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6S’ 끝판왕 오승환 선발, 5이닝 채웠다

김태훈 2023. 5. 3.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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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데뷔 19시즌 만에 첫 선발 등판 '5이닝 3실점'
직구와 커브 위력 빛 발해..3회부터 타자 10명 연속 범타
팀 1-4 패배로 첫 선발패..부진 속 기분 전환 충분
3일 선발 등판한 오승환. ⓒ 뉴시스

‘끝판왕’ 오승환(41·삼성 라이온즈)이 데뷔 19시즌 만에 첫 선발 등판에 나섰다.


오승환은 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펼쳐진 ‘2023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6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마운드에서 국민의례를 마치고 바로 공을 던진 오승환 자신이나 팬들이나 모두 어색했다. 초반 고전했지만 공격적 투구와 함께 묵직한 패스트볼(최고 스피드 149km)과 예리하게 꺾이는 커브로 타자들을 농락하며 기어이 5이닝을 채웠다.


오승환의 선발 등판은 2005년 프로 데뷔 이후 처음이다. 73개의 공을 던진 오승환은 2005년 소화했던 최다이닝(4)도 넘어섰다. 오승환은 40세 9개월 18일 나이로 선발 등판, 2012년 4월 12일 박찬호(당시 한화 이글스)가 남긴 역대 최고령 선발 투수(38세 9개월 13일) 기록도 갈아치웠다.


선발 등판 자체가 큰 화제였다.


2005년 KBO리그에 데뷔한 오승환은 불펜투수로만 활약했다. 2006년부터는 마무리로 안착해 KBO리그 통산 374세이브를 기록했다. 한국 최고의 마무리로서 일본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까지 경험한 오승환(한미일 496세이브)도 세월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최근에는 블론 세이브가 불어나자 마무리 보직을 좌완 이승현에게 넘기고 중간계투로 내려왔다.


고액연봉자이자 팀의 상징과도 같은 베테랑 오승환을 살리기 위해 삼성 코칭스태프는 파격적인 방법을 썼다. 현역 시절 깜짝 선발 등판으로 반등한 경험이 있는 정현욱 코치 제안에 따라 박진만 감독은 부진에 빠진 오승환을 선발 투수로 세우기로 결정했다.


오승환 선발 등판에 삼성라이온즈파크는 올 시즌 주중 최다관중(1만3394명)이 들어섰다. 코칭스태프나 야구팬들이나 오승환의 반등을 간절히 바라고 있음을 보여준 날이다.


오승환은 1회에만 21개의 공을 던지며 고전했다. 선두타자 이정후를 상대로 공 3개만 던지고 투수 땅볼 처리한 오승환은 2번 박찬혁에게 슬라이더(시속 122㎞)를 던졌지만 2루타를 내줬다.


3번 김혜성과는 풀카운트 접전 끝에 몸쪽 슬라이더(시속 133㎞)를 뿌렸으나 오른쪽 펜스 넘어가는 투런홈런(비거리 115m)을 얻어맞았다. 이어 러셀에게는 포크볼을 던졌는데 2루타를 맞았다. 3타자 연속 장타를 허용한 오승환은 변화구 대신 146㎞까지 나온 직구로 이원석을 땅볼로 잡았고, 이형종은 중견수 뜬공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직구 위주 패턴 변화와 함께 2회부터 안정을 찾았다. 임병욱-김휘집을 삼진 처리한 오승환은 2사 후 이지영에게 안타를 내준 뒤 이정후에게 던진 직구(시속 145㎞)가 가운데로 몰리면서 적시 2루타를 허용해 세 번째 실점을 했다.


오승환 ⓒ 뉴시스

‘리빙 레전드’답게 금세 적응했다. 오승환은 이후 3.1이닝 동안 10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 모두 범타 처리했다.


3회초 오승환은 첫 대결에서 홈런을 허용한 김혜성을 2루 땅볼로 잡은 뒤 러셀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이원석마저 낙차 큰 커브로 삼진을 잡고 첫 삼자범퇴 이닝에 성공했다. 4회에도 이형종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삼진으로 잡아냈다. 임병욱을 상대로는 변화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고, 김휘집은 1루수 파울 뜬공으로 잡았다.


완전히 안정을 찾은 오승환은 5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이지영을 투수 땅볼로 막고 이정후를 공 1개로 포수 땅볼로 잡아냈다. 박찬혁에게는 볼 3개를 던졌지만 풀카운트까지 끌고 간 뒤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고 5회를 마쳤다.


박진만 감독은 오승환의 투구수를 감안해 1-3 끌려가던 6회초부터 투수를 최충연으로 교체했다. 오승환은 역사적인 첫 선발 등판에서 5회를 채우는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줬다. 삼성이 경기를 뒤집지 못하고 1-4로 져 데뷔 첫 선발패를 기록했지만, 자신감마저 잃은 듯했던 오승환은 새로운 활력을 얻은 가운데 다음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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