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 2만명 연차 냈다…"이유 아니까" 병원 문 닫았다
“나이 오십 넘었는데 체력 때문에 혼자서 접수, 진료 못 하죠. 직원들이 오늘 왜 연가 내는지 아니까 저도 별말 안 하고 오후 진료는 접었습니다.”
서울의 한 가정의학과 의원의 A원장은 3일 평소보다 4시간 이른 오후 2시에 진료를 마쳤다. 간호조무사 한 명, 행정직원 한 명이 있는 동네 병원인데 두 사람이 모두 연가를 냈기 때문이다. 간호법 국회 통과에 반대하며 보건복지의료연대(의료연대)가 이날 1차 연가 투쟁에 돌입한 여파다. 대한의사협회(의협)ㆍ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 등 13개 단체가 모인 의료연대는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과 면허 박탈법(의료법 개정안)을 반대하며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간호조무사 1만 명 연가 투쟁
이날 1차 투쟁은 간호조무사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간무협은 연가 투쟁에 참여한 인원 약 2만 명 중 절반 정도가 간호조무사라고 추산했다. 의사들이 속한 의협은 아직 적극적인 집단행동에 나서지는 않은 상황이다. 일부 의원의 접수대 앞에는 “간호조무사의 생존권을 위한 집회 참여를 응원한다”라며 투쟁을 지지하는 문구가 붙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간호법을 지지하는 간호협회 김영경 회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국민 건강에 직접적 위해를 가하는 집단 진료거부에 대해 의료법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거부권 지켜보며 2차 투쟁 예고
의료연대는 11일 2차 연가 투쟁을 예고한 상황이다. 9일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 상황 반전의 기미가 안 보이면 투쟁을 이어나가겠다는 게 집행부의 의중이다. 박명하 의협 비대위원장은 “3일에는 동네병원 원장님들께 ‘직원들의 연가 투쟁을 막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정도지만, 11일에는 뜻이 있는 원장님들도 병원 문을 닫고 나와 달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국무회의에 맞춰 17일 총파업도 예고돼 있어 ‘의료 공백’은 확대될 수 있다.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은 지난 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6일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고 이후 의협 비대위가 (총파업을) 적극 추진한다면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간호법은 의료법에 있던 간호사에 대한 규정을 따로 떼어내 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체계 등을 정한 게 골자다. 의협은 내용 중에 있는 ‘지역 사회 간호’ 표현이 간호사들의 단독 개원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입장이며 간호조무사협회는 학력 제한이 부당하다고 반대하고 있다. 또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의 결격ㆍ면허 취소 사유를 ‘범죄 구분 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로 확대하는 내용이어서 의사 단체는 이를 의료인 면허 박탈법으로 부르며 반발하고 있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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