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한인 입양아의 우연한 서울 여정

남수현 2023. 5. 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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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서울’은 프랑스로 입양된 프레디가 서울에서 겪는 일을 그린다. [사진 엣나인필름]

영화가 시작되면 두 여성이 서로를 응시하고 있다. 배경은 서울 어딘가의 게스트하우스. 비슷한 이목구비를 지닌 동양인들이지만, 둘 사이엔 어딘지 모르게 이질적인 공기가 느껴진다. ‘꽃잎이 피고 또 질 때면/그 날이 또다시 생각나 못 견디겠네~’ 이정화가 부른 1967년 노래 ‘꽃잎’의 구슬픈 가락만 메아리치듯 공간을 메운다.

3일 개봉한 영화 ‘리턴 투 서울’은 배경도 한국, 출연진도 대부분 한국 배우들에, 배경음악으로 한국의 옛 가요가 흐르지만, 한국 영화라 규정하기 힘든 이국적인 결을 지녔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프랑스 부모에게 입양된 20대 여성 프레디(박지민)가 우연히 서울에 온 뒤 펼쳐지는 여정을 쫓아간다.

해외 입양아가 고향에 돌아오는 이야기이지만, 이런 서사에서 흔히 예상되는 친부모와의 극적인 재회, 감동적인 화해 등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대신 자신을 규정 지으려는 여러 수식어 사이에서 방황하고 저항하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여성의 치열한 분투에 초점을 맞춘다. 캄보디아계 프랑스인 데이비 추 감독이 한국인 입양아 친구의 실화를 토대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프레디가 한국에 오게 된 이유부터 통념을 벗어난다. 일본에 가려던 비행기가 기상악화로 취소되자 가장 가까운 대안으로 한국행을 택했다. 친부모를 찾으려는 계획도 딱히 없었지만,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친구들의 권유로 입양기관을 찾게 되고 생각 외로 쉽게 친부를 만난다.

친부와 만나면 끝일 것 같던 프레디의 여정은 오히려 그 재회에서부터 시작된다. 스스로를 프랑스인으로만 인식하고 살아온 프레디는 “한국에서 함께 살자”며 매달리는 아버지가 불편하다. 끝내 매몰차게 한국을 떠나지만, 이후 2년, 5년 간격을 두고 총 세 번에 걸쳐 서울에 돌아온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인가’ 등을 묻는 영화의 주제는 데이비 추 감독 자신의 경험과도 맞닿아있다. 그는 최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저 자신도 이민 2세이기 때문에 25살에 처음 캄보디아에 가봤다”며 “부모님의 고향이면서도 내게 미지의 나라인 곳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사람들의 얼굴이었다. 나와 닮았지만, 너무나 다른 삶과 문화를 가진 캄보디아인들의 얼굴에서 강한 타자성을 느꼈다”고 돌이켰다.

어디서나 자유롭게 춤을 추는 프레디의 모습은 “지속적으로 프레임(틀)을 벗어나고자 하는” 그의 속성을 상징한다. 감독은 “프레디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종류의 규정을 거절하는 사람”이라며 “그가 추는 춤은 프레임을 벗어나려는, 카메라와의 싸움과도 같다”고 비유했다.

프레디 역의 배우 박지민은 연기 경험이 없었던 한국계 프랑스인 아티스트다. 8살 때 가족과 함께 프랑스에 정착한 그는 친구 소개로 만난 데이비 추 감독의 끈질긴 설득에 못 이겨 나선 첫 도전으로 “데뷔작 임에도 날 것처럼 펄떡인다”(뉴욕매거진) 등의 찬사를 받았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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