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株 뛰는데…롯데머티리얼즈, 인수가 '절반'

김채연 기자 2023. 5. 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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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김채연 기자]
<앵커>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업종은 단연 전기차 배터리 이고 그 중에서도 양극재인데요.

반면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음극재, 특히 동박 사업을 하는 기업들의 주가는 유독 맥을 못추고 있습니다.

동박 기업 롯데에너지머티얼즈도 마찬가지 상황이라 새 주인 롯데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산업부 김채연 기자 나와있습니다. 김 기자,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일진머티리얼즈의 새 이름이죠?

<기자> 네, 롯데는 지난 3월 중순 석유화학 자회사 롯데케미칼을 통해 글로벌 5위 동박 기업인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최종 마무리했습니다.

인수를 마무리한지는 한달 반 정도, 롯데의 인수 소식이 알려진 계약 시점으로부터는 약 8개월 정도가 지난건데요.

이 기간 주가 흐름을 보시면 평균적으로 6만원 안팎을 오가고 있습니다.

지난달 초 7만원을 잠시 넘었지만, 이후 연일 떨어져 이제 6만원 선도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과 같은 양극재 관련 관련주들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분위기와 사뭇 대조적입니다.

문제는 롯데는 인수 당시 주당 단가를 13만원으로 책정했는데, 이는 프리미엄 80% 이상을 반영한 가격이었습니다.

지난해 고금리 여파 등 시장상황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가치로 평가한건데요.

아직 인수 초반이긴 하지만, 현재 주가는 인수가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실적도 양극재 기업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매출 1800억원, 영업이익 160억원을 기록해 전분기 대비 각각 4%, 8% 증가했습니다.

롯데 입장에서는 고심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상장사간 M&A 이슈는 통상적으로 주가를 띄우는 호재로 작용하는데, 이번의 경우엔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만 그런건 아닙니다. 국내 동박 3사로 꼽히는 SK넥실리스의 모회사인 SKC, 솔루스첨단소재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앵커> 동박도 양극재와 마찬가지로 배터리의 핵심소재 중 하나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네 먼저 배터리 소재 특성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양극재는 배터리 생산비 중 40%를 차지하다보니 계약 규모도 크고 기간도 깁니다.

특히 최근 양극재 핵심 원료인 리튬 가격이 폭등하면서 매출 증가폭도 더 컸습니다.

매출 증가율이 높다보니 주가에도 바로 반영되는 건데요.

반면 동박은 음극재를 감싸는 구리 집전체인데, 음극재는 배터리 생산비의 10~15%를 차지하는 수준입니다.

생산비가 양극재의 3분의 1수준이다보다 매출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또 구리는 리튬보다는 희소성이 덜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원재료 상승폭이 적고 판가 반영율도 낮은 편입니다.

동박은 제조 과정에서 운전비가 중요한데, 핵심인 전기료가 오를수록 수익성이 악화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지난해 재고부담 이슈도 컸습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지난해 재고자산은 3050억원을 기록했는데요. 2021년 대비 재고 규모는 2배 이상 늘었습니다.

동박이 잘 안 팔리고 쌓인다는 의미인데, 고객사의 재고조정 영향으로 동박 출하량이 부진한 영향이 컸습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최근 동박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다른 소재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입니다.

현재의 주가 흐름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건데요, 앞으로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 동박 기업 역시 실적 개선은 물론 주가 측면에서도 수혜를 볼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앵커> 네 그렇지만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입장에서는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요?

<기자> 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실적은 올해 2분기부터 모회사인 롯데케미칼의 연결 실적으로 잡히게 되는데요.

롯데는 실적 뿐만 아니라 주가 부양을 위해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다만 현재의 주가 흐름을 관망하면서도,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2030년까지 전지소재 매출을 5조원에서 7조원까지 올려잡으면서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최근 향후 5년간 5조원을 조달해 신규 투자를 하겠다는 발표를 한 것도 이런 일환인데요.

앞으로 동박 사업과 관련해 전폭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눈여겨볼 부분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신규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을지인데요.

LG에너지솔루션이 그간 SK넥실리스로부터 공급받던 동박 물량 비중을 줄이기로 하면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신규 파트너로 낙점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LG엔솔은 동박 내재화를 위해 M&A 등을 검토했으나 철회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롯데 입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을 신규 파트너로 확보하게 되면 삼성SDI와 함께 안정적 공급처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고객사 수요에 대응하려면 생산능력 확대가 중요할텐데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증설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기자>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전북 익산, 말레이시아에 공장을 가지고 있고요, 올해 유럽 지역인 스페인 공장을 착공해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글로벌 생산거점 다변화를 위해 북미 진출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생산능력 6만톤에서 2025년까지 25만톤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미국이 발표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때문에 고민되는 부분이 있는데요.

IRA 전기차 구매 관련 세액공제 세부지침에 따르면 동박의 경우 미국 현지에서 생산해야만 하는 배터리 ‘부품’에 해당하지 않고, 리튬 같은 핵심 광물에도 해당되지 않습니다.

동박은 배터리에 필요한 물질인 ‘구성 재료’라고만 규정했습니다.

쉽게 설명드리면, 동박은 미국 현지에서 만들지 않아도 되고, IRA의 직접적인 혜택 대상이 아닌겁니다.

굳이 북미에 공장을 증설할 이유가 없게 된 것이죠.

그렇지만 고객사인 미국에 기반을 다진 완성차 업체와 인접해 있어야 수주가 쉽고, 미국 배터리 관련 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몰라 고심하고 있습니다.

경쟁사인 SK넥실리스는 미국 조지아주에 공장을 증설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장기적 관점에서 미국 진출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김채연 기자 why29@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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