직적으로 한쪽에만 힘을 실어주는 건 오히려 당과 총선에 도움이 안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당 외부에선 이재명 대표에 대한 리더십 리스크까지 불거지는 모양새다. 실제로 일부 강성 지지자들은 이 대표를 향해서도 "우리 안의 차이가 저들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대표가 안타깝다", "지지자들에게 무조건적인 단결과 통합만 주장하는 것은 불만을 억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망동을 계속할테니 말리지 말라는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정국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하고 겹쳤기 때문에 이 대표도 강성 지지층을 매정하게 끊어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이 같은 외부 소음을 잡아주지 못한다면 당 차원에서 대표를 지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의원 개개인 입장에선 선거에서 살아남는 게 더 중요한 만큼 언젠가 내부 잡음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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