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전 후 첫 방문한 이란 대통령..."제재·위협 맞서 승리"
이란 대통령이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12년 만에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찾았다. 지난 3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단교 7년 만에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는 등 중동에서 화해 무드가 무르익는 가운데 이뤄진 방문이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셰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틀간 일정으로 다마스쿠스를 방문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만나 정상회담을 했다. 외무·국방·석유·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포함된 대표단도 동행했다. 양국은 에너지·전력·통신·광산업 분야 등에서 여러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날 회담을 가진 양국 정상은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시리아 정부와 국민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우리는 제재와 위협에 맞서 승리를 거뒀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히며 '반서방 연대'를 강조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중동의 정치·안보 불안에도 시리아와 이란의 관계는 안정적이고 꾸준했다"고 거들었다.
앞서 지난 2일 라이시 대통령은 친이란 성향 레바논 방송 알마야딘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방문은 시리아와 주변 동맹국들과의 화합과 번영을 위한 것"이라며 전쟁으로 황폐해진 시리아의 재건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란은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러시아 등과 함께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해왔다. 반면 사우디를 비롯한 다른 아랍국들은 반군을 지지해, 시리아 내전은 중동을 양분하는 두 세력의 대리전으로 비화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란과 사우디 측 외교 수장을 베이징으로 초청·중재해 양국이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합의한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중동에서 화해 분위기가 형성되며 알아사드 대통령의 국제무대 복귀 역시 가시화됐다. 사우디는 오는 19일 수도 리야드에서 열리는 아랍연맹(AL, 22개국으로 구성) 정상회담에 알아사드 대통령을 12년 만에 초청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내전 이후 아랍연맹에서 시리아를 쫓아냈던 아랍국들이 전쟁을 끝내고 시리아를 복귀시키기 위해 논의 중인 가운데 이번 방문이 이뤄졌다"고 짚었다.
이란 대통령의 이번 방문에는 정치적 이유뿐 아니라 실리 계산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방의 각종 제재를 받는 이란이 시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시리아가 중요하단 뜻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사드 정권의 집권을 도운 이란은 앞으로도 이곳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고자 한다"며 "시리아와의 역내 무역을 활성화해 자국이 받는 경제적 압박을 완화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란 대통령의 시리아 방문은 이곳 내전 발발 이후 처음으로, 2010년 9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당시 대통령이 다마스쿠스를 방문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다만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만나기 위해 내전 기간 이란을 두 차례 방문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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