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손본다는 다크 패턴 무엇? 공짜라더니 결국 눈속임…당정 “꼼짝 마!”
# 유명 온라인 쇼핑몰에서 명품 신발이 시세보다 20만원이나 싸서 들어가보면 아동용이거나 도저히 신을 수 없는 사이즈의 신발인 경우가 많다. 또 숙박 사이트에 들어가 파격 할인가 호텔방을 예약하려고 보면 부가세 등을 뺀 수치였다. 그래서 막상 결제하려고 보면 광고하던 가격 대비 10~20% 이상 더 결제해야 할 때도 많다. 이런 식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면서 매출을 올리는 방식을 두고 다크 패턴(눈속임 상술)이라고 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다크 패턴에 철퇴를 가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다크 패턴 얼마나 심각?
100개 앱 중 97%가 다크 패턴
다크 패턴은 소비자의 환심을 살 만한 거짓 정보로 온라인 사이트에 들르도록 유도한 후 소비자 착각이나 실수를 유도하는 판매 기법을 뜻한다. 2021년 소비자보호원 조사에서 국내 100개 전자상거래 모바일 앱 중 97%가 최소 1개 이상의 다크 패턴을 쓰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문제 의식 아래 공정위는 올해 4월 말 ‘온라인 다크 패턴 소비자 보호 방안’을 발표하면서 어떤 행위를 다크 패턴으로 규정할지, 어느 범위까지 규율이 필요한지 등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숨은 갱신’은 그동안 소비자 불만이 많은 대표적인 분야라 관련 개정안은 빠른 시일 내에 통과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숨은 갱신이란 일단 무료로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게 한 뒤 고객이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달이 과금시키는 방식을 뜻한다. 온라인 영화 사이트, 이모티콘 등의 정기 구독형 콘텐츠에서 이런 유형이 자주 발견된다. 공정위 자체 조사 결과 ‘숨은 갱신’을 경험한 소비자는 64.2%, 이 중 실제 피해를 본 비율은 92.6%로 모든 유형 중 가장 높았다.
‘취소·탈퇴 방해’ 유형도 소비자가 흥분하는 사례다. 모 인터넷, 콘텐츠 사이트는 결제는 쉽게 하도록 해놨지만 탈퇴, 서비스 중단과 관련해서는 버튼을 숨기거나 고객센터로 전화해도 지연시키는 등의 수법으로 소비자를 우롱해왔다. 무료 체험을 미끼로 가입, 이용케 하고 체험 기간 종료 일자를 공지하지 않는 방식도 여전히 횡행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순차 공개 가격 책정’도 소비자 분통을 유발한다. 분명히 첫 화면에서 소비자 최종 가격을 고지할 수 있었음에도 일부 금액만 표시하고 나머지 금액을 숨겨 소비자를 유혹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순차 공개 가격 책정’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소비자 비율은 71.4%, 이 중 실제 피해를 본 비율은 82.2%에 달했다.
공정위는 미국의 연방거래위원회법(FTC법· Federal Trade Commission Act)과 EU의 불공정관행지침(UCPD) 등 이미 하고 있는 선진국 규제를 참고 삼아 숨은 갱신, 취소·탈퇴 방해 등에 대해 법 개정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참고로 이탈리아의 한 업체는 ‘2주 무료 평가판 체험 종료 후 프리미엄 구독으로 자동 갱신’하는 식의 다크 패턴 행위를 했다가 EU 현행법에 걸려 벌금을 부과받았다.
항공사 젯스타(Jestar), 버진(Virgin)은 최종 가격을 전면에 제시하지 않고 소비자를 유혹하는 항공권 가격 마케팅을 했다가 ‘순차 공개 가격 책정’ 유형에 해당, 호주 정부로부터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넘어야 할 산은
당정 개정안 처리 서둘러야
공정위가 다크 패턴에 제재를 가하려면 우선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해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행법 적용이 어려운 6개 행위를 우선 규제하기 위해 다크 패턴 금지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을 당정협의에서 보고했다”며 “국회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법 개정안이 발의되면 입법 논의를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올해 상반기 중에 공정위는 ‘온라인 다크 패턴 피해 방지를 위한 가이드라인’도 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를 바탕으로 문제가 되는 상술을 가장 많이 쓰는 사업자를 공개하고 사업자별로 어떤 방법을 많이 쓰는지 분야별로 비교, 분석해 종합적으로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다크 패턴은 명백한 기만 행위부터 일상적인 마케팅까지 넓은 범위에 걸쳐 나타난다. 가이드라인이 제정되면 구체적인 내용을 주요 사업자 단체와 공유하고, 스스로 개선하도록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화답하는 분위기다.
1차는 오픈마켓, 홈쇼핑 등 종합쇼핑몰, 2차는 의료, 뷰티, 명품 등 주요 분야별 쇼핑몰, 3차는 엔터테인먼트, 앱마켓, 배달, 유틸리티 등 주요 분야별 쇼핑몰이 대상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학계에서는 공적 규제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소비자 보호까지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촘촘히 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고형석 선문대 법학과 교수는 최근 발간한 논문 ‘전자상거래에서 다크 패턴과 소비자 보호에 관한 연구’에서 ‘자칫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제정된 법이 과징금 등의 징수를 통한 예산 확보 수단에 불과하고, 그 본연의 목적인 소비자 보호는 달성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고 교수는 “입법기관 등은 사적 규제를 기반으로 한 공적 규제를 부과하는 방식을 채택, 소비자 피해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7호 (2023.05.03~2023.05.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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